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다 미니픽션] 합의금- 주애령 소설가
[문화다 미니픽션] 합의금- 주애령 소설가
  • 주애령 소설가
  • 승인 2019.07.29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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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민 상담 게시판입니다. 방탈은 되도록 자제해주세요. 욕설, 광고글은 관리자가 사전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오랫동안 고민하다 여기에 글 올립니다.

욕하지 말고 읽어주세요. 미친년이라고 악플 다실 거면 그냥 뒤로가기 눌러주시고요. 끝까지 읽어주신 분만 댓글 달아주세요. 정말 제가 뭔가 크게 착각하는 건지 오해를 하는 건지 아니면 정신병이 있는 건지 진지하게 얘길 해주세요.

정말 여기밖에 털어놓을 데가 없거든요.

재작년 말에 우리 언니가 죽었어요. 정확하게 말하면 살해당했어요.

사귀던 남자 새끼한테 두들겨 맞다가 피한다고 베란다로 도망갔다가 떨어졌거든요. 오층밖에 안됐는데 운이 나빴는지 즉사했어요. 저도 예전부터 폭력 쓰는 미친 새끼니까 빨랑 쳐내라고 했는데 차일피일 늦어졌던 것도 있고 부모님도 헤어지는 거에 뜨뜻미지근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니 가족 중에 그 새끼랑 헤어지라고 했던 사람이 저밖에 없네요. 생긴 거 멀쩡하고 대기업도 아니고 중간짜리 회사 정규직인 게 뭐라고.

그 일 있고 나서 무수히 많은 일이 있었지만 일일이 얘기하는 거 너무 괴로우니까 결론부터 빨리 말할게요. 집유 나왔어요. 초범이고 사고사로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네요. 그 새끼 부모가 장례식 찾아와서 경찰들 보는 앞에서 무릎 꿇고 싹싹 빌었어요. 딱 그날만. 장례 끝나고 나서 거의 매일 집으로 찾아와서 사고로 죽은 거 가지고 남의 집 귀한 아들 앞길 망칠 거냐고 난리 치더라고요. 엄마가 부들부들 떨면서 경찰에 전화해서 우리 집 와서 행패 부렸다고 하면 그런 적 없다고 딱 잡아떼고. 동생은 미친 듯이 울고불고, 사람이 사는 게 아니었어요. 아무튼 인간이 악마가 되면 무슨 짓을 하는지 똑똑히 봤죠. 나중에 천만 원 받고 합의하자고 하더라고요. 말도 안 되죠. 그때 담당 경찰도 액수 듣고 한숨 팍 쉬더니 어머님 힘드셔도 기다려 보라고 하더라고요.

결론적으로 육천오백 받았습니다. 물론 사과문도 받고 합의서 써줬어요. 그런데 사과문 받았다는 확인서를 써달라고 하더군요. 그게 다 판결에 반영됐던 거 같아요. 부모님한테 그런 거 써주지 말라고 저도 울고불고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런 걸 써줘야 합의금을 주는 거 같더라고요. 여기서 합의금 받았다고 욕할 분 많겠지만 저도 한참 나중에야 알았어요.

어떻게 알았냐고요? 부모님이 이사 가자고 해서 알았습니다...

원래 저희 집 반지하 살았거든요. 그것도 비교적 깔끔한 반지하가 아니라 정말 텔레비전 독거노인 다큐에나 나오는 그런 데요. 거기 살다가 어느 날 3층 빌라로 가자실 때 뭔가가 딱 하고 뒤통수를 때리더라고요.

아 그랬구나.

그래서 부모님이 확인서니 뭐니를 쓴다고 했구나. 죽은 딸 시체 팔아서 장사했다, 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거죠.

그 새끼 엄마라는 년이 와서 고래고래 소리 지를 때 비슷한 말 했던 거 같아요. 정확히는 기억 안 나지만 시체 장사꾼, 세월호 유족 같은 거지새끼들이라고.

