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단의 특징을 고루 드러내는 한영대역 신작 시집, 김정환 시인 “자수견본집” 정일근 시인 “저녁의 고래” 출간돼
한국 시단의 특징을 고루 드러내는 한영대역 신작 시집, 김정환 시인 “자수견본집” 정일근 시인 “저녁의 고래” 출간돼
  • 김보관 기자
  • 승인 2019.08.20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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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단순히 말의 영역이 아닌 그 이상”
신작 시집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정일근 시인(좌)과 김정환 시인(우) [사진 = 이민우 기자]
신작 시집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정일근 시인(좌)과 김정환 시인(우) [사진 = 이민우 기자]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도서출판 아시아에서 김정환 시인의 “자수견본집”과 정일근 시인의 “저녁의 고래”가 출간됐다. 해당 도서는 한국어와 영어로 나란히 대조해 읽을 수 있는 최초의 신작 시집으로 추후 아마존 등을 통해 판매될 예정이며 서유럽 아프리카 전 세계에서 구매할 수 있다. 책의 양 페이지에 번갈아 가며 실린 한국어, 영문번역본 시는 시인의 생각과 문학세계에 대한 국내외 독자들의 폭넓은 이해를 도울 것으로 보인다. 

정일근 시인 시집 “저녁의 고래” 중에서 [사진 = 김보관 기자]
정일근 시인 시집 “저녁의 고래” 중에서 [사진 = 김보관 기자]

도서출판 아시아는 ‘아시아로 상상력의 확장, 아시아 언어들의 내면적 소통’을 모토로 소통과 연대의 장을 마련하고자 하는 출판사다. 해당 출판사는 근현대 대표 작가들을 엮은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젊은 작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K-픽션” 시리즈를 통해 꾸준히 ‘한영대역’ 도서를 제작해 국내 유수한 작품들을 세계에 알리는 데 힘써왔다. 

이번에 발간된 두 권의 시집은 도서출판 아시아의 “K-포엣” 시리즈 중 일부로 우리 시의 해외 소개와 번역 작업, 문학을 매개로 한 한국인의 정서 재발견 및 문학 한류에 큰 역할을 할 예정이다.

2017년 “내 몸에 내려앉은 지명”으로 만해문학상을 받은 김정환 시인의 “자수견본집”은 “개인의 거울”(2018) 이후, 정일근 시인의 “저녁의 고래”는 “소금의 성자”(2015) 이후 발표한 최신작들의 모음이다. 각 시집에는 두 시인의 신작 시 20편과 시인노트, 에세이, 해설이 함께 실려 있다. 아시아 출판사 편집주간 방재석 작가는 “현재 시인의 상태, 꿈꾸는 것, 바라보고 있는 것, 역동성을 담은 신작 시들을 싣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김정환 시인의 “자수견본집”과 정일근 시인의 “저녁의 고래” [사진 제공 = 도서출판 아시아]
김정환 시인의 “자수견본집”과 정일근 시인의 “저녁의 고래” [사진 제공 = 도서출판 아시아]

“자수견본집”은 김정환 시인이 직접 번역한 시집으로, 번역상의 오해를 최대한 줄이고자 했다. 김정환 시인은 “평준화되고 일반화된 번역이 아닌 세심한 번역이 필요했다. 타 출판사에서는 해외의 시를 산문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새로 쓰면서 새로운 가치들이 나왔다.”고 운을 뗐다. 실제로 영문 시를 쓰는 도중 한국어 시가 바뀌거나, 두 언어 체계의 다른 문법에 따라 세계관이 달라지기도 했다는 후일담이다.

“자수견본집”의 해설을 맡은 박수연 문학평론가는 “시인이 직접 번역을 했다는 것 자체의 의미가 크다. 최근 시 구절이 해체되는 김정환의 특징에 영한 대조를 곁들여 읽으면 시의 의미가 더욱 분명하게 읽힌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시 ‘악기 입장’에서 거듭 반복되는 ‘입장’이라는 단어가 ‘enter’와 ‘position’으로 번역돼 따로 읽을 때 이해하기 어려웠던 지점을 명확히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번 한영대역이 비단 해외 독자뿐 아니라 국내 독자들에게 또한 새로운 독서의 방향을 제시할 가능성을 드러낸다.

정일근 시인 [사진 = 이민우 기자]
정일근 시인 [사진 = 이민우 기자]

지영실, 다니엘 토드 파커(Daniel T. Parker) 번역가가 옮긴 “저녁의 고래”의 정일근 시인은 번역 과정에 함께 한 기억을 짚으며 “주고받는 편지와 대화 속에서 많은 이해가 오갔다. 번역가분들이 시를 쓴 사람 못지않게 고민했고 그 점이 감사했다.”라는 소회를 밝혔다. 

그의 열세 번째 시집 “저녁의 고래”에서는 시대와 권력으로부터 핍박받는 자에 대한 동병상련과 연민으로 시작된 시인의 서정이 그 대상의 경계를 가리지 않고 퍼져간다. 특히 표제작 ‘저녁의 고래’에서는 인간과 고래라는 종 구분에서 나아가 생명과 삶의 가치를 그린다.

“한 지역 또는 국가에서만 읽힌다면 자칫 소외되기 쉽다. 국경을 넘어 다양한 독자를 만난다는 것이 설렌다. 첫 시집만큼의 감정을 느낀다.”는 정일근 시인은 그간 ’고래를 사랑하는 시인들의 모임’을 만들고 고래 시집을 펴내기도 했을 만큼 ’고래‘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독자들은 이번 한영대역 신작 시집을 통해 그의 서정성을 신선한 감각으로 만나보는 동시에 생명, 생태, 평화를 화두로 한 다양한 시들을 접할 수 있다.

김근 시인 [사진 = 김보관 기자]
김근 시인 [사진 = 김보관 기자]

20일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 함께한 김근 시인은 “사실상 시 번역은 시를 새로 써야 하는 작업일 수도 있다.”며 “한국어본의 시가 있다면 번역 시는 또 다른 창작물로서 존재한다. 두 시를 비교해가며 읽는 과정이 흥미로울 것으로 생각한다.”라는 추천사를 덧붙였다.

끝으로 김정환 시인은 “문학은 단순히 말의 영역이 아닌 그 이상”이며 “외국어가 주는 신선한 감흥 또한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더 많은 시인이 번역에 참여하면 좋겠다는 소망도 함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