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책방, 고정순 작가와의 만남 "그림책은 어떻게 내게로 왔나" 성료
예지책방, 고정순 작가와의 만남 "그림책은 어떻게 내게로 왔나" 성료
  • 윤채영 기자
  • 승인 2019.08.12 2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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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윤채영 기자] 지난 7월 6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신창동에 위치한 예지책방은 "그림책은 어떻게 내게로 왔나"라는 주제로 고정순 작가와의 만남을 개최했다. 고정순 작가의 저서로는 그림책 최고 멋진 날 (2013), 솜바지 아저씨의 솜바지 (2014), 슈퍼고양이 (2016), 점복이 깜정이 (2017), 가드를 올리고 (2017), 오월 광주는, 다시 희망입니다 (2018), 엄마 왜 안 와 (2018), 철사 코끼리 (2018), 우리 여기 있어요, 동물원 (2019), 아빠는 내가 지켜 줄게 (2019), 산문집 안녕하다 (2016) 등이 있다. 작가는 이 날 총 10권의 책으로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정순 작가. [사진 = 윤채영 기자]

작가는 첫 번째로, 그림책 '최고 멋진 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책은 할아버지와 토끼의 우정을 그린 책으로, 작가의 실화가 담겨 있다. 옆집 할아버지께서 약으로 구워먹으라고 받은 토끼를 차마 잡아먹지 못하고, 온갖정성을 다하며 집에서 키우게 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약간의 순화과정을 통해 실제 할아버지의 모습을 담아 그림을 그렸다고 밝혔다. 작가는 이 책에서 가장 주요하게 생각했던 것을 공간의 변화로 두었고,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공간이 변하게 된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삭막한 옥상이 꽃과 풀로 가득찬 옥상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을 그려내어 완벽한 할아버지의 옥상을 구현해냈다. 작가는 책에 등장하는 토끼가 아홉 해를 살고 갔다고 그려냈는데, 그 이유를 그 당시 같이 살았던 유기묘라고 밝혔다. 책을 낼 당시에 키웠던 유기묘와 함께 한 시간이 아홉 해였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로, 그림책 '슈퍼고양이'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책은 '슈퍼고양이'라는 방치된 고양이를 구해오는 꼬마 소희의 이야기이며, 실제 작가의 20년지기 친구인 소희씨와 키우는 고양이 용용이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이 책에 대해서 "세상에 정말 멋진 사람은 정말 많지만, 내 눈에 콩깍지가 씌게 한 사람은 단 한 명이다"고 이야기하며, "친구 소희는 그냥 그럴 것 같은 누군가에게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정말 저 고양이 용용이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슈퍼 앞에 묶여 있는 목줄을 하고 있는 병이 시름시름 들어있는 고양이를 몰래 옷 속에 넣어 구해 와서 평생 함께 살았다는 단순한 내용을 그림책으로 각색하여서, 친구와 용용이의 행복한 기억을 책으로 남겨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세 번째로, 그림책 '점복이 깜정이'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작가는 이 책을 쓸 때, "동물 이야기라면 강아지가 나와야 한다는 생각에 강아지를 했다"고 밝히며, 그림책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문장인 "나는 알고 있어. 잘 걷지 못하는 나를 위해 점복이가 천천히 달리고 있다는 걸."에서는 강아지 점복이가 선천적 장애를 앓고 태어난 강아지 깜정이를 배려해주는 내용이 엿보인다. 이 책에서 깜정이는 점복이에게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잘해주는 배려'인 눈치챌 수 없는 배려를 받고 있다. 이 또한 작가의 실화인데, 작가는 몸이 많이 불편해지고 나서, 친구 소희를 통해 생활의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고, 배려 받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과 변화를 느낄 수 없는 그런 변화를 친구에게서 받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둘의 우정을 그릴 겸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강아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네 번째로, 그림책 '솜바지 아저씨의 솜바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야기에 앞서, 작가는 위화의 소설인 '허삼관 매혈기'를 읽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허삼관' 이라는 사람이 자식들을 위해 피를 파는 내용으로 구성된 이 책을 읽으며, 작가는 아버지 생각이 났다고 했다. 이 소설을 통해 아버지의 헌신을 깨달은 것이다. 이 그림책은 작가의 아버지께서 야채도매시장을 운영하시기 전, 다른 가게의 짐들을 날라주시는 일을 할 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새벽에 장사를 하셔야하는 환경 속에 여름 한 철 빼고 항상 솜바지를 입으셨기 때문에 그림책을 '솜바지 아저씨'로 잡게 되었다고 밝혔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 이야기다보니 어떻게 그려야할 지 고민하는 상황에서, 작가는 팀 버튼의 영화 '빅 피쉬'를 보게 되었고, 영화 속 심한 과장과 허풍이 심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어떤 한 사람의 인생, 누군가의 고생스러움을 일부러 그런 식으로 표현했다고 봤다. 거기서 영감을 얻어, 작가도 아버지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과장되게 해보자 하여 그림에 과장됨을 넣어 표현했다고 말했다.

