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르를 넘나드는 심혜정 작가 네마프 2019와 함께해, ‘변두리로 밀려난 이들에 대한 고찰과 애정 어린 시선’ 
[인터뷰] 장르를 넘나드는 심혜정 작가 네마프 2019와 함께해, ‘변두리로 밀려난 이들에 대한 고찰과 애정 어린 시선’ 
  • 김보관 기자
  • 승인 2019.08.2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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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기 안에는 주변인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요.”
“카니발”(2016) 중 일부 [사진 제공 = 심혜정 작가]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경계에 선 젠더X국가’를 주제로 한 제19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이하 네마프2019)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오는 24일까지 이어질 네마프2019에서는 국내외 다양한 영화를 비롯한 멀티미디어 예술 작품은 물론, 각종 대담과 강연을 다채롭게 선보였다.

네마프는 그간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재창작한 공식 포스터와 트레일러를 발표해 왔으며 이번 작업은 심혜정 작가가 맡았다. 그녀의 실험영화 “카니발”(2016) 일부와 사운드아티스트 조병희의 음악이 함께하는 트레일러는 감각적인 영상미로 많은 이들의 눈을 끌었다.

 심혜정 작가 [사진 = 김보관 기자]

심혜정 작가는 네마프2019의 주제를 어떤 작품에 녹여낼까 고심하던 중 프랑스 니스에서 찍은 “카니발”을 떠올렸다. 과거 ‘니스 카니발’이라는 축제에서 비싼 티켓으로 인해 펜스 밖을 맴도는 프랑스 거주민들을 보고 시작하게 된 해당 작업은 모두가 즐겨야 할 ‘축제’와 이를 막는 국가 자본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됐다. 

작가에 의하면 ‘카니발’은 종교적 금식 기간을 앞두고 개인이 가진 욕구불만의 해소 또는 욕망을 허용하던 것에서 비롯했다. 그러나 현대에 와 그조차도 ‘돈’이 있어야 가능해진 것이다. 영상 속 사람들은 펜스 틈새를 들여다보는 ‘뒤통수’로 등장하며 카니발 주변을 맴도는 ‘주변인’으로서 존재한다. 

작가는 “티켓을 사지 못하는 이들을 주변화하는 국가 자본에 대해 생각했다. 모두에게 개방되어야 할 거리와 광장, 축제 장소에 높은 울타리를 침으로써 경계 안과 밖이 구별됐다. 이는 이주노동자가 많은 니스의 지역적 특색과 어우러져 ‘경계’와 ‘주변’에 대한 고찰을 강화했다.”라며 이번 주제 ‘젠더X국가’와 해당 작품의 연결고리를 설명했다.

미술작가와 영화감독을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해온 심혜정 작가는 영상과 퍼포먼스 작업에 이어 최근 VR로까지 작품활동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간 작가가 작업한 극영화, 실험영화,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장르의 영상이 네마프2019 “심혜정 특별전”을 통해 독자들과 만났다.

“욕창”(2019) 중 일부 [사진 제공 = 심혜정 작가]

그중 2019 전주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선정됐던 “욕창”의 경우 작가의 최신작이자 첫 장편영화다. 이번 네마프에서 “욕창”은 ‘움직이지 못해 욕창이 생긴 환자를 둘러싸고, 저마다 다른 욕창의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이야기’라는 간략한 설명과 함께 소개됐다.

욕창은 질병 또는 신체상의 이유 등으로 움직이지 못해 한 자세로 계속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 생기는 피하조직의 손상을 칭하는 표현이다. ‘저마다 다른 욕창의 상태’에 관해 심혜정 작가는 “심리적·사회적 욕창의 상태를 고려했다. 가부장제 내 가족이라는 게, 자기 위치가 고정되어 쉬이 움직이지 못한다.”라며 “작품 속에 등장하는 가족구성원, 이주노동자, 노인 등은 저마다 자신의 위치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모두 ‘욕창’을 가지고 있거나 생길 수 있는 여지를 안고 있다.”고 답했다. 심혜정 작가의 세심한 시선은 ‘타자화된 모든 사람은 언제나 고립되고 손상될 수 있다’는 사유로 나아간다.

장편 “욕창”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작품으로는 작가가 겪은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아라비아인과 낙타”가 있다. 해당 작품에서는 어머니의 병세를 지켜보는 딸과 재중동포 간병인 간의 미묘한 감정선을 담았다. 작가는 두 작품을 언급하며 늘어나는 노인 인구수와 여전히 사회적 합의나 결론이 도출되지 못한 노인 문제에 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아라비아인과 낙타”(2013) 중 일부 [사진 제공 = 심혜정 작가]

심혜정 작가가 다룬 재중동포나 환자, 여성, 노인, 이주노동자 등의 인물은 모두 한국 사회의 ‘변두리’로 내몰린 존재라 할 수 있다. 작가는 “때로 변두리성을 못 느끼는 게 불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누구나 자기 안에는 주변인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중심의 중심의 중심만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다. 끊임없이 주변성을 밀어내고 산다는 것은 불행하다.”는 이야기를 꺼내도 했다. 작가는 자신이 가진 ‘중년 여성’으로의 주변성과 감각을 활용해 주변의 사람들을 이해하고 표현하려 노력한다고 전했다.

작가는 이어 ‘가장 사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예술의 대상은 사람 중심일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작품 속에서 사람 사이의 접점과 환경, 공기, 사회 등의 문제와 함께 다루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정치적 사상적 내용이 ‘예술’에 자연스레 개입된다는 것이다.

다양한 여성 캐릭터, 여성 작가, 여성 감독에 대한 필요성이 재고되는 영상·예술계에 관한 질문에 역시 남성 중심 서사와 생산 방식의 한계를 꼬집는 한편 “자본은 남성도 여성도 아니다. 젠더와 국가, 자본 등이 다층위적으로 바뀌어 나가야 한다. 제도의 변화는 물론 여성영화제, 네마프, 여성 감독에 대한 펀딩과 같은 사회·문화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러한 심혜정 작가의 색깔은 여러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극영화 “동백꽃이 피면”에서는 중년 여성의 사랑을 그리는 동시에 이모, 엄마, 주인공 연화의 입장에서 여성의 삶에 대해 조명하는 한편, 사진작가 차경희와 협업한 실험영화 “꽃과 거짓말”에서는 두 여자의 거짓인지 진실인지 알 수 없는 대화를 통해 여성이 느끼는 ‘섹스’와 ‘쾌락’에 대해 진솔하게 풀어간다.

심혜정 작가 [사진 = 김보관 기자]

심혜정 작가의 차기작으로는 가부장 안에서 규범화된 남성성을 그린 이야기가 언급됐다. “가정 내 경험을 바탕으로 ‘남자다움’을 강요받는 오빠들 이야기를 쓰고 있다. 형식은 뚜렷이 정해두지 않았다. 젠더룰은 여성뿐 아니라 이외의 많은 젠더가 겪는 문제다.”라는 말도 함께였다. 그녀의 꾸준한 작품을 통해 시기별로 달라지는 포착점과 이를 통한 사회·문화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오늘(21일) 오후 7시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에서 네마프2019 시상식이 있을 계획이며 이후 애프터파티가 이어진다. 제19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벌(네마프2019) 영화관 상영 일정이 끝난 뒤에도 오는 24일까지 “VR 영화특별전”과 심포지엄 “감각의 접속, VR 접경”이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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