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34) / 소녀를 잃다-정금희의 ‘소녀상 앞에서’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34) / 소녀를 잃다-정금희의 ‘소녀상 앞에서’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08.2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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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34) / 소녀를 잃다-정금희의 ‘소녀상 앞에서’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34) / 소녀를 잃다-정금희의 ‘소녀상 앞에서’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34) / 소녀를 잃다-정금희의 ‘소녀상 앞에서’
 
  소녀상 앞에서

  정금희 


  한 입 덜어 어린 동생들 
  죽이라도 먹여주려 
  간호조무사로, 공장으로 트럭 타고 길 떠난 언니

  도착한 곳은 뜨거운 햇살 이어진 인간시장 뻘밭
  흑암 사지로 막장으로 밀려간

  소녀를 잃고
  여자를 잃고 
  허공에 흐르는 눈물 강줄기
  철장 속에서 불사조로 살아왔다

  언니야 용기에
  고맙고 미안타
  고맙고 미안타

  —『문학나무』(2019. 가을호)    

 

  <해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고 역사적 비극의 재발을 막자는 의미를 지닌 소녀 동상이 해외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온갖 수난을 다 겪고 있다. 일본이 전투력 증강과 성병 만연을 막겠다는 목표로 실시한 이 제도의 피해자들은 어느덧 할머니가 되었고, 피해보상도 사과도 받지 못하고 한평생 가슴앓이를 하다가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다. 미국 등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일본 외교부의 방해로 소녀상을 설치도 못하고 있다. 워싱턴 DC에서는 3년 만에 설치했다가 하루 바깥나들이를 하고 다시 창고로 들어갔다고 한다. 일본, 정말 집요하다. 
  시인은 짧은 시 안에 ‘언니’들이 끌려간 과정, 끌려간 곳에서의 생활을 제대로 묘사하였다. 놀라운 것은 제3연이다. 이 땅의 수많은 소녀가 소녀를 잃었고 여자가 여자를 잃었다고 했다. 청춘을 잃고 인권을 유린당한 것이다. 한 명 한 명 얼마나 소중한 생명체인가. 백배 사죄해도 용서가 안 되는 일인데 강제동원은 없었다고 그들은 큰소리를 뻥뻥 치고, 거기에 동조하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있다. 시인은 ‘언니’의 용기에 고마워하고 미안해한다. 놀라운 것은 수요 집회의 회수와 그 ‘언니’들이 보여준 용기다. 우리는 교과서에 이 두 가지를 넣어서 두고두고 후세에 알려야 한다. 일본의 역사 왜곡에 반기를 든 시인의 용기에도 박수를 보낸다. 언니들이 “철장 속에서 불사조로 살아왔다”는 구절 앞에서 전율한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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