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18) / 인턴사원의 비애-구지평의 ‘너덜겅을 걷다’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18) / 인턴사원의 비애-구지평의 ‘너덜겅을 걷다’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08.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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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18) / 인턴사원의 비애-구지평의 ‘너덜겅을 걷다’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18) / 인턴사원의 비애-구지평의 ‘너덜겅을 걷다’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18) / 인턴사원의 비애-구지평의 ‘너덜겅을 걷다’


  너덜겅을 걷다

  구지평


  짧은 자소서에 낭만은 감점 포인트
  하얗게 밤 새우며 너덜겅*을 걷는다만
  그래도 고래 한 마리 
  가슴속에 키운다 

  사막에서 찾는 막다른 정규직행
  쉽게 쓰고 버려지는 삶의 결이 거칠다
  힘겹게 채용 사이트에 
  매달리는 사이보그 

  영혼이 푸석푸석 서른 살의 스펙 쌓기  
  진짜인 듯 가짜인 듯 인공지능 이중대 
  오늘도 헬조선 풍경에 
  젖어드는 티슈인턴**

  * 너덜겅:돌이 많이 깔린 비탈길.
  ** 티슈인턴:인턴 근무 후에 채용되지 못하고 일회용 티슈처럼 그냥 버려지는 인턴사원. 

  —『포에트리아바』창간호(2019)에서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18) / 인턴사원의 비애-구지평의 ‘너덜겅을 걷다’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18) / 인턴사원의 비애-구지평의 ‘너덜겅을 걷다’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대졸자 취업하기가 정말 어려워진 세상이다. 경제개발계획이 진행된 70년대에도 3저의 호황을 구가하던 80년대에도 대학을 졸업하면 어디에건 들어가서 소위 밥벌이란 것을 하였다. 지금은 대학생 때부터 무슨 스펙을 그리 열심히 쌓아야 하는지 옆에서 지켜보기가 영 딱하다. 그렇게 입사하기 전에 열심히 준비해도 정규직이 아닌 인턴사원으로 들어가 상사의 눈치를 보며 죽을 둥 살 둥 일을 한다. 그 결과는? 티슈처럼 버려진다. 

  이 작품은 시조다. 아직도 많은 시조시인들이 봄이면 봄꽃 노래를 하고 가을이면 낙엽 노래를 하는데 이렇게 각박한 현실을 다루니 진정성이 느껴진다. 시조라는 형식은 닫혀 있는 것이 아니라 잘 짜여 있는 것이다. 3장 6구의 틀 안에서도 이렇게 현실과 현대를 실감나게 다룰 수 있다니 놀랍다. 이 시조시인의 지평을 구태여 기대하게 된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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