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쿤카페금지법’ 발의, 성급하다는 지적 이어져... 동물 산업 규제 정책, 모두가 납득할 수 있게 협의 이뤄져야
‘라쿤카페금지법’ 발의, 성급하다는 지적 이어져... 동물 산업 규제 정책, 모두가 납득할 수 있게 협의 이뤄져야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9.07.17 23: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최근 이색동물카페와 동물원 등을 대상으로 한 동물 전시 및 판매 관련 법안이 우후죽순 발의되며 법안을 둘러싼 논의가 한창이다. 동물 관련 법안이 규제 일변도로 흘러가자 관련 사업자들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실현 가능한 절충안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법안의 규제 사항은 과한 부분이 있으니 상황을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실현 가능한 방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동물 관련 시설에서의 동물 관리 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12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이용득, 이상돈 의원과 정의당 이정미 의원, 환경부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야생동물 전시, 판매 관리 국회토론회'가 개최됐다. 야생동물 전시, 판매 관리 국회토론회는 한정애, 이용득, 이정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의 '야생동물'의 전시금지, 판매 제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자리였다. 

국회토론회 단체사진. 사진 = 육준수 기자
국회토론회 단체사진. 사진 = 육준수 기자

세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각각 야생동물 전시, 판매에 대한 규제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용득 의원이 8월에 발의한 법안은 식품판매 업소에서 야생동물의 전시 및 사육을 금지하는 법으로, 일명 ‘라쿤카페금지법’이라 불린다. 모든 이색동물카페를 무조건적으로 금지하여 점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정미 의원 발의 법안은 야생동물의 택배 및 온라인 판매를, 한정애 의원 발의 법안은 야생동물 판매를 제한한다. 

위와 같이 야생동물에 대한 법안이 발의됐으나 그 타당성에 대한 의문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작년 1월에는 라쿤, 미어캣 등 이색동물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점주들이 ‘라쿤카페금지법’에 맞서기 위해 ‘이색동물단체’를 조직 및 발족했으며, 5월 8일에는 동물원과 수족관 등 여러 동물사업자를 대변하는 한국동물문화산업협회(KACIA)가 발대식을 진행하여 법안의 부당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색동물단체는 야생동물이 실질적으로 우리 삶에 위협을 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왜곡된 인식으로 인해 과잉 입법이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를 표했고, 한국동물문화산업협회는 야생생물 관련법과 동물원 관련법으로 인해 동물 사업자들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지적했다. 

윤익준 부경대학교 교수. 사진 = 육준수 기자
윤익준 부경대학교 교수. 사진 = 육준수 기자

야생동물 전시, 판매 관리 국회토론회에 참여한 윤익준 부경대학교 교수는 국내의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야생동물의 거취를 규제하는 법안은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이들의 사업적 지점을 필연적으로 건드리며, 때문에 사업자들의 자유를 침범하고 있는지 충분히 검토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윤익준 교수는 법안을 발의함에 있어 꼭 검토해야 할 사항은 다섯 가지라고 강조했다. 첫째는 “야생동물 판매자가 소급입법을 예상할 수 있었는가”로, 법이 제정되면 그 이전에 했던 일들까지 영향을 받게됐다는 것을 판매자가 예상할 수 있었는가에 대해서이다. 야생동물 관련법이 발의되면 이전에 분양받은 야생동물과 증축한 시설 등에 문제가 생긴다. 그러나 업자가 이를 모르고 있었다면 막대한 손해를 피할 수 없다. 두 번째는 “법적 상태가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워 판매자가 가지는 신뢰이익의 보호가치가 적은가”에 대해서이다. 신뢰이익은 법률행위가 무효로 되었을 때 당사자가 법률행위를 유효라 믿어 생기는 손해를 지칭하는 말로, 법안으로 인해 제한될 사업적 영역에 사용한 금액이나 노력의 가치를 보호해야 한다는 뜻이다. 세 번째는 “당사자의 손실이 없거나 경미한가”이다. 네 번째는 “중대한 공익상의 사유가 신뢰보호의 요청보다 우선하는가”로, 법안이 공적으로 응당 해야 할 일이라 개인의 신뢰를 보호받아야 할 이유보다 더 큰지 또한 그 근거가 있는지에 대해서이다. 다섯 번째는 “적어도 앞의 여러 의문점보다 개정을 통해 얻고자 하는 공익이 신뢰보호의 요청에 우선할 정도로 중대한 것인가?” 이다. 현재의 법안은 이 다섯 가지 사항에 근거하여 점주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안이 실행될 경우 야생동물 관련 업자들은 막심한 손해를 입게 되며 사전에 이 법을 예상할 수도 없었다. 또한 동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방안 또한 ‘알아서 보고하라’고 하여 업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점에서 공익성을 담보한다 보기 어렵다. 

