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광 칼럼] 도서정가제, 지난 16년간 지식생산과 도서유통 생태계에 긍정적 효과 입증되지 않아
[배재광 칼럼] 도서정가제, 지난 16년간 지식생산과 도서유통 생태계에 긍정적 효과 입증되지 않아
  • 배재광 벤처법률지원센터 대표
  • 승인 2019.08.2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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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는 지난 2014년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 이후 다시 도서출판 시장의 가장 뜨거운 화두가 되었다.  

1998년 연세대 공대 대학원생이었던 장웅이 ‘다빈치’(2000년 4월 ‘예스24’로 사명을 변경하여 재창업했다)라는 인터넷사이트로 초기형태의 온라인 서점을 개설하였다. 이후 벤처붐으로 와우북(나중에 예스24에 합병되었다), 인터파크, 삼성물산, 알라딘 등 다양한 온라인 서점이 문을 열고, 가격할인을 무기로 사업화를 활발하게 추진하였다. 그 과정에서 기존 지역서점, 저작권 단체, 출판단체 등이 온라인 서점들의 시장진입을 막으려는 의도로 도서정가제의 입법화를 주장하면서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  

당시 온라인 서점과 출판단체, 지역서점 간의 갈등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사업이 기존 오프라인 사업영역을 침해함에 따라 발생하는 전형적인 문제였다. 당시 필자는 사법연수원 시절 설립한 벤처법률지원센터 대표를 맡고 있으면서 네이버, 엔씨소프트, 한글과 컴퓨터 등의 혁신시장의 중요한 정책과 법률을 담당하고 있었으므로 온, 오프라인 사업자간의 분쟁에 대해 이를 중재하고 토론을 주재하였다. 필자는 도서정가제로 첨예하게 맞섰던 양 당사자들의 입장을 조율하면서 인터넷으로 인한 혁신이 기존 오프라인 사업자들과의 마찰로 인하여 지체되지 않도록 노력하였다.  

당시 토론회에서 필자는 저작권자, 지역서점, 출판단체들이 도서정가제를 이용하여 온라인서점 진입 장벽을 설정하려는 시도가 공정거래법 제29조 ‘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반할 수 있다는 점과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도입되는 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분쟁으로 인하여 혁신이 지체될 경우, 결국 전체 산업자체의 경쟁력 훼손을 야기할 것이라는 점을 들어 기존 사업자들을 설득하였다. 10여차례 토론회와 간담회를 거쳐서 정가제는 온라인 서점에 한해서 10%할인이 가능하도록 예외규정을 둔 ‘출판 및 인쇄 진흥법’(2008년 1월 개정으로 ‘출판문화산업진흥법’으로 변경되었다. 이하 ‘출판 진흥법’이라 한다)이 제정되어 2003년 2월 시행되었다. 온전히 한국의 인터넷생태계에 획을 긋는 온오프라인 사업자간의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는 차량 공유사업을 둘러싼 6년간의 택시업체와 차량 공유업체간의 분쟁을 고려해 보면 당시 양당사자들의 합의가 새삼 돋보인다. 이로 인하여 온라인서점은 내부간 치열한 경쟁을 거쳐 자체 동력으로 대형 유통서점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출판진흥법은 서너차례 일부개정되는데 그쳤으나 2014년 도서정가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면개정이 단행되었다. 이로써 도서정가제가 출판업계, 지역서점, 온라인서점 등 사업적 이해당사자들과 일반소비자까지 가세하는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할 것은 출판 진흥법의 제정부터 개정까지 소규모 출판사와 지역서점의 보호를 중요한 취지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그러나 도서정가제가 더욱 강화된 현재까지 지역서점은 계속 감소하고 있고, 대형출판사를 제외한 대부분 출판사들은 여전히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명시된 법의 개정 취지와 정책목표가 수단인 도서정가제의 강화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는 결과가 야기된 것이다.  

