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가는 어디에 있는가? 등단,대학,잡지’ 요즘비평포럼 열려...
‘비평가는 어디에 있는가? 등단,대학,잡지’ 요즘비평포럼 열려...
  • 김지현 기자
  • 승인 2019.08.07 16: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월 24일 창비학당 친구포럼이 주최하고 까페창비가 후원하는 ‘요즘비평포럼’이 ‘비평가는 어디에 있는가? 등단/대학/잡지’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날 포럼은 이은지 문학평론가 사회하에 진행되었다. 

사회자 이은지 문학평론가
사회자 이은지 문학평론가

이은지 평론가는 비평가는 한국문학을 이론적, 정치적, 대중적으로 견인하는 역할로 문단 내 권위를 행사해왔으나 근래에 비평가의 존재 이유를 안팎으로 추궁당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서 이 포럼을 통해서 비평과 비평가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써 여전히 지배적인 것은 무엇인지, 떠나가는 무엇인지, 앞으로 다가올 것들은 무엇인지 이야기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요섭 문학평론가
김요섭 문학평론가

이날 첫 번째 발제는 김요섭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김요섭 문학평론가에 따르면 신경숙 표절사태와 문단 내 성폭력을 거치면서 다수의 문예지에서 비평의 지면과 역할은 축소되었다고 한다. 김요섭 평론가는 협소해진 비평의 자리에서 오늘날 비평가에게 스스로 비평가라는 자의식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경험과 지속성을 뒷받침하는 것은 등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등단제도가 독립적인 문학비평의 장이라고 하기에는 대학의 특정 분과학문 즉, 국문학의 영토처럼 보인다고 지적하며, 등단제도가 다른 문학 분야와 독립되어야 한다는 비평 의식을 구성하기에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요섭 문학평론가는 과거와 현재의 평론 등단의 차이를 설명했다. 1980년대 말부터 기업, 지자체, 출판사, 잡지 등이 운영하는 문학상이 폭증하기 시작하고 새로 창간하거나 복간된 문예지들은 다양한 원고를 투고 받으면서 투고 자격을 제한하지 않았다. 한 예로 1988년 문학과 사회의 원고 공모에서 평론은 문화평론과 인문사회 논문으로 구성되었다. 오늘날 신춘문예 문학평론 심사평에서 한국문학 작품을 대상으로 한 평론이어야 한다는 비평 대상을 제한하는 것과 비교할 때 차이가 있다. 또한 1997년 창비 신인 평론상 수상작은 ‘보들레르와 근대’로,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에 대한 작가론이었다. 하지만 점진적으로 신인상에서도, 문예지 원고투고에서도 문학평론은 ‘한국문학’ 평론으로 제한되었다. 

​김요섭 문학평론가는 최근 10년간 신춘문예와 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한 비평가들의 학력을 조사한 결과를 보여줬다. 1994년부터 2018년까지 12개 매체의 신춘문예와 신인문학상을 통해서 등단한 비평가 180명 중 국문과가 134명, 또 박사과정 이상이 125명이다. 이는 비평과 논문이 과연 다르다고 할 수 있을지, 비평이 독립적인 글쓰기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만든다는 것이다. 

​또 1994년부터 2018년까지 12개 매체의 신춘문예와 신인문학상 심사위원을 살펴보면 113명 심사위원 중 국문과 출신이 69명으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외국 문학 전공자들의 비중이 시간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으며, 백낙청, 염무웅, 유종호, 오생근, 황현산 등 원로문인들을 제외하고 나면 외국 문학자의 참여가 더욱 감소한다.

​김요섭 문학평론가는 비평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근본적 질문의 답이 학문적 연구와 비평 사이의 경계를 분명히 해야하는 것이라면, 심사위원의 구성부터 비평 공모의 범위, 형태까지 다시 되짚어 봐야 하고, 비평이 태생적으로 학문과 분리할 수 없는 것이 맞다면 학술적 글쓰기와 대중 독자를 향한 글쓰기 사이를 연결 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한다며 발표를 마쳤다.

