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문인기념상 수상자 참여 논란 있던 오장환문학상, 허울뿐인 심사제도 변경?
친일문인기념상 수상자 참여 논란 있던 오장환문학상, 허울뿐인 심사제도 변경?
  • 김보관 기자
  • 승인 2019.08.23 2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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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문학상 문인 배제’, 2019년 이후의 행위에만 적용해...
2018년 오장환 문학제 [사진 = 뉴스페이퍼 DB]

지난해 100주년을 맞은 오장환문학상이 심사를 앞두고 있다. 오장환문학상은 보은군 출신 오장환 시인의 문학과 삶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보은군과 솔출판사가 주관, 주최한다.

올해로 12회인 오장환 문학상은 과거 친일문인기념상인 미당문학상 수상자 및 심사위원이 심사에 참여하거나 수상해 비판을 받아왔다. 오장환과 서정주는 한때 절친한 사이였으나, 서정주의 친일행위 이후 멀어진 것으로 알려져 더욱 논란이 됐다. 오장환은 문학가동맹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친일파 처단에 앞장섰다. 

이러한 여론을 인식한 솔출판사 측은 최근 ‘심사제도 혁신’을 주장하는 공지를 발표했다. 친일문학의 역사를 청산·극복하고 심사의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그러나 친일문인기념상을 수상, 심사한 문인을 배제하는 과정에서 2019년 이후의 행위만을 두고 판단하겠다는 내용으로 문인들에게 비판을 받고 있다.

오장환문학상 심사제도 관련 이미지 [사진 출처 = 솔출판사 블로그]

또한, 오장환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오는 28일 위촉을 앞두고 있어 14일 게재된 공지문이 과연 적절한가 하는 지적이 있었다. 뉴스페이퍼와의 통화에서 솔출판사 임양묵(이하 임우기) 대표는 “보은군 측과 구두로 모두 합의가 되어있다. 위촉은 형식적인 것이고 실질적인 운영위 구성을 모두 마친 상태이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오장환문학상 운영위원장에는 조재훈 교수가, 위원에는 임우기, 오봉옥, 방민호, 박수현, 김성장, 안현미가 내정되어있다. 이중 솔출판사가 발간하는 문예지 ‘문학의오늘’ 관련자는 임우기, 오봉옥, 박민호 3인이고 여기에 보은군청 문화관광과장과 보은문화원장이 추가된다.

이에 김기준 시인은 “오장환문학상 운영 방식을 개선해야 하는 3대 이유는 친일문학 청산, 문단 내 특정 문학인들의 패권주의 타파, 나눠 먹는 문학상 배제에 있다.”며 “새로 구성한 운영위가 이러한 대의명분을 살리기에 적당한 인물들로 짜였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문학상 심사는 저명 시인이나 평론가가 해야 마땅하겠으나, 문학상을 운영하는 위원은 다양한 계층의 인물로 구성해 목소리를 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시인은 지난해 봄 오장환문학상 운영에 미당문학상 수상자가 다수 관여하는 문제를 처음 공론화한 장본인이다. 그는 오장환문학상을 운영해온 운영위원들의 전원 사퇴와 함께 혁신을 주장해왔다. 이로 인해 미당문학상 수상자인 A시인이 오장환문학제추진위원장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그는 “이번에 새로 구성했다는 운영위원들에 관한 문단의 여론을 들어보니, 특정 문학인들로 구성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왔다.”며 “이는 자칫 문단의 패권주의를 강화하는 문학상으로 전락하게 할 우려를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페이퍼와 통화에서 임우기 대표는 “전국구로 추천위를 구성해서 뽑은 위원이다. 나름의 공정성을 갖췄다.”라고 반박했다.

 

2018년 오장환 문학제 [사진 = 뉴스페이퍼 DB]

더불어 김 시인은 “친일문학인을 기리는 문학상을 받거나 심사자를 오장환문학상에서 배제하겠다는 방침에 적극적으로 동의하지만, 이전의 수상자와 심사자는 놔두고 앞으로 상을 받는 시인이나 심사자에 한해 그렇게 하겠다면 이는 진정한 친일문학 청산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솔출판사 임우기 대표는 이러한 의문에 “오장환문학상을 통해 과거지사를 다시 들춰내 소급 적용하게 될 시 문제가 된다는 운영위 의견이 있었다. 현실적으로 유명 문인 중 친일문인기념상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다. ”라고 밝혔다. 친일문인 또는 친일문인기념상을 가르는 기준과 관련해서는 상세히 정해진 기준은 없었다. 

운영위가 정식 위촉되기 전임의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과거사를 들춰내지 말자.’ 또는 ‘이미 유명한 문인을 모두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은 친일문학 청산·극복과는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과거의 친일문인기념상 수상·심사 사실 묻어두고 또 다른 문학상의 심사자 또는 수상자로 채택한다면 친일문인기념상의 기존 권위를 인정하고 유지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 한 문인은 “친일문학상의 문제를 알면서도 친일문학상의 권위와 자본적 지점을 얻기 위해 친일문인 미화와 문단 권력에 복무한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행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오장환문학상 심사제도 혁신의 두 화두로 꼽은 ‘친일문학 역사 청산·극복’과 ‘심사 공정성 강화’ 모두 모순점이 발견된 만큼 보다 구체적이고 확실한 제도 수정과 운영위 구성 방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