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광 칼럼] 도서정가제 16년, 소비자 선택권의 자유를 허하라
[배재광 칼럼] 도서정가제 16년, 소비자 선택권의 자유를 허하라
  • 배재광 벤처법률지원센터 대표
  • 승인 2019.08.2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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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광 칼럼] 도서정가제 16년, 소비자 선택권의 자유를 허하라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도서정가제가 2003년 2월 도입되면서부터 내세운 주요 취지가 도서정가제를 통해서 독자인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창작물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가제를 전면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된 2014년에도 같은 주장을 되풀이 했다. 일각에서는 유령 독자를 볼모로 삼아 검증도 되지 않고 실제 가능하지도 않은 일을 벌리고 있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출판 진흥법’. 이하 같다)은 제2조에서 ‘출판에 관한 사항 및 출판문화산업의 지원∙육성과 간행물의 심의 및 건전한 유통질서의 확립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 출판진흥법은 태생부터 독자인 소비자의 권익과는 상관없는 법률이다. 출판업계와 서점 등 유통업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진흥하기 위한 법이다. 독자인 소비자를 보호하거나 이익을 증진하는 법이 아니다. 소비자는 지원∙육성과 유통질서 확립에 의하여 간접적으로 보호를 받을 뿐이다. 

독자인 소비자는 공정거래법, 소비자보호법 등 소비자보호와 관련된 법령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도서정가제에서 내세우는 독자 보호는 ‘출판 진흥법’에서 규정하는 바에 따라 출판이 진흥이 되고 독자 중심의 유통질서가 확립되어야 간접적으로 보호를 받는 것이다. 그러면 독자 중심의 유통질서가 확립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독자인 소비자는 일단 일반적인 소비자로서 보호를 받아야 한다. 가격 등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는 아니된다. 공정거래법이 적시하고 있는 재판매가격유지 제한, 소비자 기본법의 제정 취지가 출판사 혹은 판매자가 담합하거나 가격결정에 개입하여 최종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상 불공정행위에 해당한다고 일응 판단된다.  

다만, 출판 진흥법이 그 제22조에서 도서정가제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도서 정가제 자체가 법에 위반될 여지는 없다. 그러나 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정가제 규정은 출간물이 문화상품이라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자유시장경제이나 헌법상 개별 기본권에 반하여 위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거기에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애초에 정가제가 내세운 창작의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아 독자인 소비자의 선택권 보호가 실제 실현되지 않고 있다면, 기존 도서정가제하에서 형해화된 법리에 의하여 소비자인 국민의 헌법상 권리가 침해된다고 볼 수도 있다. 

지난 연재에서 필자는 도서정가제와 도서출판, 일인당 독서량이 지속적으로 감소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세밀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도서정가제가 주장하는 바와 달리 가격에 예민한 독자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끼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도서정가제로 인하여 저작자나 출판사 차원에서 다양한 시도가 있기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한 반사적 효과로서 독자가 양질의 도서에 접할 가능성이 높아 진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사실 도서정가제로 인하여 저작권자가 더 많은 수익을 얻게 되고 거기에 기반하여 더욱 창작을 열심히 할 것이라는 가정은 논리적으로 성립하기가 힘들다. 왜냐하면 도서정가제로 인하여 저작권자가 더 많은 인세를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설사 저작권자가 더 많은 소득을 올리지는 않더라도 저작권자의 기분이 좋아져서(?) 창작 의욕이 올라 가고 실제 창작이 늘어 났다고 가정하더라도 독자인 소비자가 정가제하에서 그 책을 더 많이 접할 것이라는 가정은 성립하기 어렵다. 실제 지난 5년간 국내 콘텐츠산업 매출규모를 보면 유일하게 출판이 정체 혹은 소규모 감소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0.3%, 콘텐츠산업 2018년 결산;한국콘텐츠진흥원). 

도서 정가제 16년, 소비자 선택권은 확대되었는가? 

위에서 살펴 본 결론에 따른다면 긍정적으로 답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많은 독자들도 도서정가제로 인하여 자신의 도서 선택권이 다양해졌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인정하지도 않을 것이다. 설령 도서출간 내용이 다양해 졌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도서정가제의 효과라고 단정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독자들이 실제 그렇게 느끼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왜 자꾸 도서정가제를 강화하면서 독자의 선택권 다양성을 끊임없이 내세울까. 그 속내야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만 보면 도서정가제로 인하여 가격이 올라가는데 따른 독자들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명분이 아닐까 의심된다. 지금까지 독자인 소비자가 도서정가제로부터 어떤 이득을 본 것은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 그냥 그럴 수 있다는 기대 정도야 아직 있을 수 있지만.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이 발행한 ‘2018년 출판산업 현황’에 따르면, 소량 발행 출판사 증가 등 소출판과 독립출판, 작은 책 출간과 전자책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새로운 시도는 2000년 이후 계속된 모바일과 SNS 등 기술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위기를 맞은 출판인들이 그 돌파구를 모색하는 과정으로 보여 진다. 발행종수, 발행부수 등 중요한 지표가 정체하거나 감소하고 있다. 상위 베스트셀러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어서 독자들이 특정 온라인 서점 등의 광고나 주어진 베스트셀러 외에는 책을 구매하는 기준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과연 2014년 도서정가제 강화가 처음 예견했었던 것과 지금 결과가 어떻게 일치하고 어긋나는지를 독자인 소비자 측면에서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이 결과를 받아 들고 자신들이 주장하는 완전정가제가 되지 않아서 지금의 결과가 나왔다는 주장을 이어 갈 것이라면 애시당초 논의의 대상이 아님을 밝혀 둔다. 지난 16년간 도서정가제 강화를 주장하고 그 취지와 명분으로 독자인 소비자의 다양한 선택권을 이야기했지만 매번 같은 얘기, 같은 결과를 집어 들고도 또 같은 주장을 한다면 향후 어떤 내용으로 결정되더라도 같은 얘기를 반복할 것이라는 점은 익히 알 수 있다. 2014년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상 도서정가제 관련 규정이 개정된 이후 그 법의 취지에 따라 도서 소비자가 어떤 혜택을 받았는지를 수치와 내용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참에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는 프랑스 등 유럽과 도서정가제를 시행하지 않는 미국과 영국의 소비자가 실제 어떤 보호를 받는지도 비교해서 살펴 볼만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 헌법상 소비자 권리와 시장경제 체제, 평등권과 행복추구권 등을 포괄적으로 검토하여 현행 도서정가제 규정을 헌법정신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 

누누이 언급하였듯이 지체된 혁신이라도 그만큼 혁신이고 더욱 지금 필요하다. 지역서점들과 독자는 그간 도서정가제의 볼모에 불과했다. 현상을 파괴하지만 결코 새롭게 건설하는 것을 주저하지는 않아야 한다. 도서정가제가 도서 출판업계의 진정한 혁신 생태계를 만드는 길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