조영일 문학평론가
한영인 문학평론가

두 번째 발제는 한영인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한영인 문학평론가는 김요섭 문학평론가와 다른 견해를 가졌다. 대학제도가 비평을 비호해왔고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영인 문학평론가는 비평가라는 직업을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기 어려운 이유가 비평가가 수행적 개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평가는 대학원생, 교수, 연구자로서 직업을 갖고 특정 문예지의 청탁 속에서만 비평가가 된다는 것이다. 한영인 문학평론가는 사람들이 비평에 매혹당할 이유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비평가가 되려는 사람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김요섭 문학평론가의 생각과는 반대 의견으로 국문과에서도 비평가가 안 나오는 것이 두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문학 비평은 그 영토가 몹시 작고 엄밀하게 구획되어 있어 문학-출판-자본의 순환이 있을 때만 평론의 형태로 발휘되나, 연구는 얼핏 경직되어 보이지만 투고할 매체가 많다는 면에서는 훨씬 더 넓은 자율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주제의 다양성이나 소재의 폭 모두 대학에서의 문학 연구가 현장의 평론을 압도한다고 했다. 지금처럼 독자들이 비평을 두꺼운 분량에, 어려운 말로 인식한다면 이와 같은 경향은 더욱 짙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영인 문학평론가는 이러한 경향이 어떤 비평가에게는 갈증을 유발하고 그 갈증은 대학 연구 시스템 아래서 조금이나마 풀릴 수 있다고 봤으며, 비평의 핵심은 대학도 자본도 아닌 비평 정신이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장은정 문학평론가
장은정 문학평론가

이어서 장은정 문학평론가가 대학이 아닌 문학 현장으로서의 잡지에 주목하여 비평에 대해 발표했다. 장은정 문학평론가는 ‘비유’라는 잡지를 기획하면서 잡지 비평은 왜 없나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AXT가 창간될 때 새로움을 추구하며, ‘비평 없는 잡지’를 카피로 내세웠는데, 사실은 작품론, 주제비평이 없을 뿐 ‘메인 화면에 소설가들 얼굴을 싣기로 한 것, 어떤 작가를 내세운 것, 문학작품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비평적 행위가 아닌가’라는 질문이 들었다고 한다. 단지 잡지를 만드는 사람들이 비평가에서 소설가로 바뀌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할 수 있냐는 의문이 든 것이다. 

​장은정 문학평론가는 이러한 의구심과 함께 을지로 젠트리피케이션, 문단 내 성폭력 등을 겪으며 ‘현장-스코어-비평’이라는 글을 썼다고 한다. 스코어란 협주 시 연주자들끼리 어느 부분에서 개입하고 어느 부분에서 빠져야 하는지 알 수 있는 악보인데 문학 잡지를 표현하기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문학 독자가 작가가 만들어낸 작품을 어떻게 만나게 할 것이가를 지시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문학 잡지이기 때문이다. 

​장은정 문학평론가는 ‘현장-스코어-비평’이라는 글을 통해 문학 잡지가 현장성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지 문제의식을 던졌다. 문학 잡지가 현장을 기획의 가장 중요한 ‘스코어’로 삼지 않는다면,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10년 후에도 마찬가지로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문학을 통해 아름다움과 옳음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하는 것은 지켜야 할 소중할 것들이 아직 많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잡지와 비평의 현장성에 대해 강조했다.

요즘비평포럼 발표자 (김요섭, 조영일, 장은정 문학평론가)
요즘비평포럼 발표자 (김요섭, 한영인, 장은정 문학평론가)

이날 질의응답 시간에는 대중음악 비평을 하는 참가자가 음악과 다르게 문단은 시스템이 있는 것 같다며, 비평이 계속 이뤄질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인지 질문했다. 

​이에 대해 한영인 평론가는 대중음악과 문학의 차이에 대해서 말했다. 정규 교육에서 시와 소설을 배우지만 대중음악을 듣는 법을 교육하지 않는다. 미술도 현대 미술을 교육하지 않는다. 역사와 한국문학은 민족, 국가적으로 교육받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문학을 향유하는 방법과 지식으로서 비평을 습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요섭 평론가도 이에 동의하며, 문학평론가는 국가 공통의 가치관, 공통의 언어, 공통으로 읽어야 문학이 뭔지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유통에 관련됐을 때 비평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데, 평론가는 상업적인 영향을 끼치며, 지속적인 비평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요즘비평포럼 참가자
요즘비평포럼 참가자

또한 한 참가자는 ‘유튜브 리뷰나 넷플릭스 추천 알고리즘 같은 비평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오늘날 비평이 어떻게 새로운 걸 만들 수 있는가’ 질문을 했고 장은정 평론가는 새로운 비평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이 비평을 한다는 자의식을 갖고 문제 인식과 비평적 대화를 할 수 있는 비평적 공론장 구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은지 평론가는 정리하는 말로 이날 행사를 통해 비평에 대해 비판되었던 제도에 대한 소모적 논의가 아니라. 제도의 필요성에 다시금 공감하고, 지금의 제도에 불가피한 부분이 있으면 개선돼야 할 필요성과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내야 할 일말의 필요성을 각자의 목소리로 공유하는 자리였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참석자들에게 앞으로도 기탄없는 참여를 부탁하며, 행사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