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21) / 시인과 범인-전선용의 ‘시인의 별’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21) / 시인과 범인-전선용의 ‘시인의 별’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08.13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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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21) / 시인과 범인-전선용의 ‘시인의 별’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21) / 시인과 범인-전선용의 ‘시인의 별’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21) / 시인과 범인-전선용의 ‘시인의 별’

 

  시인의 별

  전선용


  한 숟갈 밥을 들기 위해 
  하늘의 별을 본다
  역기처럼 무거운 생
  시인에게 별은 그리움이요 노래, 
  일용직에겐 고달픈 눈물의 반짝임 아니던가
  별은 떠 있고 철학자는 죽었다
  수두룩하게 떠 있는 별에서 나는 밥 냄새
  겨울에도 별은 동파되지 않았고
  별을 해부하던 시인은 메스를 던진다
  죽고 사는 문제
  누군가 직업을 물었을 때 망설인 적,
  시인은 직업이 아니라 직분이라는 모호한 호명에
  백수라 말해야 할지
  시인이라고 대답해야 할지,
  별이 별로 보이지 않고 밥으로 보여
  별빛이 굴절된 오늘,
  별을 수술대에 눕히고
  죽일까 말까.

  -『뭔 말인지 알제』(도서출판 움, 2019)에서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21) / 시인과 범인-전선용의 ‘시인의 별’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21) / 시인과 범인-전선용의 ‘시인의 별’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해설>

  인구비례로 보아 대한민국은 시인이 많은 나라임에 틀림없다. 그래서인지 시인을 향한 일반인의 시선은 반드시 곱지만은 않다. 너무 많고, 아주 쉽게 될 수 있기 때문일까? 시 1편의 고료가 얼마나 된다고, 원고청탁서에 원고료 대신 정기구독으로 돌려달라고 부탁하는 곳도 많다. 헝가리의 철학자 게오르크 루카치는 별을 보던 시대는 행복했었다고 말했지만 지금 이 시대, 시인은 별을 노래하지 않는다. 돈을 셈하지만 수중에 돈은 들어오지 않는다. 시집을 내면 무조건 가계가 축난다. 
  시인이 직업이 될 수 없는 이 시대에 그래도 시인들이 있어서 별이 호명된다. 다만 이제는 윤동주처럼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지 않고, 별을 해부하고 별을 수술한다. 이 세상에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있다. 시인과 과학자가 있다. 아니, 많은 범인(凡人)과 적지 않은 시인(詩人)이 있다. 별이 밥으로 보인다니, 시 쓰는 일이 참 쓸쓸했나 보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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