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철규 시인, 7월의 공강혁신 강연자로 나서 타자와 어울려 사는 어려움에 대해 얘기해
신철규 시인, 7월의 공강혁신 강연자로 나서 타자와 어울려 사는 어려움에 대해 얘기해
  • 나영호 기자
  • 승인 2019.08.0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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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나영호 기자] 지난 7월 12일 연세대학교 백양누리 헬리녹스홀에서는 신철규 시인이 ‘지구의 詩間 - 신철규 시인, 여름, 그리고 울음’이라는 제목으로 7월의 공강혁신을 진행했다. 이날 신철규 시인은 사회에서 타자와 어울려 사는 어려움에 대해 얘기했다.

지난 3월부터 연세대학교 고등교육혁신원의 지원으로 시작한 공강혁신은 대학생들의 공강을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 기획됐다. 공강혁신은 매달 한 번씩 문학인을 초청해 행사를 진행한다. 7월의 공강혁신 강연자로는 신철규 시인이 초대되었고 여느 공강혁신과 마찬가지로 문학을 좋아하는 일반인과 공강을 의미 있게 보내고자 하는 학생들이 자리를 채웠다.

 

등과 등 사이에 사람이 있다
서로를 껴안을 수 없는 샴쌍둥이처럼
서로의 등뒤에서 눈이 내려도 돌아볼 것 같지 않은 사람들
당신 뒤에 서 있다고 해서 모두 적은 아닙니다

 

​지금 이 버스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다고 외친다면
당신은 창문을 깨고 뛰어내릴 것인가
의심 가는 사람의 멱살을 잡을 것인가
아니면 고개를 가랑이에 처박을 것인가

 

- ‘등과 등 사이’ 일부

 

시 낭독하는 신철규 시인 [사진 = 나영호 기자]
시 낭독하는 신철규 시인 [사진 = 나영호 기자]

신철규 시인은 대중교통 타는 걸 싫어했다. 타인들의 숨결을 직접 겪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신철규 시인은 여름에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야 겨우 탈 수 있는 버스에 에어컨을 아무리 세게 틀어도 반응하지 못하고 서로에게 등 돌리고 있는 상황을 생각했다. 그땐 상대방이 내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았더라도 증오심이 일어난다면서 “왜 이 세계는 버티기 힘들까. 왜 이 세계는 다른 사람과 나를 증오하게 만들까.”라는 의문이 생겨 ‘등과 등 사이’를 썼다고 말했다.

신철규 시인은 예전에 버스를 타고 집 갈 때마다 힘들었다고 밝혔다. 광화문을 지날 때마다 보인 세월호를 기억해달라고 세운 천막들, 그 천막들이 세워진 것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신철규 시인은 세월호를 위해 세워진 천막들을 방해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천막 속이었던 사람들을 견디지 못했던 이들을 보며 이 세계가 수용소, 혹은 지옥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내가 이 버스를 내려버린다면 엄청난 고생을 감수해야 한다.”란 말을 바로 이은 신철규 시인은 남의 아픔을 공감해주지 못하는 이들과도 이 세계를 함께 살아야 한다는 마음을 이 시에 담았다고 말했다.

 

바다가 있으면 좋겠다,
너와 나 사이에
너에게 한없이 헤엄쳐갈 수 있는 바다가
간간이 파도가 높아서 포기해버리고 싶은 바다가.

 

우리는 금세 등을 맞대고 있다가도 조금씩 가까워지려는 입술이 된다.

 

지구의 둘레만큼 긴 칼로 사람을 찌른다고 해서 죄책감이 사라질까.
죄책감은 칼의 길이에 비례하는 것일까.

 

우리가 사는 별은 너무 작아서
네 꿈속의 유일한 등장인물은 나.
우리는 마주보며 서로의 지나간 죄에 밑줄을 긋는다.

- ‘소행성’ 일부

낭독자료를 보는 한 참여자 [사진 = 나영호 기자]
낭독자료를 보는 한 참여자 [사진 = 나영호 기자]

신철규 시인은 우리가 사는 세계는 작아서 누구든지 어디서든 불현듯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랑 싸우다가도 금방 만나야 하는 상황이 얼마나 괴로웠는지 모른다면서 군대에서 겪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신철규 시인은 군대에서 자기를 괴롭힌 선임과 매번 마주해야 하는 게 힘들었다고 밝혔다. 오죽했으면 언젠가 점호할 때 이러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자고 말하는 환영을 봤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냥 넘어가도 될 일로 선임들이 괴롭혔다면서 이는 우리 사회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 일화를 말하기 전 신철규 시인은 군대 얘기를 싫어할 여성분들에게 양해 부탁한다고 말했지만 그 자리에 있던 여성 관객들은 신철규 시인이 말하는 동안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지 않았다.

발언하는 신철규 시인 [사진 = 나영호 기자]
발언하는 신철규 시인 [사진 = 나영호 기자]

신철규 시인은 너무 밀접한 관계는 숨 막힌다고 말했다. 애초에 사람을 만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봤던 사람만 주로 만나는 신철규 시인이었다. 그렇게 특정한 사람들만 자주 보다 보니 그 사람의 단점도 많이 보이고 견딜 수 없는 것들도 생긴다고 했다. 그래서 ‘그 관계들은 과연 행복한 걸까? 오히려 서로를 증오하게 되지 않을까?’ 의문이 들었다고 전했다.

시의 마지막은 원래 두 줄을 긋는단 얘기였다고 밝혔다. 시를 발표하고 시집으로 묶일 때까지 두 줄로 썼다고 생각한 신철규 시인은 후에 고칠까 생각도 했지만 끝내 고치지 않았다고 했다. 이게 더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신철규 시인은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 사람이 했던 모진 말이나 악행들을 두 줄을 그어 지울 거 같지만 실제로 지우지 않고 더 깊이 각인시킨다고 봤다.

세상엔 착한 사람보다 나쁜 사람이 더 많다고 생각한 신철규 시인은 ‘등과 등 사이’에 ‘지옥은 천국보다 한 평이라도 더 넓을 것이다’라는 구절을 썼다. 천국과 지옥이라는 개념이 실제로 있다면 신철규 시인 자신은 나쁜 사람이니 지옥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인이라는 존재는 마지막까지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을 기다려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사람에 가깝게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강연 끝에 다다랐을 때 한 관객은 자기는 감성적이지 않다고 생각하여 고등학교 때 이공계를 나왔다고 밝힌 신철규 시인에게 어쩌다 시인이 되었는지 물었다. 그 질문에 신철규 시인은 대학생일 때 자신이 과외하던 애가 죽은 사연을 얘기했다. 당시 존재가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고 고백한 신철규 시인은 그때 머릿속을 맴돌던 이미지들을 미친 듯이 메모한 것이 시를 쓰게 된 계기라고 밝혔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어려움을 얘기하던 신철규 시인은 주변 사람에 의해 시를 쓰게 된 계기를 밝히며 강연을 끝냈다. 이날 강연은 친필 사인이 된 시집 증정 이벤트와 사인회로 끝났다.

관객에게 사인해주는 신철규 시인 [사진 = 나영호 기자]
관객에게 사인해주는 신철규 시인 [사진 = 나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