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 내 성폭력 피해자 연대모임 “아가미” 2차 좌담회 ‘파급력 파티’ 열려
문단 내 성폭력 피해자 연대모임 “아가미” 2차 좌담회 ‘파급력 파티’ 열려
  • 김지현 기자
  • 승인 2019.08.02 20:45
  • 댓글 0
  • 조회수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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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 내 팽배한 위계에 의한 폭력
연대와 새로운 지평으로 담론을 만들어나가자

[뉴스페이퍼 = 김지현 기자] 지난 5월 흑표범 작가의 작품 비평에 대한 김경주 대필 사건이 세간에 알려졌다. 문인들이 대필 사건에 연루되면서 직업윤리를 어긴 것도 문제였지만, 이 사건이 더욱 의미를 가진 것은 사건을 통해 문단 내 위계에 의한 폭력이 폭로되었다는 점이다. 김경주 시인의 요구로 대필을 하게 된 차현지 소설가는 자신의 SNS를 통해 대필에 대한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김경주 시인은 차현지 소설가에게 이러한 메일을 보낸다.  

나 역시 너가 하듯이 이제 너가 어떤 사람인지, 나에게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주변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닐 것이다. 그 파급력은 너의 주변 사람들과는 다를 것임은 약속할 수 있다.

- 김경주 메일 일부 발췌

지난 25일 오네긴하우스에서 문단 내 성폭력 피해자 연대모임 아가미 2차 좌담회가 ‘파급력 파티’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이번 좌담회는 문단 내 위계에 의한 폭력에 대해 다뤘다. 사회자 지지는 문단 내 성폭력은 위계에 의한 폭력과 다름없다고 밝히며, 위력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차현지 소설가는 김경주 대필 사건의 경위를 이야기했다. (관련 기사 링크 클릭) 24살에 처음 문단에 데뷔하고 처음 만난 선배였던 김경주 시인을 차 소설가는 도움을 주는 선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김경주 시인이 연극, 뮤지컬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커리어와 상관없는 일을 해야 함은 물론, 대필까지 하는 일이 발생했다.  

차현지 소설가는 김경주 시인에게 금전적 대가를 받고 일을 도왔지만,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글을 쓰고 싶진 않았다고 밝혔다. 대필했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이 엄청난 일이지만 해야만 했다. 차 소설가는 문단 내 위력을 가진 사람이 ‘이 일이 너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라는 말을 하면 후배들에게 파급력이 크다는 사실을 말했다. ‘김경주 대필 사건’을 공론화함으로써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에게 잘 못 됐다는 사실을 인지시키고 싶었다고 한다.  

차현지 소설가는 김경주 시인에게 ‘파급력’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메일을 받았을 때 한편으로 두려웠다고 한다. 김경주 시인이 가진 파급력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영향력보다는 크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파급력’이라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김경주 시인이 가진 권력일 것이다.  

아가미 파급력 파티 [사진 = 김지현 기자]

 

손수 끓인 국수가 너무 그리워요. 집에 와서 국수 끓여주면 시 잘 봐줄게요.

이날 행사 참석자들은 본인이 듣고 겪은 문단 내 위계가 느껴지는 말들을 연기하며 발표하면서 함께 공감하며 호응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석자들이 문단 내에서 권력을 자랑하는 말들은 우스꽝스러워 청중들의 폭소를 자아내게 하기도하고, 치졸하다며 야유를 부르기도 했다.  

“등단하면 솔직히 습작생 다 꼬실 수 있잖아.” 
“네가 앞으로 누구 덕분에 먹고 살 수 있을지 잘 생각해봐.” 
“후배 시인들 다 나한테 정기적으로 연락도 주고 꿀도 선물로 줘.” 
“시인은 평론가에게 잘 보여야 하니까 먼저 인사해.” 
“야 그 시인 내 말 한마디면 문단 자리 못 나와”

발표 중 ”문단에서 활동하려면 국수도 잘 끓이고, 꿀도 잘 보내고, 인사 잘해야 한다” 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며 또 한 번 좌중들이 폭소했다.  

한편으로는 문단 내 힘의 과시를 동반한 만연한 비리를 알 수도 있는 자리였다.  

“나한테 직접 원고 주면 2차 심사부터 볼 수 있는 거다.” 
“걔 시 같은 실험 정신 가득한 시는 나니까 뽑아준 거다. 너도 그렇게 쓰면 내가 뽑아줄 수 있어.”

한바탕 웃고 떠든 후 참가자들은 이러한 위계에 의한 폭력을 겪었을 때 어떤 감정과 생각을 가졌는지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한 참가자는 “나한테 원고주면 2차부터 심사받으면 돼”라는 말을 직접 듣고 ‘이 사람에게 잘 보여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두려웠던 경험이 있었음을 밝혔다. 그 사람에게는 나의 등단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권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참가자는 문단 내 실제로 존재하는 위계가 있고 영향력이 있으며, 약자는 착취와 폭력의 대상이 되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 위계가 얼마나 허상인지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겁을 먹으면 변화를 만들어내기가 어렵다며, 주눅 들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그 허상과 가짜에 맞서 오늘처럼 웃고 조롱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학계에서 유명하다는 것이 곧 권력이고 그 권력은 엄청나다. 그들은 교수, 심사위원, 평론가 등으로 활동하며 완벽한 권력이 작동되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있는 권력을 고발하면서 그 권력을 무시한다는 것은 어렵다. 이에 대해 한 참가자는 위계를 무시할 수 있는 연대체를 만들어야 한다며, 비등단 등 담론 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견으로 문학계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 등단이라는 인증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새로운 담론을 만들 새로운 지평을 만들자고 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 참가하여 문단 내 위계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한 차현지 소설가는 조우리, 천희란 소설과와 함께 '왓에버'팀을 꾸려 여성 비평가 13인이 페미니즘 비평을 한데 묶은 ‘문학은 위험하다’(민음사)에 대한 북토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행사는 문학의 페미니즘 담론을 이야기하는 새로운 자리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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