윤익준 교수가 발표 중이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윤익준 교수가 발표 중이다. 사진 = 육준수 기자

그렇기에 윤익준 교수는 법안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어지고 이를 통해 법안이 조율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비규제대상 야생동물(화이트리스트)나 규제대상 야생동물(블랙리스트)를 만들 수도 있고, 야생동물 거래업을 신설하고 허가기준과 등록 요건을 신설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그조차 아니라면 가축 외 야생동물 운송에는 기준을 마련하는 등 개별적으로 접근한다면 보다 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효연 이색동물카페 대표. 사진 = 육준수 기자
지효연 이색동물카페 대표.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밖에도 토론장에서는 현재의 법안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에 대한 지적이 다수 있었다. 지효연 이색동물단체 회장은 야생동물이 ‘인수공통감염병’을 일으킨다는 이야기는 과도한 공포조장으로 야생동물카페 금지 법안은 부당하다고 이야기했다. 지효연 회장은 주로 언급되는 ‘살모넬라’ 균은 핸드폰이나 야채, 과일, 계란에서도 발견될 수 있으며 손소독제와 예방접종 등으로 인수공통질병을 손쉽게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오히려 강아지나 고양이 카페에서 광견병 등 인수공통감염병의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며, 라쿤카페에서는 실질적인 사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야생동물’이라는 이유로 과한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동물문화산업협회(카시아)에서 초빙한 미국의 야생동물 전문가 마이클 B 브릭스 수의사 또한 같은 의견이었다. 1984년부터 수의사로 일했으며 AZA(미국 동물원, 수족관 협회)의 승인위원회로 활동, 국제 수생 동물 학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많은 동물을 접해온 브릭스는 “잠정적인 인수공통전염병에서 실제 일체에 전염된 경우로 확증된 경우는 1프로가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브릭스 수의사. 사진 = 육준수 기자
브릭스 수의사. 사진 = 육준수 기자

생태계의 교란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효연 회장은 황당하다는 입장이었다. 서른 개 남짓한 라쿤카페에서 백 마리도 안 되는 라쿤이 탈출한다고 하여 생태계가 바로 교란된다는 것은 과한 해석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라쿤의 임신기간이 2달 이상인 것을 예로 들며, 지효연 회장은 “모피 생산을 위해 수천마리 라쿤을 들여왔다가 생태계 교란이 일어난 일본과 우리나라는 경우가 다르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지효연 회장은 ‘야생동물’과 관련한 업태를 무조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며, ‘특수동물전시업’이라는 하나의 명칭으로 통합하여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수공통감염병이나 위생상의 문제는 음식물을 취식하는 공간과 라쿤가 만나는 지점을 완벽히 분리하고, 동물 건강검진과 예방접종울 의무화하여 해결할 수 있다. 지 회장은 이밖에도 동물 중성화나 등록 칩 이식, 예방접종 의무화, 은신처 마련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가능하다면 특수동물전시업의 가이드라인이나 시설규정을 만드는 데에도 직접 참여”하여 동물 복지 저해 요소를 없애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 사진 = 육준수 기자
이형주 어웨어 대표. 사진 = 육준수 기자

발표가 진행되던 중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이색동물카페는 물론 강아지, 고양이 카페 역시 동물복지를 저해하고 있다며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업자들의 입장은 이와 달랐다. 

문대승 한국동물문화산업협회 전문위원은 동물 관련 업자들을 단순히 동물을 사고 파는 존재로 매도하여, 그들이 동물을 자본으로만 본다고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문 위원은 동물 산업 영역에 종사하는 이들은 동물에 대한 애정과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에 의해 오히려 동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인식이 개선된 부분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이색동물의 경우는 특히 그러하다. 파충류를 우리가 이전보다 친근하게 여기게 된 데에는 이색동물 업자들의 많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 위원은 감성에만 치우쳐 사업자들을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사업자들이 하고 있는 역할을 인정하고 산업 영역을 지킬 수 있는 현실적인 법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대승 한국동물문화산업협회 전문위원. 사진 = 육준수 기자
문대승 한국동물문화산업협회 전문위원. 사진 = 육준수 기자

토론회가 심화되며 다수의 토론자들은 현재의 법안이 수정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지효연 회장과 문대승 자문위원, 이준희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과장은 ‘야생동물’이라는 카테고리에 대해서도 더욱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행법상 6종의 반려동물(개, 고양이, 햄스터, 토끼 등)과 가축(소, 말, 돼지, 닭 등)이 아닌 동물은 모두 야생동물에 해당한다. 각 동물은 저마다 위해 요소도 다르며, 경우에 따라 인간과 교감하고 가축화가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종에 근거한 야생동물 분류법에 대해서도 재고가 필요하다는 것이 참여자들의 생각이다. 

이날 야생동물 전시, 판매 관리 국회토론회 참가자들 중 다수는 법안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법안이 발의되면 실질적으로 업무를 맡아 하게 될 환경부에서도 같은 생각이었다. 이준희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과장은 “지금 소규모 전시시설과 야생동물 카페의 사각지대를 어떻게 없애면서 갈 것이냐를 환경부에서 정하진 않았다.”며 이제는 “업계에서 문제제기가 있으니 고민해서 정리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야생동물 판매는 소유와 같이 가는 듯하다.”며 “그런 부분을 어떻게 해야 할지, 종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논의하면서 풀어가야 할 문제로 보인다. 저희 환경부도 법안 논의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의견을 내서 제안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준희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과장. 사진 = 육준수 기자
이준희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과장. 사진 = 육준수 기자

한편 야생동물 전시, 판매 관리 국회토론회에는 윤익준 교수와 마승애 동물행복연구소 공존 대표, 문대승 한국동물문화산업협회 전문위원, 지효연 이색동물단체 대표,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 이기원 사무국장,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이준희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과장 등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또한 객석에는 다수의 동물 관련 사업자와 애호가, 동물 운동가들이 참여했다. 동물의 문제에는 입장을 가진 이들이 얽혀 있는 만큼 법안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전부 다르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법안을 성급하게 진행하는 것보다는, 현재의 상황과 법안을 신중히 검토 및 분석하여 잘못된 선택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야생동물 전시, 판매 관리 국회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야생동물 전시, 판매 관리 국회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