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유계영, 양안다 시인과 함께하는 서울국제도서전
황인찬, 유계영, 양안다 시인과 함께하는 서울국제도서전
  • 김지현 기자
  • 승인 2019.07.10 15:28
  • 댓글 0
  • 조회수 5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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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가-시인편에 참여한 정기석시인, 황인찬 시인, 유계영 시인, 양안다 시인
작가의 작가-시인편에 참여한 정기석시인, 황인찬 시인, 유계영 시인, 양안다 시인

[뉴스페이퍼 = 김지현 기자] 6월 23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대한출판문화협회 주최로 ‘작가의 작가-시인편’이라는 주제의 강연이 열렸다. 이날 강연에서는 우리가 좋아하는 작가에게 영감을 주는 작가와 작품을 공개하고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패널로는 황인찬 시인, 유계영 시인, 양안다 시인이 참여했고 정기석 시인의 사회로 행사가 진행되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정기석 시인은 패널로 참가한 시인들을 소개했다. 이날 참여한 시인들은 모두 현대문학으로 데뷔했다. 황인찬 시인의 작품으로는 ‘구관조 씻기기’, ‘희지의 세계’가 있으며, 유계영 시인은 ‘온갖 것들의 낮’, ‘이제는 순수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가, 양안다 시인은 시집 ‘작은 미래의 책’, ‘백야의 소문으로 영원히’를 냈다. 

황인찬 시인. 사진 = 김지현 기자
황인찬 시인. 사진 = 김지현 기자

이날 첫 번째로 이야기 나눈 주제는 각 시인들이 시를 쓰는데 영감을 받게 된 문학이었다. 황인찬 시인은 자신이 문학을 시작하게 만든 작가로 배수아 작가를 꼽았다. 황인찬 시인이 고교시절 배수아 작가의 ‘철수’를 읽은 후 감상은 ‘이게 뭐야?’였다고 한다. 그저 무감하고 무정한 사람의 무감각한 이야기라고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게 문학이라면 자신도 문학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문예창작과에 진학했다고 한다. 대학 진학 후 우연히 신대철 시인의 시집 ‘무인도를 위하여’의 첫 장을 읽고 시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시인의 꿈을 키웠다 밝혔다. ‘무인도를 위하여’라는 시집은 상처받은 사람의 순수함, 불안함이 섞여 있는데 자신에게는 아름답게 느껴졌다 전했다. 

채집 일기 

신대철

나는 1분간 멎어 있습니다. 초침이 내 옆에서 1분간 떠나지 않습니다. 멎어 있는 1분간, 1분간을 벗어나서 날아다니는 소리, 소리, 소리, 소리, 아 소리를 잡는 소년. 낡은 상자 속에서 소년은 팔다리가 떨어진 채 핀이 꽂혀 있습니다. 풀 깎는 소리만 스쳐도 소년은 상자 속을 뛰쳐나옵니다. 소년이 휘두르는 잠자리채 매미채엔 풀뱀처럼 울안으로 기어드는 저녁나절의 심심함을 쫓아내는 서광꽃 냄새까지 걸려들었습니다. 하루는 물 속으로 하루는 허공 속으로 하루는 산속으로 뛰어다니며 꿈과 호기심을 잡았습니다. 나는 2분간 멎어 있습니다. 3분간 4분간 멎어 있습니다. 초침이 내 옆에서 2·3·4분간 떠나지 않습니다. 멎어 있는 2·3·4분간, 소음들이 신경질적으로 망을 끊고 날아갑니다. 뚫려진 망에 걸리는 건 행위, 무모한 행위, 나는 행위를 뿌리째 뽑아 상자 속에 넣고 자리를 뜹니다. 그리고 5분간 6분간 멎습니다.

 

-신대철 시집 '무인도를 위하여' 중에서

이어서 유계영 시인이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작가와 작품에 대해 이야기했다. 유계영 시인은 시를 어렸을 때부터 좋아해, 자신이 시인이 된다는 의심을 한 번도 품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 시인이 생각하는 시는 감동을 주고 슬픔을 주고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서정적인 것이었으나, 김행숙 시인의 ‘발’이라는 작품을 보고 세상에 연민하고 슬퍼하는 시선에 집착하지 않고 자신이 바라보는 대상의 본질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발 

김행숙

발이 미운 남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나의 무용수들. 나의 자랑. 

