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인공지능과 독자 맞춤형 서비스가 도서·출판 업계의 미래! 서울국제도서전에서
[2부] 인공지능과 독자 맞춤형 서비스가 도서·출판 업계의 미래! 서울국제도서전에서
  • 김보관 기자
  • 승인 2019.07.10 23: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디지털 혁명의 가장 큰 결과는 ‘도서 유통 구조’의 변화일 것

- 1부 기사를 읽고 싶다면 링크(클릭)를 눌러주세요.

발언 중인 존 톰슨 교수와 이를 듣고 있는 크리스토퍼 블래시 교수 [사진 = 김보관 기자]
발언 중인 존 톰슨 교수와 이를 듣고 있는 크리스토퍼 블래시 교수 [사진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지난 6월 19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2019 북비즈니스 콘퍼런스 (Book Business Conference 2019)”가 열렸다. 해당 콘퍼런스의 주요 화두는 디지털 혁명 이후 도서·출판 업계의 변화 및 미래 예측으로, 영미 시장과 독일 시장을 중심으로 소개됐다. 초대된 두 연사 모두 단순한 형식의 변화 외에 ‘도서 유통 구조의 변화’ 그리고 ‘독자 맞춤형 서비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국제도서전 행사 당일 국내외 도서·출판·유통 관계자는 물론 일반인 관람객도 참석 가능했으며 (재)한국출판연구소와 (사)출판유통진흥원이 주최했다. 후원에는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과 한국출판협동조합이 참여했다.

존 톰슨(John B. Thompson) 케임브리지 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발표한 첫 번째 주제 “디지털 시대의 도서출판: 영미 세계의 최근 동향과 미래 트렌드”에서는 영미 시장을 중심으로 한 현황 소개와 동시에 최근 변화하고 있는 도서·출판 시장의 흐름 및 앞으로의 지향점에 관한 내용을 다뤘다.

 

발표 중인 크리스토퍼 블래시 교수 [사진 = 김보관 기자]
발표 중인 크리스토퍼 블래시 교수 [사진 = 김보관 기자]

두 번째 발표를 맡은 크리스토퍼 블래시(Christoph Bläsi) 구텐베르크 대학교 도서학과 교수는 “2019 독일 도서 시장: 최고의 사업 지표, 독자 수 감소 그리고 혁신 동향(인공지능 등)”을 주요 논제로 잡았다. 그는 독일의 도서·출판 시장 현황을 소개하며 인공지능이 어떤 식으로 출판 업계 응용 가능한가에 대한 말을 이어갔다.

매출은 그대로인데 독자 수가 줄었다?

크리스토퍼 블래시 교수에 따르면, 독일 출판사들은 매년 구만 권의 신간을 출판한다. 페이스북이나 넷플릭스 등의 매체가 급부상한 이후에도 도서·출판 시장은 여전히 연간매출 90억 유로로 안정적인 유지가 되는 편이다.

독일 내 출판사는 대략 삼천여 개에 육박하며 대형 체인은 물론 영세 업자도 많다는 게 크리스토퍼 블래시 교수의 설명이다. 독일 서점의 90%는 소매 책방이며 대형 서점조차 가족경영 위주의 개인 회사로, 독일에서는 특이한 케이스라고 전했다. 

그가 제시한 2017년 독일 도서 유통 채널 관련 자료에서 역시 소매 서점이 47.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온·오프라인을 모두 합친 통계이다. 또한, 독일에는 여러 서점, 체인, 기술, 통신 회사가 함께 만든 ‘E-book(이북) 연합체’가 있어 아마존과 경쟁 구도를 이루고 있다.

한편, 크리스토퍼 블래시 교수는 “디지털 혁명이 리테일(소매) 구조를 변형시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변화”라는 지점을 지적했다. 첫 번째 발표자 존 톰슨 교수와 유사하면서도 보다 독일 시장에 특성화된 관측이다.

그는 “2018년, 전반적으로 안정적이었던 독일 도서·출판 시장에 문제가 발생했다.”라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독자 1인당 구매 권수가 늘어난 동시에 도서 단가가 높아졌지만, 독자 수 자체는 줄어든 것이다. 그 결과 전체 매출 추이의 변동은 적어 출판 업계에선 해당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다.

크리스토퍼 블래시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 의하면, 일주일에 최소 한 권 이상의 책을 구매한 독자 수 또한 줄어들었다. 그는 이어 “성비 조사에 있어서는 주로 여성 독자가 많았으며, 게임·음반·영화 등 다른 미디어 업종이 최근 두 자릿수 이상 높은 성장을 이룬 데에 반해 도서·출판 업종은 큰 성장이 없었다.”고 했다.