출판 진흥법 상 정가제에 의하여 분명히 개선되어야 할 목표들이 실제로는 악화되고 있는 예상치 못한 현상을 규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이를 기반으로 2020년에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완전 도서정가제’를 규정할 것인지, 혹은 현행 도서 정가제 규정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개선으로 방향을 잡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인터넷 혁명을 지나 인공지능(AI), IOT 등 4차 신업 기술을 기반으로 O2O 등 초연결 사회로 진입하는 혁명의 초입에 있다. 도서정가제에 대한 해결책이 단순히 법정책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지난 20년 전과 마찬가지로 기술적 패러다임의 변화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필자는 향후 총 5회에 걸쳐서 이 지면을 통하여 도서정가제와 관련하여 필히 다루어야 할 법적 쟁점을 정리할 예정이다.  

먼저, 도서정가제 자체에 대한 문제다. 정책수단으로서의 도서정가제의 역할과 기능에 대여 심각하게 고민할 시점이다. 좁게는 출판진흥법 제22조 제1항, 제3항, 제4항의 문제다. 

다음으로 도서 정가제의 이면인 ‘재정가’ 제도가 실제 적용가능한 규정인지를 검토해야 할 문제다. 현재 대부분 출판사들이 겪고 있는 출간된 도서의 파쇄 문제가 어디에서 연유하는지를 명확히 하고 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같은 법 제22조 제2항의 문제다. 또한 중고책 유통과 관련하여 저작권법상 ‘저작권소진론’에 대한 이론적 근거와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검토할 것이다. 저작권법 제20조 단서의 문제다. 

세번째로 도서정가제 예외 규정에 대한 문제다. 가격할인과 경제상 이익으로 구성된 할인률의 적정성과 그 실제 범위에 대한 해석, 기존 예외규정에 포함되어 있던 발행일 18개월 지난 간행물(구간)과 도서관 판매하는 간행물 등을 제외한 당해 규정의 적정성 문제가 핵심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가제 자체의 존치여부의 문제다. 이것은 제도적 무의미한지 여부와 함께 법적으로는 공정거래법상 재판매가격유지 제한의 문제, 나아가 위헌법률인지 여부 등과 함께 검토될 것이다. 

도서정가제와 관련되어 시장과 사업측면의 기고에서 고려할 중요한 문제도 다룰 예정이다. 도서정가제가 그 취지에 맞게 작용하고 있는가라는 정책 정합성의 문제이다.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그에 합당한 정책수단을 실행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도서정가제는 저작권자 보호, 영세출판사 보호, 소규모 서점보호 등을 통하여 창작이 활성화되고 국민들로 하여금 지식의 산물인 책을 더 많이 읽게 하는 효과를 가져 왔는지도 따져 보아야 한다. 여기에는 도서정가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취지와 달리 결국에는 대형출판사, 온라인서점을 포함한 대형서점이 더욱 경쟁력을 갖게 된 현실을 설명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에 봉착한다. 또한 사업적 측면에서 중고책 유통에 따른 문제다.  

중고책 유통이 과거와는 다른 환경,  배송시스템의 완비로 인하여 장애가 사라진 점과 도서정가제로 인한 풍선효과를 함께 고려해서 출판업계와 유통업계의 문제의식에 대해 해결책을 고려해야 한다. 소규모 출판사들의 현안 문제인 재정가제도의 형해화로 인한 간행물 파쇄문제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단순히 문제의 제기에 멈추지 않고 국회, 문광부, 각 협단체들과 토론회를 거쳐서 도서정가제의 방향성에 대해 결론에 도달할 방안을 강구할 것이다. 각 주제마다 그 동안 제기된 해결책들도 충분히 검토해서 대안으로 삼을 수 있는지도 살펴 볼 예정이다. 대형과 소형,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공존할 수 있는 정책과 대안들로 인하여 생태계가 튼튼하게 유지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체된 정의가 정의가 아니듯 지체된 혁신도 혁신이 아니다. 혁신은 현상의 파괴로 부터 시작하지만 현명한 혁신은 그 파괴로부터 공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2000년에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