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30) / 대화의 요령-유안진의 ‘오해, 풀리다’
오해, 풀리다
유안진
그랬어?
그럼
그렇지
그러니까
그래서
그토록
그렇게도
그랬었구나.
—『거짓말로 참말하기』(천년의시작, 2008)
<해설>
두 사람이 대화를 하면서 오해를 풀게 되는 재미있는 과정이 시가 되었다. 우리가 대화를 할 때 제일 앞머리에 나오는 말 중 부사어가 꽤 된다는 것을 이 시를 읽으면서 확인하였다. 시 속의 두 사람은 단단히 오해를 해서 한바탕 설전을 각오하고 만난다. 오해가 있었던 것인데,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그랬었구나.” 하고 말함으로써 오해가 풀린다. ‘그’로 시작하여 ‘그’로 끝나는 구성도 재미있지만 오해가 풀려 가는 과정도 재미있다. 이 시를 외국어로 번역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유안진 시인은 서울대 교육학 교수였다. 언어심리학, 발달심리학 같은 과목을 가르쳤을 것이다. 인간의 성장 과정에서 언어는 대단히 중요하다. 부모가 평소에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아이는 자란다. 부부싸움을 할 때 험한 말을 하면 아이의 정서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 턱이 없다. 이 시의 대화처럼만 하면 좋으련만.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