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KT 빌딩 앞에서 케이툰을 향한 시위 벌여... “계약이 중단됐으면 작가들에게 전송권 돌려줘야”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KT 빌딩 앞에서 케이툰을 향한 시위 벌여... “계약이 중단됐으면 작가들에게 전송권 돌려줘야”
  • 나영호 기자
  • 승인 2019.07.02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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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나영호 기자] 지난 26일 11시 광화문에 위치한 KT 빌딩 앞에서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이하 디콘지회)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문화예술노동연대, 한국여성노동자회, 청년유니온, 청년참여연대, 전국예술강사노동조합이 함께해 ‘케이툰의 일방적 작품 게시삭제 행위’를 규탄하고 회사 측이 갖고 있는 작품 전송권을 작가에게 돌려 달라 요구했다. 이는 5월 23일 기자회견에 이은 두 번째 기자회견이다.

KT 빌딩 앞에서 시위 중인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사진 = 나영호 기자]
KT 빌딩 앞에서 시위 중인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사진 = 나영호 기자]

KT가 운영하는 웹툰 플랫폼 케이툰은 작년 6월 원고료를 줄여나가겠다는 방침을 발표하고 올해 1월 카카오톡으로 작가들에게 계약만료를 통보했다. 그리고 지난 6월 20일 연재되던 “나의 마리아”, “달고나 일기”, “저승소년”외 8편을 연재 중단시키면서 작가들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에 작가들은 다른 플랫폼에라도 작품을 올릴 수 있게 전송권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이연지 디콘지회 정책국장의 말에 따르면 케이툰 측은 계약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전송권을 받으려면 원고료를 반환하라고 했다. 이 정책국장은 “이런 일련의 과정이 우리를 시위로 이끌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케이툰을 통해 웹툰계에 데뷔한 하이(필명) 작가는 케이툰에 연재했던 본인의 작품을 인터넷에서 찾을 수 없는 현실에 분노했다. 웹툰의 경력을 증명하는 것은 인터넷에 남은 기록들이다. 웹툰 작가들은 웹사이트에 남은 그 기록들이 있어야만 예술인복지재단에 예술인으로 등록하여 여러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케이툰이 하이 작가의 작품을 지워버렸고 전송권 역시 돌려주지 않기 때문에 하이 작가가 작품을 연재한 이력과 다른 플랫폼에 작품을 올릴 가능성마저 사라져 예술인으로서 받을 수 있는 복지를 한동안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자신의 경력을 없앤 케이툰에 분노하는 하이 작가 [사진 = 나영호 기자]
자신의 경력을 없앤 케이툰에 분노하는 하이 작가 [사진 = 나영호 기자]

전송권은 저작재산권에 해당하는 권리로 작품을 온라인에 게시할 수 있는 권리다. 저작권법이 정의하는 전송권의 ‘전송’이란 인터넷에 미술, 영상, 사진, 음악 등 저작물을 보내는 것이다. 이때 홈페이지에 게시하여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전송에 속한다. 그래서 작가들이 전송권을 갖지 못하면 저작권이 자기에게 있어도 케이툰에 연재한 작품을 한동안 다른 플랫폼에서는 게시할 수 없다. 작가들은 자신이 창작한 작품에 대한 권리를 침해받았기에 피켓을 들고 KT 빌딩 앞으로 나온 것이다.

이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총무국장은 뉴스페이퍼와의 인터뷰를 통해 웹툰계의 계약 환경에 대해 일러주었다. 웹툰 플랫폼은 작품 연재 계약을 맺을 때 작품의 길이나 규모와 상관없이 기간 단위로 한다. 그 기간도 1년이나 2년처럼 장기적이지 않고 3개월이나 6개월처럼 단기적으로 작품을 연재하기로 한다. 이지현 총무국장은 이를 두고 계약 자체가 불공정한 것이라 말했다. 작품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길지 않은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작품을 더는 연재할 수 없는 환경이 타당한 계약이냐는 주장이다.

또 이지현 총무국장은 현재 작가들에게 전송권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 ‘연재가 종료된 이후 2년간 전송권이 플랫폼에 있다’는 계약 세부항목을 얘기했다. 여기서 플랫폼이 전송권을 가질 수 있는 기준시점인 ‘연재 종료’를 두고 케이툰 측과 작가 측 생각이 다르다. 케이툰 측은 연재가 중단된 것도 어쨌든 연재 종료이니 그때부터 2년간은 자기들한테 전송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작가 측은 연재가 중단됐으니 유효하지 않은 계약조건이라고 주장한다. 즉 2년 후가 아니라 연재가 중단된 시점부터 전송권을 받았어야 했다는 말이다. 이 총무국장은 지금처럼 연재가 중단됐을 경우에 대해 계약서에는 어떠한 조항도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일방적인 연재를 중단을 연재 종료 시점으로 두고 그들이 전송권을 갖고 있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주장했다.

문화예술노동연대 오경미 사무국장은 KT가 말하는 공정거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의구심을 품었다. 오경미 사무국장이 의구심을 품게 된 이유를 알기 위해선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케이툰은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시와 ‘공정한 웹툰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웹툰 회사 3사(네이버웹툰, 포도트리, 케이툰) 중 하나다. 이 협약은 웹툰 업계의 불공정한 계약 체결로 조성된 기울어진 생태계를 바로 잡아 작가의 권리가 존중되는 문화를 확립하기 위해 체결됐다. 오경미 사무국장은 이 협약을 언급하며 “협약이 체결된 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이러니 공정거래를 늘 입에 담는 KT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연대 발언하는 오경미 문화예술노동연대 사무국장 [사진 = 나영호 기자]
연대 발언하는 오경미 문화예술노동연대 사무국장 [사진 = 나영호 기자]

청년유니온 장지혜 팀장은 연재가 중단된 시점에 작가들이 전송권을 갖지 못한 상황은 대기업의 갑질과 노동에 대한 몰이해 때문에 일어났다고 했다. 작가와 회사가 맺은 계약이 해지되면 전송권은 작가에게 가야 하는 게 상식이라는 주장이다.

케이툰이 작가들의 작품을 일방적으로 전송 중단할 당시 홈페이지에 “작가들의 법률대리인으로부터 지식재산권 침해 이슈가 제기되어 문제해결 될 때까지 임시 중단 조치하오니 이용에 참고 부탁”한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장지혜 팀장은 ‘해당 글이 작가와 회사가 동등한 입장으로서 문제해결에 힘쓰고 있다는 식으로 독자들에게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웹툰 작가, 웹툰 작가를 희망하는 사람, 웹툰을 사랑하는 독자를 기만하는 행동이란 말도 덧붙였다. 장 팀장이 보는 현재 상황은 대등한 당사자 사이에서 벌어진 지식재산권 침해 이슈가 아니라 위력적인 관계를 이용한 플랫폼이 갑질을 부리는 상황인 것이다.

25일 KT 빌딩 앞에서 벌어진 시위는 퍼포먼스와 함께 끝이 났다. 작가와 독자의 말을 듣지 않고 작품을 짓밟는 KT를 제압하는 내용이었다. 이 퍼포먼스로 그들은 빼앗긴 권리를 되찾을 때까지 계속 투쟁할 것을 예고했다.

한편 뉴스페이퍼는 25일 시위와 관련한 KT측의 입장을 거듭 문의했으나 답변받지 못했다.

내 작품을 돌려달라는 작가들의 피켓과 글로벌 1등 KT 깃발 [사진 = 나영호 기자]
내 작품을 돌려달라는 작가들의 피켓과 글로벌 1등 KT 깃발 [사진 = 나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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