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92) / 유다의 자살-김정조의 '유다의 양심'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news/photo/201907/55256_32406_4523.jpg)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92) / 유다의 자살-김정조의 '유다의 양심'
유다의 양심
-니콜라이 게의 그림을 보고
김정조
은화 30냥에 예수를 밀고한 유다
낮 동안 송곳 같은 빛이 온몸을 수없이 찔러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저녁이 오자, 천으로 머리까지 가리고
괴로움에 죽을 곳을 찾아 헤매입니다
걸을수록 무거워지는 배반의 죄
빛을 볼 수 없어요
이제 당신 곁으로 가려 합니다.
-『한국미소문학』(2019년 여름호)

<해설>
예수의 열두 제자 중 베드로만큼이나 중요한 인물이 유다이다. 마음이 약한 만큼 욕심이 많았던 유다는 스승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의구심이 더 강했다. 병사들이 현상금이 걸린 예수를 잡으러 왔을 때, 유다가 다가가 입 맞추어 인사하는 사람이 예수라고 약속이 되어 있었다. 유다의 이 행위에 병사들은 예수를 잡아갈 수 있었고 예수는 재판을 받고 매질과 조롱을 당하고 결국 십자가 처형을 당한다. 예수에게 희생자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큰 역할을 한 유다를 두고 속죄양이이라고 표현한 이연주 같은 시인도 있었다. 러시아의 화가 니콜라이 게(Nikolai Ge)가 그린 그림의 제목은 ‘Conscience, Judas’이다. 1891년 작품이다. 밤중에 천으로 몸을 둘둘 감고는 자살하러 가는 모습을 그렸다. 시는 제2연부터 화자를 유다로 삼아 독백조로 전개된다. 순간의 욕망으로 예수를 팔았지만 회개가 그만 자살로 이어진다. 뒤늦게 예수가 구세주임을 깨달은 유다는 양심의 가책에 치를 떨면서 자살한다. 시인은 그림을 보고 유다가 빛을 찾아서 갔다고 생각하였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