문제를 알아차린 독일의 도서·출판·유통 협회에서 독자 설문조사를 시행하기도 했다. 이때 설문에 참여한 이들은 ‘넷플릭스나 책 등의 콘텐츠가 너무 많아 고르기가 힘들다’, ‘관심을 사로잡을 게 필요하다’, ‘경험과 보람, 가치 등을 체험하고 싶다’, ‘안정을 취하고 싶다’ 등의 답변을 했다. 

이후 어떤 조치를 바라냐는 질문에는 ‘읽을 만한 책을 대신 찾아 달라’, ‘맛보기 예고편이 필요하다’, ‘샘플 몇 장을 제공해 달라’, ‘도서전 같은 행사가 자주 있었으면 한다’, ‘읽을 시간이 정해졌으면 좋겠다’, ‘쉴 시간이 필요하다’ 등의 다양한 응답 있었다.

 

발표 중인 크리스토퍼 블래시 교수 [사진 = 김보관 기자]
발표 중인 크리스토퍼 블래시 교수 [사진 = 김보관 기자]

이 같은 의견을 수용하고 개선하기 위해 크리스토퍼 블래시 교수는 도서·출판 업계 내 인공지능 기술의 적극 도입을 주장했다.

도서 산업 혁신을 위해 필요한 요인과 인공지능의 적용

크리스토퍼 블래시 교수는 힘든 변화를 겪고 있는 도서·출판 산업의 혁신을 위해 총 7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Digital Work flows 디지털 워크플로우, 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콘텐츠 자동화, Blockchain 블록체인, Growth of Audio 오디오 구매 성장, New Revenue Models 구독 등 새로운 매출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 Collaborative Writing 협업적 저술 활동, Customization 맞춤화가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서울국제도서전 콘퍼런스 당일 그는 ‘인공지능 콘텐츠 자동화’ 위주로 발표를 이어갔다. 과연 ‘도서·출판 업계에서는 해당 기술을 어떻게 적용 가능한가’에 대한 내용과 더불어 응용 예시를 소개했다.

자세한 발표에 앞서 교수는 인공지능에 대한 정의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ICT(정보통신기술) 시각에서 ‘인공지능’은 해당 시점에 있는 기성 시스템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갖춘 기술을 부른다. 그렇기에 15년 전에 ‘인공지능’이었던 기술이 지금은 ‘인공지능’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 쉬운 정의로는 위키피디아를 참고했다. 그는 ‘맹신할 수 없지만, 이해에 용이한 자료’라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해당 자료에 의하면 인공지능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 번째는 전통적인 ‘규칙 기반’의 기술이다. 해당 기술은 수많은 규칙 또는 특징을 기반(rule/feature based)으로 접근해 특정한 패턴을 매칭하는 개념이다. 두 번째는 비교적 최근의 기술로 ‘알파고’와 같은 ‘신경망(neuronal) 기계 학습’을 기반으로 한다. 이때, 기계는 스스로 학습하고 발전한다. 현재 대부분은 두 가지 유형이 모두 결합한 형태를 띠고 있다.

두 가지 유형을 모두 결합한 인공지능의 한 예시로 꼽힌 구글의 ‘오토드로우(AutoDraw)’는 사용자가 대충 그린 그림을 자동으로 완성해주는 서비스다. 온라인에서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오토드로우’에서 낙서와 같이 대략적인 모습을 스케치하면, 구글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그와 유사한 완성된 그림을 제시해준다. 이용자가 그린 그림을 기존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찾는 동시에, 개와 고양이의 피처 차이를 구분할 때는 신경망을 이용한다.

 

Qualifiction 홈페이지 갈무리
Qualifiction 홈페이지 갈무리

크리스토퍼 블래시 교수는 도서·출판 업계와 좀 더 연관성이 있는 인공지능 기술로 독일의 신생 회사가 개발한 ‘Qualifiction’이라는 프로그램을 소개하기도 했다. 해당 프로그램에 저자가 쓴 원고의 디지털 파일을 입력하면 이른바 ‘베스트셀러가 점수’를 집계해 보여 준다. 지난 10년 사이 독일에서 베스트셀러였던 디지털 파일의 문장, 기법, 소재 등을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원고와 비교해준다. 일각에서 해당 인공지능이 ‘얼마나 정확한가’를 테스트하기 위해 이미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을 입력해 봤더니 87점으로 나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서 출판과 인공지능, 함께 하기 위해 주의할 점은?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을 도서·출판 시장에 도입하기에 앞서 크리스토퍼 블래시 교수는 세 가지 요점 및 주의 사항을 안내했다. 그는 우선 ‘Just do it’의 정신을 언급했다. 교수의 말에 따르면 “물론 사전 예산 검토가 필수적이겠지만, 투자 가치가 있다면 빠르게 사용”해보아야 한다.