지금 와 생각해보면 그 행패 부린 게 어차피 합의금 줄 거 쌩난리쳐서 액수라도 후려칠 심산이었던 거 같아요.

어쨌든 이사 왔어요. 여기 쓰기도 부끄럽지만 태어나서 처음 햇빛 짱짱하게 들어오는 집에서 사는 거예요.

저처럼 안 살아보신 분들은 잘 모르실 거예요. 빨래 뽀송하게 마르는 거 보면서 행복하다가도 눈물이 왈칵 쏟아져요.

밖에 나갈 때 콤콤한 곰팡이 냄새 풍길까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푹 놓이고요.

써놓고 보니 제가 봐도 참 구질구질하네요.

이게 다 죽은 우리 언니 덕분이라고 생각하면 밖에 나갈 마음도 안 생기고 쉬는 날이면 하루 종일 거실에 들어오는 햇빛만 보면서 바보처럼 멍하니 앉아있기만 해요.

정말 바보 같죠. 네, 바보 천치예요. 살고 싶지도 않고 썩은 배춧잎처럼 쪼그라들어서 죽고 싶어요.

문제는 제 진짜 고민이 다른 데 있다는 거예요.

한 달 전에 엄마 핸드폰 검색기록을 몰래 봤어요. 검색어가 ‘합의금’ ‘합의금 액수’ ‘사망 합의금’ ‘데이트 폭력 합의금’이 뜨더라고요.

휴...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거. 바로 그거예요. 그 문제. 합의금요.

왜 엄마 핸드폰을 몰래 봤는지 또 욕하시는 분들 계실까 봐 얘기할게요. 세 달 전인가 집에서 엄마 아빠 동생이랑 같이 저녁 먹을 때였어요. 오랜만에 목살 사 와서 구워 먹으려는데 엄마가 갑자기 그러시더라고요. 너 남자 있냐고요.

그 질문 받고 헉했어요.

제가 남자 친구 있을 리가 없잖아요. 사실 그 일 있고 나서 일부러 저랑 사귈 만한 남자 있을 법한 장소는 다 피해 다녔거든요. 알바도 여사장 있는 데로만 다녔고 남자 손님 오면 다른 알바한테 시키거나 잘 웃지도 않고 주문 빨리빨리 받다가 핀잔 듣기도 했어요. 그렇게 살고 있는 애한테 무슨 뒤질 연애를 하냐고 묻는 건지 정말 모르겠더라고요.(욕설 써서 죄송하지만 솔직히 연애에 대해 제 기분은 딱 저거예요. 뭔놈에 나가 뒤질 연애.)

어쨌든 만나는 사람 없다고 대답하고 그날 저녁은 그냥 넘어갔어요. 그런데 엄마 아빠가 저녁 드시면서 내내 말씀이 없으시더라고요. 더 먹어라, 고기 더 구울까, 하는 말씀도 없으시고 오히려 제가 나서서 모자라면 마트 가서 고기 사 온다면서 괜히 웃고 까불었어요. 제가 무슨 잘못 저질러서 눈치 보고 비위 맞춰야 하는 분위기였어요.

그러고 나서 별일 없었어요. 아빠는 집에서 뭔 일이 터지든 일체 말씀이 없으신 분이세요. 언니 그렇게 됐을 때에도 한 마디도 안 하시고 안방에 앉아 담배만 피우셨어요. 그 새끼 집에서 쫓아와서 문을 발길로 쾅쾅 걷어차고 엄마 기절하셨을 때도, 동생이 핸드폰 들고 발발 떨면서 119 부른다고 울 때도 문 닫고 담배만 피우셨고요. 제가 보다 못해서 아빠한테 뭘 좀 해보라고 하니까 조용히 나가셔서 다음다음날 새벽에 조용히 들어오셨어요. 어디서 술 드시고 취했다가 깰 때쯤 돼서 오신 거 같았어요. 제가 술집 서빙 다 해봐서 냄새 맡으면 대충 눈치로 알거든요.

