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년 만에 공연되는 신동엽의 오페레타 ‘석가탑’
51년 만에 공연되는 신동엽의 오페레타 ‘석가탑’
  • 김보관 기자
  • 승인 2019.08.26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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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신동엽문학 입체낭독극  석가탑 포스터
2019 신동엽문학 입체낭독극 ‘석가탑’ 포스터 [사진 제공 = 신동엽학회]

오는 9월 6∼7일, 신동엽학회(회장 정우영)는 신동엽 50주기를 맞아 오페레타 ‘석가탑’을 입체낭독극(낭독극에 춤, 마임, 노래, 가야금 연주 등을 결합)으로 여행자극장에서 선보인다. 51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이 작품에는 시인이 8년 동안 국어교사로 재직했던 명성여고(현 동국대부속여고) 학생 10명이 배우로 참여하고 김진곤 연출, 정연재 조연출, 초원 예술감독, 정민아 음악감독, 양남열, 박나은 안무감독 등 예술가가 함께한다. 

신동엽 대본, 백병동 작곡의 ‘석가탑’은 1968년 5월 서울 드라마센터에서 문오장의 연출로 초연됐다. 하지만 이후 더 이상 공연되지 않았으며 대본과 오페레타 악보조차 남아 있지 않았는데, 1980년 간행된 “신동엽전집”(증보판)에 처음 대본이 수록되었다. 그러다 신동엽학회 회원인 이대성(서강대 박사과정 수료)이 신동엽문학관에 소장되어 있던 필경등사본을 새로 발견하여 학술논문을 발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입체낭독극으로 부활하게 됐다.

무대에 오를 배우들은 전부 동국대부속여고 학생들로 구성되었으며, 동국대부속여고 김형중 교장과 인문사회부장 등 관계자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받아 지난 7월부터 방과 후 시간 및 방학 기간을 활용해 공연을 연습했다. 수리공주 역의 반수아 학생(2학년)은 “배우가 되고 싶은데, 인문계 학교에 있다 보니 공연에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적어서, 이번 석가탑 공연은 둘도 없는 기회라고 생각하여 지원했다”라고 참가 이유를 밝혔으며, 도끼 역의 유혜연 학생(1학년)은 “처음 연극을 시작하고 감독님들을 만나 뵈었을 때와 대본을 받았을 때는 가장 설레는 순간이었다. 연습하는 순간순간 새로운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기를 계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보람을 느낀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이번 공연의 작곡·음악감독은 가야금 연주자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정민아가 맡았다. 초연 당시의 오페레타 형식을 현대적인 입체낭독극으로 변형하는 과정에서 정민아는 대중성이 있는 음악을 도입했으며 노래 수를 줄였다. 동국대부속여고 학생들로 구성된 10명의 배우는 정민아 음악감독이 이끄는 가야금 연주에 맞춰 ‘새 성인 나시네’를 시작으로 ‘가슴 아픈 눈동자’, ‘멀고 먼 바람소리’, ‘너를 새기련다’ 등 이 작품의 10곡을 부른다. 

춤연습 장면 [사진 제공 = 신동엽학회]
춤 연습 장면 [사진 제공 = 신동엽학회]

낭독극의 여건상 배우의 동선이 다양하지 않은 대신에, 안무감독을 맡은 양남열과 박나은이 좁은 무대공간을 활용해 즉흥 안무를 직접 선보이거나 학생들의 몸짓을 지도한다. 이 두 안무가는 공연의 부제인 ‘멀고 먼 바람소리’를, “깨달음의 과정에서 들리는 소리인 sukha(침묵의 소리)”라 받아들이며, “특정 동작을 주입하기보다는 학생들 안에서 스스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취했다고” 전했다. 

지난 6월, 시인의 타계 50주기를 맞아 학교 교정에 ‘껍데기는 가라’의 시비를 세우는 데 앞장선 김형중 교장은 “동국대부속여고 학생들이 공연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교과서를 통해서만 기억하던 신동엽 시인을 직접 만나고 그의 문학세계를 경험하는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밝혔다. 학생지도를 맡은 박미란 인문사회부장은 “‘석가탑’ 속 아사달, 아사녀, 맹꽁이, 마을처녀로 분한 아이들의” “서툴지만 고운 몸짓이, 수줍지만 생기 있는 노래와 춤이 시인의 정신을 되살리는 날갯짓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동엽학회에서는 51년 만에 올리는 ‘석가탑’ 공연을 준비하면서, 신동엽문학관 소장 필경등사본과 팸플릿, 공연 사진, 그리고 1968년도에 신동엽 시인과 오페레타를 함께 만든 백병동 작곡가의 육필 악보 등을 확인했고, 이 자료들을 많은 사람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책자로도 엮어 공연일에 맞춰 발간한다. 이 책 “석가탑: 멀고 먼 바람소리”(모시는사람들, 2019)에는 1968년의 자료뿐 아니라, 신동엽학회원의 연구논문 3편과 정민아 가야그머의 악보도 추가로 수록됐다.

신동엽학회장 정우영 시인은 이에 대해, “68년 공연 이후 이제까지 아무도 되돌아보지 않은 작업을 무대에 올리는 것”이라면서, 창작 오페레타 ‘석가탑’은 “한국 문학사적으로도 그렇고, 한국 음악사에서도 다시 평가받아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대본과 논문, 그리고 악보들을 여기에 함께 실어 이를 책으로” 펴내는 이유라고 밝혔다.

또한 신동엽 시인의 장남인 신좌섭 교수는 “이번 공연이 작위적 요소를 최소화하고 시 자체의 전달력을 최대한” 살리고, “시극, 시노래 운동에 작으나마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소감을 전했다. 

입체낭독극 ‘석가탑’은 신동엽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창비의 후원을 통해 마련된 공연으로, 신동엽학회와 동국대부속여고가 공동 주관한다. 공연 관람은 무료이며 관람 희망자는 구글폼을 작성하여 사전예약 또는 당일 잔여석에 한해 현장에서 등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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