이때, “여기에 따를 수 있는 문제점이나 리스크 등을 철저히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독일 시장에선 여러 컨설팅 업체들이 출판사를 찾아다니면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기반의 툴 등을 무료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그런 툴을 썼을 때 정보가 모두 외부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동시에 갑자기 제공사에서 인터페이스를 바꾸면 사내에서 해오던 일에 차질이 생기게 되기도 한다.

교수는 이어 “탈중개화”를 강조했다. 근래 들어 ‘자가출판’과 같이 중개업자가 필요 없어진 사례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독자가 스스로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 나서기도 쉬워졌다. 이런 세태 속에서 “인공지능이 전면적 수용될 경우 출판사의 입지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끝으로 “출판사 입장에서 인공지능을 선택할 때 사회적 책임이 마땅히 따른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Tay’라는 챗봇을 예시로 들었다. 해당 챗봇은 여러 대화를 주고받다가 단 하루 만에 히틀러처럼 변해 24시간 만에 없앤 선례가 있다. 이처럼 알고리즘으로 생성한 콘텐츠의 위험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으로 가짜 자료가 생성되는 상황도 주의해야 한다. ‘인공지능’은 기본적으로 과거 데이터를 답습해서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전망하는 기술이다. 그렇기에 옵션이나 결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독자들의 ‘니즈’를 하나의 ‘형식’으로 해결할 수는 없어

크리스토퍼 블래시 교수는 “여러 가지 도전 과제들이 있는 가운데, 전반적으로 도서 부문이 나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넷플릭스 등 다른 매체로 인해 독서 습관 자체가 많이 바뀐 상황이며 이는 분명 업계에 타격을 준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응해 독일의 도서·출판·유통 협회에서 설문조사와 같은 모종의 조치 취하는 중이며 2019년 들어 시장이 회복되는 등 괜찮은 결과를 도출하기도 했다. 교수는 “독일의 많은 출판 업계에서 인공지능의 요소들을 테스트하는 단계이다. 본격적으로 사용 되고있는 것은 아니지만 차근차근 준비해서 곧 현실화할 예정이다.”는 말을 전했다.

그는 “인공지능의 사용에 따른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나 리스크에 대해 미리 숙지하고 예비해야 한다.”며 “인공지능이 점점 사용되면서 그에 따른 도서·출판 업계의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고 했다. 실용성이나 유용성뿐 아니라 위험성도 책임감 있게 관리하자는 주장이다.

크리스토퍼 블래시 교수는 끝으로 “그렇다고 인공지능으로 모든 독자의 필요성이나 욕구를 해결할 수는 없다. 이를테면 독자 설문 답변에서 나온 ‘쉬고 싶다’, ‘긴장 풀고 싶다’, ‘경험하고 싶다’ 등의 내용은 전자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옛 식의 종이책만이 해결 가능한 지점이다.”라는 뜻을 밝혔다. 결국, 인공지능 기술과 함께할 도서·출판의 미래에도 종이책과의 공존이 예상되는 것이다. 

 

발표 중인 크리스토퍼 블래시 교수와 관람객들 [사진 = 김보관 기자]
발표 중인 크리스토퍼 블래시 교수와 관람객들 [사진 = 김보관 기자]

서울국제도서전 “2019 북비즈니스 콘퍼런스”는 총 세 시간여에 걸쳐 이어졌다. 국내 도서·출판 업계에서 벗어나 세계의 동향을 살펴보는 한편, 이를 기반으로 우리 시장의 미래 또한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자리였다.

초대된 두 연사의 국가적, 분석적 차이는 분명 존재했으나, 크게 종이책과의 공존, 새로운 기술의 도입, 독자와의 직접적 접촉 및 탈중개화 등 맞닿은 지점이 컸다. E-book 또는 새로운 도서 형태의 도입은 기존 시장에 위협이 되는 것이 아닌 전체 시장을 키울 수 있는 새로운 국면을 초래할 기회이기도 하다는 게 두 연사의 의견이었다. 자리한 국내 관계자들 또한 고개를 끄덕이거나 신선한 사실을 발견한 듯한 반응을 보여 국내 도서·출판 업계에 또한 유의미한 자극이 있었을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