남자 사귀냐고 물어보신 다음부터 엄마는 다른 말씀 없었고, 아빠는 원래 말씀이 없으시고 동생은 어리니까 말 안 통하고. 저는 알바 아니면 집안에 앉아 멍 때리는 것 말고는 아무 일 없었어요. 

네, 착각이겠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뭐랄까, 계속 쎄한 느낌이 떠나질 않아요. 그냥 불안하고, 등가가 서늘하고 엄마 아빠랑 눈 마주치면 얼른 피하시거나 딴소리하시는 듯한 느낌이 계속 들었어요. 그래서 엄마 핸드폰을 몰래 본 거예요. 아빠는 피쳐폰 쓰시고요.

네, 그 부분은 물론 제가 잘못했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알아서 저 스스로를 욕하고 있으니까 불필요한 악플은 사양할게요.

정말 무서운 건 엄마 아빠를 의심하다가도 예전에 살던 반지하방 생각을 하면 저도 모르게 도리질을 친다는 거예요. 하늘이 두 쪽 나도 거기 다시 살긴 싫어요. 반지하방으로 돌아가면 죽은 언니가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선뜻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어요.

그런 제가 정말 싫고 밉고 죽고 싶어요.

매일 높은 데 찾아 뛰어내리고 싶은 저도 막상 아침에 일어나서 햇빛 들어오면 기분부터 좋은데 엄마 아빠라고 안 그러시겠어요. 두 분 다 아프신지도 오래됐고 말씀은 안 하셔도 가난이 지긋지긋하시겠죠. 아직 어린 동생도 키우셔야 하는데.

지금은 되도록 부모님 마주치길 피하고 있어요. 얼굴 볼 때마다 쎄하고 괜히 떨리고 그러거든요. 집에도 잘 안 있으려고 해요. 친구들한테 물어봐서 사정되면 하루만 재워달라고 조르고요. 일부러 알바도 일찍 나가서 늦게 들어가니까 졸지에 사장이 최애하는 알바가 되어버렸네요.

비는 시간이면 혼자서 공원 같은 데 앉아서 하늘 쳐다보며 울었다 웃었다 해요. 웃기죠. 머리에 꽃 단 년이 따로 없어요.

어쨌든 이 글 보시는 분들께 조언 부탁드립니다. 제가 뭔가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다면 꼭좀 일깨워주세요.


- 쓰니 이거 진짜예요? 자작글이면 아이피 찾아내요.

- 아무래 그래도 부몬데 둘째딸까지 팔아서 합의금 바랄까요. 제가 보기에도 주작인 듯.

- 제가 보기엔 안그래요. 젊은 분들은 모르겠지만 구십칠년 아이엠에프 터졌을 때 아들 발목 잘라서 합의금 타낸 아버지 있었음. 난 충분히 가능하다고 봄.

- 남자 새끼부터 죽여야

- 아니 집유 때린 판새부터 죽여야

- 위 두분께 핵공감. 노답 헬조선.

- 동생 남잔가요? 아들 키울라고 딸 둘 다 죽이는 건 좀...

- 쓰니님 보세요. 아무래도 쓰니가 죄책감을 많이 느끼시는 것 같아요. 쓰니는 잘못 없어요. 우울감이 좀 있는 것 같으니 병원 가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힘내시고요.

글쓴이님 보세요. 저는 상담사 자격을 취득하고 1년 정도 실무를 경험한 사람입니다. 위에 자작글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제 경험으로는 꾸며낸 이야기 같지 않아서 글 올립니다.

소중한 가족을 잃으셨으니 여러 가지 부정적인 감정이 글쓴이님에게 남아 있을 거예요. 재작년 말 쯤이라고 하셨으니 대략 1년 반 지났겠네요. 원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냈을 때 3년상을 치른다는데 실상 가족을 잃은 분들 말씀을 들어보면 3년이라는 기간이 실제로 걸린다고 하네요.