다섯 번째로, 산문집 '안녕하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작가는 이야기에 앞서, 블로그 이웃 중 한 명이 "글이 좋다, 소설 같다."라는 말에 그 동안 썼던 글들을 모두 뽑아 원고로 만들어 편집자에게 주게 되었고, 작품집을 내보자는 제의로 산문집을 내게 되었다고 밝혔다. 40편 정도의 글과 19장의 그림이 수록되어 있고, 산문집 속에는 작가가 영등포라는 공간에 살았고, 떠나왔던 이야기, 마지막으로 그림책 작가가 되어 살고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가는 이 책에서 주어를 쓸 수 없었던 한 사람, 가수 하림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작가가 예전에 당시 신인가수 하림의 CD를 사서 그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그렸고, 그것을 하림이 사 갔다는 이야기인데, "그냥 고맙다"라고만 담은 것을 안타깝게 여긴 편집자가 이 마음을 전해주고 싶어 추천사를 받게 되었다고 말했다. 하림은 원고지 빼곡히 해서 추천사를 보냈고, 책 안에 본문으로 싣어 책 속의 글도 써주었으며, 나중에는 작가의 북콘서트에 와서 노래를 불러주며, 작가에게 행복을 선사했다고 했다. 작가는 또한, 산문집에 영등포의 기억들을 그림으로 그렸으며, 책에서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그림 중 하나라고 밝혔다. 어렸을 적 사창가를 가로질러 등하교를 했는데, 이 곳 사람들이 너무 싫어 눈을 꼭 감고 다녔다고 했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보니, 어떤 인생도 비난할 수 없으며, 다 곡절이 있고, 사연이 있다고 생각하여 그림으로 사과하는 의미로 그렸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이 산문집에 대해서 늘 불안하니 매일 뭐라고 해야 된다는 관념에 그냥 하루하루 꼬박꼬박 글을 써놓자 했고, 일부러 산문집을 만들게 된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말하며 이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고정순 작가에게 질문하는 한 참가자. [사진 = 윤채영 기자]

