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시] 조원효 시인의 「간섭」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news/photo/201907/55324_32549_3312.jpg)
간섭
조원효(시인)
#1.
와인을 이야기 하다 샴페인으로 건너간다 샴페인은 무겁다 왠지 모를 참혹이 배어 있다 이모는 와인만큼 근사한 음식은 없다고 했다 나는 와인을 볼 때마다 요양원에 끌려가는 노인을 생각한다 뼈가 바짝 말랐다 사실, 그것을 마실 땐 저울질 하는 소년들이 더 보고 싶다 마약에 취해 고개를 뻐끔 내미는 덴마크 소년들 잉어 한 마리가 여기 있다 와인과 잉어는 잘 어울린다 손에서 미끄럽게 빠져나가 듯 말이다
#2.
반 지하 방에서 마신다 친구들과 마신다 애들아 사람을 죽이면 지옥에 가, 우리는 몰래 지옥을 마신다 숨을 죽이고 들이킨다 이곳엔 잔 벌레가 많다 힘을 줄수록 빨리 취한다 이제 그만 와인을 놓아줘야지 명상이 길어지자 A가 판을 벌리려고 말린 오징어를 가지고 온다
#3.
오늘 밤은 취하지 않기로 하자 소년들의 발이 맞물린다 톱니바퀴 같이 부딪히는 거지 밀착돼서 마시는 것은 달콤하다 나방 한 마리가 허벅지 사이사이에 가라앉는다 불을 꺼, 도망치겠지 방바닥에 맨홀이 있는 것 같고, 검은색 테두리를 따라 우리는 조심스럽게 걸었던 것 같은데, A야, 돈키호테가 되자며
맹목적인 믿음과 약간의 이해
#4.
아카시아 향이 지독하다

조원효
시인.
2017년 <현대시> 등단. 시집 『라스트 유치』(2011) 발간.
※ 위 시는 웹진 "문화 다"와 공동으로 게시한 작품입니다.
http://www.munhwada.net/home/m_view.php?ps_db=intre_etc&ps_boid=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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