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책이 중심인 사회의 중요성 말해 “빠르고 짧은 매체로는 복잡한 사연 알 수 없어”
장강명, 책이 중심인 사회의 중요성 말해 “빠르고 짧은 매체로는 복잡한 사연 알 수 없어”
  • 나영호 기자
  • 승인 2019.08.0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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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나영호 기자] 지난 7월 20일 민음사와 교보문고가 함께 주최한 ‘VORA쇼!’에는 장강명 작가가 강연자로 나섰다. 이날 장강명 작가는 책이 우리 사회의 중심에 있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얘기했다.

VORA는 교보문고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SNS로 지식, 문화, 생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앱이다. ‘VORA쇼!’는 이런 VORA가 현대인들에게 책과 음악이 함께 어우러진 콘서트를 제공하는 행사이다.

이번 ‘VORA쇼!’ 강연자로 나선 장강명 작가는 2011년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2010년대 한국에서 먹고살기 위한 분투를 키워드로 한 10편의 단편소설을 담은 ”산 자들“을 지난 6월에 낸 바 있다.

발언하는 장강명 작가 [사진 = 나영호 기자]
발언하는 장강명 작가 [사진 = 나영호 기자]

장강명 작가는 ”산 자들“을 쓰면서 신문기사를 염두에 뒀다고 밝혔다. 신문기사를 읽으며 요즘 노동계의 이슈가 무엇인지 살폈고 많이 언급된 걸 소설로 썼다고 한다. 하지만 신문기사만으로는 제대로 상황 파악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이어서 이건 기자의 문제가 아니라 매체 자체가 한계라는 말을 덧붙였다.

기사는 제한된 분량 내에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도움 되지 않는 사실들은 기사에 실을 수 없다. 장강명 작가는 철거 현장을 예로 들었다. 철거민 중에는 시위를 그만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혹여 그런 일부 의견을 기사로 실었을 때 독자들이 그것이 전체의 의견인 양 오해하여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사에 비해 느리고 길고 깊게 사건을 담아낼 수 있는 소설엔 현장의 거의 모든 상황을 쓸 수 있다고 장강명 작가는 말했다.

장강명 작가는 복잡하고 어려운 것들을 제대로 공부하려면 책처럼 현장을 느리고 깊고 길게 보여주는 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빠르고 짧고 얕은 매체들이 많아진다며 아쉬워했다. 요즘엔 사람들은 긴 기획기사를 잘 읽지 않는다. 무조건 짧아야 하고 카드뉴스를 제작해야 하며 카드뉴스에도 글자보단 이미지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유튜브 영상으로 정보를 얻으려 한다. 장강명 작가는 이렇듯 요즘 사람들은 길고 깊고 느린 이야기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장강명 작가 [사진 = 나영호 작가]
장강명 작가 [사진 = 나영호 작가]

장강명 작가는 우리 사회를 짧고 얕게 보도를 하다 보면 여러 사연이 담기지 않고 흑백논리로 담기게 된다고 말했다. 예컨대 착한 쪽과 나쁜 쪽이 생기고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식으로 담긴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장강명 작가는 실제로 현장에 가보면 누구도 착하거나 나쁘지 않다고 했다.

이어 요즘 유행하는 영상 매체로 정보를 접하는 게 글로 접하는 것보다 효과가 적은 이유로 장강명 작가는 여러 가지 소음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사를 읽으며 정보를 접하기보다 유튜브로 정보를 접하는 게 편하다는 걸 장강명 작가도 인정했다. 하지만 우리는 영상을 보는 동안 감각을 영상 안에 담긴 메시지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지 않다는 말을 덧붙였다. “영상에 나오는 사람들이 짓는 표정, 주고받는 농담, 영상에 쓰인 자막 등을 단순하게 즐길 뿐 메시지에 주목하지 않는다.”고 말한 장강명 작가는 어떤 메시지, 이야기, 텍스트의 정수는 글자로만 담을 수 있다며 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책에 담긴 글자는 어떤 진실이나 시스템을 요약할 수 없으므로 왜곡될 일이 없어 여러 다른 사연이나 입장을 접해야 할 때 책만한 매체가 없다고 했다.

장강명 작가 [사진 = 나영호 기자]
장강명 작가 [사진 = 나영호 기자]

한국 사회를 짧고 가볍게 소비하지 않고 책으로 길고 깊게 접하면 저자 의도뿐만 아니라 자기 생각과 남의 생각을 정리하여 우리 앞에 닥친 문제를 개선하는 게 좋은 사회라고 장강명 작가는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선 독자도 필요하지만 장강명 작가는 그에 못지 않게 저자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장강명 작가는 ”사마천“, ”공자“, ”자본론“ 같은 고전도 좋지만 여기엔 현대에 당면한 과제가 담겨있지 않다며 각자의 업계의 실상을 담은 책이 많이 나오길 바라고 있었다. “우리 택시 업계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잘 알리고 싶으면 현재 택시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누군가 책으로 써줘야 한다. 포털뉴스 세 줄 요약한 것 만으로 사정을 파악할 수 있는 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한 장강명 작가는 얼마 전에 읽은 작품을 읽은 사연을 얘기하며 주장에 더욱 힘을 실었다.

장강명 작가는 얼마 전에 읽은 허혁 작가의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와 장신모 작가의 “나는 여경이 아니라 경찰관입니다”를 “자본론”, “논어”처럼 훌륭한 책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그에 못지않은 이야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왜 버스 기사는 화가 나 있는지, 대한민국에서 여성 경찰관으로서 살아남는 게 얼마나 힘든지 이 책들을 읽고 알게 됐다는 것이다. 장강명 작가는 “이런 얘기는 마르크스나 공자는 못하는 우리 사회에 사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라며 “여러분도 각자 맡은 업계가 있을 텐데 그런 경험을 잘 담은 책이 많이 나와 우리 사회가 책이 중심에 있게 되면 좋겠단” 바람을 말했다.

자리를 가득 채운 청중들 [사진 = 나영호 기자]
자리를 가득 채운 청중들 [사진 = 나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