발끝에 에너지를 모으고 있었다. 나는 기도할 때 그들의 힘줄을 떠올린다. 

그들은 길다. 쓰러질 때 손은 발에서 가장 멀리 있었다. 

 

- 김행숙 시집 “이별의 능력” 중에서

유계영 시인은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두 번째 작품으로 앙리 미쇼의 ‘단편들’을 낭독했다. 유 시인은 이 시의 ’새가 미치 건 말 건 나무는 관심 없다’는 문장을 보고 시인이 사물이나, 타인에게 마음을 투영할 때가 있는데 그런 것들이 난폭한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과 함께 시적 대상의 본질에 대해 치우침 없는 태도로 쓰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작가의 작가-시인편에 참여한 유계영 시인
작가의 작가-시인편에 참여한 양안다 시인

이어서 양안다 시인은 자신이 문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 박민규 소설가의 ‘아침의 문’이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자신에게 시의 즐거움을 안겨준 시로 안현미 시인의 시집 ‘곰곰’을 꼽았다. 

사회를 맡은 정기석 시인은 자신의 작품이 좋아하는 시인에게 영향을 받는다는 불안함은 없는지 물었다. 유계영 시인은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들이 혼합되어 자신의 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자신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작가들의 작품 수준에는 이르지 못할거라며, 겸손하게 말했다. 황인찬 시인은 김행숙 시인의 “이별의 능력”을 좋아해서 따라 쓰기도 했는데 어느 날 주변을 둘러보니 동료 학생들이 모두 김행숙 시인의 시를 따라 쓰고 있다는걸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습작을 할 때 일부러 완전히 다르게 썼는데 그 후 평이 안좋았지만 김행숙 시인의 영향 아래서 벗어났다는 생각에 안심됐다고 전했다. 

작가의 작가-시인편에 참여한 유계영 시인
작가의 작가-시인편에 참여한 유계영 시인

사회자 정기석 시인은 독자들이 자신의 시를 읽고 어떤 경험을 했으면 좋겠냐고 세 시인에게 물었다. 유계영 시인은 자신에게 시는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지우는 일” 같다며, 자신의 시를 읽은 독자들이 진실이나 사실 같은 것이 무겁게 남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던 거 하나가 지워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래서 자신의 시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안타까우면서도 이 사람이 알고 있는 것 하나를 내가 지웠을지도 모르겠다는 기쁨이 있다고 말했다. 황인찬 시인은 자신에게 시는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이나 가지고 있는 생각들인데, 사람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양안다 시인은 사람들이 우울한데 우울한지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자신의 우울한 기분을 알아채는게 중요한 것 같다며, 자신의 시를 읽은 사람들이 우울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회자는 시인들의 독서 취향에 대해서 물었다. 황인찬 시인은 일본 서브컬쳐를 좋아하며, 아이디어도 많이 얻는다 말했다. 이를테면 포켓몬스터는 대상을 모사하는데 과장시키거나 축소시켜서 과잉모사를 해서 의미를 과잉시키는데 그런 점이 재밌다고 전했다. 유계영 시인은 동물을 좋아해서 동물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는다고 했다. 최근에 어느 조류학자가 만든 새 노래 소리 악보책인 ‘새는 왜 노래하는가’를 보았는데 이 책이 그 어떤 시론서보다 더 정확하게 시를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이 책은 새가 노래하는 것을 좋아해서 노래한다고 밝히고 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회색고양이새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 새는 소리를 수집해서 기억하고 마음대로 조합해 소리를 만들어 논다고 했다. 이 밖에도 흥미롭고 이상한 동물의 세계가 재밌다며 동물 관련 다큐멘터리도 많이 본다고 전했다. 양안다 시인은 시각매체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며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사회자는 마지막으로 시인들의 시 읽는 방법을 물었다. 황인찬 시인은 시인들에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함 때문에 출간된지 20년 넘은 시를 보통 읽는다 했다. 특히 1950년대 작가들 시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김종삼 시인의 시 같은 경우 시를 쓰다가 어떻게 써야할지 종잡을 수 없을 때 펼쳐본다며 자신의 시를 쓰는 노하우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안 읽히는 시는 읽지 말고 마음에 드는 시집이 있다면 제대로 사랑하라며 독자들에게 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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