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98) / 아이의 마음 - 최영은의 ‘이상한 봄’
이상한 봄
최영은
그림책에 3월과 4월은
봄이라고 해요
눈사람과 얼음은 겨울이고
개나리꽃 새싹 나비는
봄이라고 해요
창 밖 멀리 치악산에 눈이 있고
우리 학교 담장 밑에 개나리꽃과
새싹이 돋아 있어요
치악산은 겨울이고 우리 학교는
봄인가 봐요
-한국어린이재단, 『엄마 대신 아빠 대신』(대교문화, 1987)
<해설>
장애아 특수학교인 원주청원학교 5학년에 다니는 정신지체아 학생이 쓴 동시다. 이 아이, 지금은 중년이 되어 있겠다. 치악산에는 눈이 있으니 거기는 아직도 겨울이고 우리 학교 담장 밑에는 개나리꽃이 피었고 새싹이 돋았으니 여기는 봄이란다. 아이에게는 이것이 너무나 이상하다. 정신지체아여서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라 순진무구한 아이이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한 것이다. 자연법칙을 과학으로 따질 수 없다 해도, 원거리에 있는 자연과 근거리의 자연이 차이가 난다는 이 사소한 발견은 아이에게는 아주 소중한 경험이다. 어른의 인식과 상상력으로 쓴 수많은 동시보다 이런 솔직하고 담백한 동시가 훨씬 큰 감동을 안겨준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