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36) / 일국의 엘리트가-나문석의 ‘이 일을 우짜겠노’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36) / 일국의 엘리트가-나문석의 ‘이 일을 우짜겠노’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08.28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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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36) / 일국의 엘리트가-나문석의 ‘이 일을 우짜겠노’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36) / 일국의 엘리트가-나문석의 ‘이 일을 우짜겠노’
 
  이 일을 우짜겠노

  나문석 


  “국정원 뇌물 최○○ 의원
  징역 5년 확정, 의원직 상실“
  ―2019. 7. 10 연합뉴스

  집 없는 사람들
  빚내서 집 사라더니
  큰 인물은 다르네
  빚 안 내고 큰집으로 이사 가네

  그란데 말이다
  이거이 사실로 밝혀지면
  동대구역에서 배 짼다던
  그 약속은 우짤끼고?

  아 참, 내가 치매가 올라는갑다
  너거들 잘하는 말 있제
  기억이 안 난다 카모 되는기라

  —『시에』(2019. 가을호)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36) / 일국의 엘리트가-나문석의 ‘이 일을 우짜겠노’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정치풍자시가 사라진 줄 알았는데 문예지에서 보게 되니 반갑다. 이미 언론에 보도된 일이니 이름을 밝힌다.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던 시절인 2014년 10월 23일, 본인 집무실에서 이헌수 국정원 기조실장으로부터 국정원 특수활동비로 조성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았고, 5년 형이 확정되었다. 시인은 이 사실은 딱 3줄로 줄이고 풍자(satire)의 기법을 동원한다. 형 확정으로 바로 투옥되었는데 “빚 안 내고 큰집으로 이사 간” 것으로 표현하였다. 제3연은 최경환 전 의원이 기자들한테 둘러싸여 있을 때 한 말을 풍자한 것이다. 내가 뇌물 받은 것이 사실로 밝혀지면 동대구역에서 할복하겠다고 공언한 것을 두고 비꼬아 한 말이다. 정치인들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되면 종종 하는 말이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는 것이니 당신도 그 말을 하지 그랬느냐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비꼬았다. 시인은 대구 출신이다. 진한 경상도 사투리가 이 시의 골계미 살리기에 공헌하고 있다. 최경환 국회의원은 외교통일위원회 위원과 국방위원회 위원이었다. 이 나라의 외교와 국방이 정말 걱정된다. 행정고시 출신,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과 편집부국장까지 했던 일국의 최고 엘리트가!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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