직접 상담을 하지 않아 정확하진 않지만 글쓴이님께서 깊은 죄책감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합의금으로 나아진 생활환경을 누리고 있는 현실에 대해 느끼는 죄책감을 홀로 감당하기 힘들어 일부 부모님께 떠넘기고 있는 거라고도 볼 수 있고요.

실제 상담을 해보면 자식을 잃은 부모는 그 일에 대해 말하기를 매우 꺼립니다.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말을 하면 풀리지만 그 이상의 트라우마는 말로 풀어내는 것 자체가 심각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때문이지요. 그렇기에 글쓴이의 부모님께서는 돌아가신 언니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계신 걸로 보입니다.

혹 부모님이 글쓴이가 죽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것도 역시 직접 상담을 하지 않아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제가 보기엔 글쓴이가 느끼는 우울감과 자살 충동이 떠넘겨진 것으로 보입니다. 심리학적으로 말하자면 조금 복잡하지만 간단히 말해 글쓴이님의 착각이자 오해라는 것이지요.

아직도 글쓴이님은 돌아가신 가족을 애도하는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신 걸로 보입니다. 주변 기관을 찾아 심리 상담을 받아보실 것을 권합니다. 가능하다면 부모님과 동생분도요.

   글쓴이님의 마음에 하나님의 사랑과 평화가 찾아오길 기원합니다.

- 상담하신다는 분 말씀이 맞네요... 쓰니의 착각인 듯.

- 다시 읽어봐도 난 아무래도 자작으로 보임. 합의금 장사 성공했다고 한 번 더 하려는 바보가 어디 있나.

- 댓글러들이랑 상담한다는 글쓴이, 잘 좀 생각해봐라. 엄마 핸드폰에 검색 기록이 있다잖아. 그건 어떻게 설명할 거야?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특히 상담사님 말씀도요.

되도록 많은 분들이 봐주시길 원했지만 사이트 대문에 올라가서 조금 놀랐어요.

사실 이 글 남기고 고민 많이 했습니다. 경솔한 행동이 아닌가 싶어서요...
그래도 글로 써서 정리를 하니까 남겨주신 글 읽으면서 마음도 조금은 편해진 거 같아요.

그리고 정말 자작 아닙니다. 하늘에 걸고 맹세해요. 제가 왜 죽은 언니 따위 이야기를 꾸며내겠어요. 저한테 무슨 이득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욕만 먹는 걸요.

어쨌든 감사합니다.

그리고 검색 기록에 대해서는 생각해 봤는데 툭 터놓고 엄마한테 물어보려고요. 그 수밖에 없죠. 어찌 됐든 가족이잖아요. 저희 집이 찢어지게 가난했는데 그동안 안 버리고 키워주신 것만 해도 감사하거든요.
엄마한테 물어보고 나서 다시 글 올릴게요. 약속드려요.

- 쓰니 답글 올라오고 나서 일 년 반 지났는데 왜 글이 안 올라오냐.

- 죽은 듯.

- 자작이라니까.

- 자작이든 뭐든 그게 뭐가 중요해. 어제도 지 여친 때려죽인 새끼 집유 나온 기사 쏟아졌잖아. 뭐 그중 하나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개노답 헬조선인 건 사실. 자살했든 살해당했든 이 나라 빨랑 망했으면 좋겠다.

 

주애령(필명)
1980년생. 소설가, 문화 칼럼니스트.
편집동인.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박사 졸업. 2017년 계간 <21세기 문학>, 아동문학 계간지 <어린이책 이야기>로 등단. 저서로 『동화, 영혼의 성장』, 경향신문 영화소설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연재(2005), 대중음악 웹진 음악취향Y 필진(2006~)

※ 위 미니픽션은 웹진 "문화 다"와 공동으로 게시한 작품입니다.

http://www.munhwada.net/home/m_view.php?ps_db=intre_etc&ps_boid=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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