여섯 번째로, 그림책 '가드를 올리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작가는 이 책을 작가의 인생에서도, 작가 고정순으로서도 중요한 책이라고 밝혔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오고 알려지기 시작하기도 했고, 책을 통해 다른 일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던 것을 그 이유로 꼽았다. 작가는 어렸을 때, TV 속에 등장하는 한 권투선수를 바라보며 결정적 한 방을 날리기를 기원하고, 경기 후 그 선수는 괜찮으려나, 하는 걱정에 대한 기억을 책에 담아 이 책을 내게 되었다고 말했다. 친구인 '만만한 책방' 대표에게 개업선물로 이 그림책 더미를 선물했고, 엉망진창인 초안 더미를 하나씩 바꿔나가며 책을 내게 된 것이었다. 작가는 책 속에 등장하는 권투 선수들의 모습을 동영상을 보면서 중간 중간 그렸고, 그 중 그리기 어려웠던 장면을 '가드 올리는 모습'으로 꼽았다. 어떤 권투 경기도 넘어져서 일어나는 사람의 모습을 담은 것이 없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는데, 이를 통해 넘어졌을 때, 어떻게 일어났는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또한, 이 그림을 그릴 때, 운동경기를 다루고 있는데, 그림에서 전혀 생동감을 느낄 수 없어 고민에 빠지게 되는데, 일본 작가 '야마시타 기요시'의 불꽃 축제 장면을 표현한 색종이 조각 그림을 통해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가장 느리고 가장 둔한 방식으로 세상에서 가장 빠른 것을 그려낸 것을 발견한 것인데, 이를 통해 작가는 고유의 속도를 가지게 되었고, 그래서 이 책이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일곱 번째로, 그림책 '철사 코끼리'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작가는 이야기에 앞서, 제주도 오름에 오르다 넘어진 뒤, 뭘 하나 싶어 편의점에 들어가 산 노트와 모나미 볼펜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여 그리게 된 그림에 대해 이야기했다. 제주도에 열흘 동안 여행을 가서 도시락 하나 먹고, 하루 두 시간 자고, 바다 보고 그린 것이 바로 '철사코끼리' 였는데, 노트에 모나미 볼펜으로 계속 소용돌이를 그려서 철사 수세미 같기도 한 이 그림을 그려서 책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이 책을 작업하게 된 배경으로 당시 짝사랑하던 사람에 대한 마음을 한 번 담아봤고, 이 모든 미련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는데, 힘들었다고 밝혔다. 만든 이야기가 있는 반면, 어떤 이야기는 저절로 만들어진다고 했다. 즉, 애써 만들지 않고, 찾아와서 만들어진다는 의미인데, 작가는 이 책을 만들었던 과정에 대한 기억이 없을 정도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고 이야기했다. 이 철사코끼리가 어떤 뭔가 대단한 기법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시시한 면이 있는데, 그림책이 너무 어렵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말해주며 이야기를 끝맺었다.

여덟 번째로, 그림책 '우리 여기 있어요, 동물원'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작가는 김소연 시인의 '한글자사전'이라는 책에서 "동물은 평화롭고 생선은 푸르며, 사람은 애처롭다."라는 문장을 인용하며, 사람의 뒷모습이 경쾌한 사람보다는 쳐져있거나, 외로워 보이거나, 쓸쓸해보인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작가는 한 아이의 엄마인, 편집자 친구가 늦게까지 회의를 하느라 집에 늦게 들어가게되는 상황을 그 아이에게 설명해주고 싶은 마음을 이야기로 만들게 되었다고 그 배경을 밝혔다. 현대의 각박한 노동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으며, 엄마가 늦게 오고 싶어 늦게 오는 게 아님을 동물원의 동물들을 통해 서술하고 있다. 작가는 이어서, 어렸을 적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며, 같이 일하는데 엄마는 집에 오면 살림을 하고, 아이들 교육까지 책임져야함을 이야기했고, 편집자 친구를 통해 현실이 달라지지 않았음을 꼬집었다. 이 책에는 작가의 그런 마음이 모두 담겨있는 것이다.

아홉 번째로, 그림책 '아빠는 내가 지켜 줄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펜레터를 메일로 보낸 한 아이의 아빠인 택배기사의 이야기를 책으로 냈고, 아빠와 딸의 모습을 책 속에 그려넣었다. 책 속에는 대한민국의 가장 전형적인 아빠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고, 그 책을 읽은 누군가는 아빠의 모습이 대놓고 드러나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고 한다.

마지막 열 번째로, 그림책 '오월 광주는, 다시 희망입니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출판계에서 기획한 문재인 대통령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로 나온 책을 작업하게 된 것인데, 이 책을 작업할 때 미안한 마음과 충격의 두 가지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작가는 처음에 5.18 민주화운동 자료 사진이나 영상을 봤을 당시에, 시신 같은 걸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고 했는데, 그것보다 훨씬 충격적인 것이 현재 유공자들을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라고 말했다. 이 사건에 대한 어마어마하게 많은 왜곡들이 훨씬 더 잔인함을 느꼈고, 이 지경이 되도록 무지했음에 죄의식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작가는 "안녕 베트남"이라는 양민학살에 대해 다룬 한 동화책을 이야기했고, 자료사진을 보며 못지않은 잔혹한 역사를 느꼈다고 말하며 마무리지었다.

참가자의 책에 사인해주는 고정순 작가. [사진 = 윤채영 기자]

작가는 강연을 마치고, 참가자들과 함께 질의응답의 시간을 가졌고, 책에 사인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모든 순서를 마치고, 예지책방에서는 작가와 함께 작가의 책을 들고 단체사진을 촬영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정순 작가와 참가자들. [사진 = 윤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