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들에게 온 ‘노무현은 부관참시하라’는 메일... 애지 반경환 주간, ‘문학적 열정의 발로, 문인들 싫다면 보내지 않겠다’
문인들에게 온 ‘노무현은 부관참시하라’는 메일... 애지 반경환 주간, ‘문학적 열정의 발로, 문인들 싫다면 보내지 않겠다’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9.08.29 22:28
  • 댓글 0
  • 조회수 4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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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최근 유명 화장품 브랜드인 한국콜마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직원 조회 시간에 극보수 성향의 유튜브 영상을 틀어 강제로 시청하게끔 한 것이다. 해당 유튜브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옹호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최근 일본불매운동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와중이기에 더욱 큰 충격을 주었다. 사건이 공론화되며 인터넷에는 콜마 불매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이내 윤동한 회장은 회장직에서 사퇴했다.

이 사건은 윤 회장이 직위를 이용해 자신의 보수적 정치 성향을 직원들에게 강요했다고 비판받았다. 영상에서 유튜버는 여성에 대한 비하성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네티즌의 분노는 더욱 컸다. 한편 최근 문학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는 제보가 있었다. 문예지 ‘애지’가 글을 청탁한 문인들에게 진보 정권을 강하게 비판하고 일본 군국주의를 옹호하는 내용의 메일을 배포했다는 제보였다.

문예지 애지 표지.
문예지 애지 표지.

제보자 A씨는 애지의 반경환 대표가 글을 청탁하는 문인들에게 “출간물 소식 등을 작성하여 부정기적으로 알림메일”을 보내고 있으며 “그 내용이나 논리가 비약이 심하고 정제되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던 중 최근에는 간과할 수 없는 내용이 보여 제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애지 측이 메일에서 일본의 군국주의를 ‘강자의 아름다움이’라고 말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형사처벌이 두려워 자살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부관참시하고 그의 가족의 전재산을 몰수하는 것이 전 인류의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법이 정신이다.’ 등의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문인이 받은 메일 내용.
문인이 받은 메일 내용.

문예지 애지는 반경환 문학평론가가 2000년 3월에 창간한 계간지로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한 시론을 목표로 한다. 충청북도와 대전을 기반으로 활동을 하고 있으며, 문학권력 문제를 다루는 등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기도 했다. 올해에는 문예지발간지원사업에 대상지로 선정되었으나 반경환 주간이 성명서와 함께 지원 거부 의사를 밝혀 지원금을 받지 않았다. 이런 애지가 어째서 청탁 문인들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난하고 일 군국주의를 옹호하는 메일을 보낸 것일까?

뉴스페이퍼는 애지의 반경환 주간과의 인터뷰를 통해 메일을 보낸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통화에서 반경환 주간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문인들에게 강요할 생각은 아니었으며 단지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의 발로였다고 변했다.

반경환 주간은 “우리나라가 일등국가가 되고 문학을 읽는 독자들, 공부하는 작가들을 양성하는 것이 저의 최우선 목표”라며, ‘한국인들 백만두뇌 양성과 고급문화를 이끈다.’는 생각으로 애지의 창간 및 운영에 임했다고 밝혔다. “우리가 지혜를 사랑하지 않으면 우리 한국이 영원히 선진국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애지를 창간했다.”는 것이다. 또한 “애지가 뭐냐면 지혜 사랑이다. 고대 그리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다 지혜를 사랑했다.“며 지혜에 대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는 “부정부패와 부의 대물림을 뿌리 뽑고 맑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차원에서 반경환 주간은 “최순실, 이명박, 박근혜 이런 사람이 다 떵떵거리고 역대 대통령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주변에 측근들 형무소 안 갔다 온 사람이 없다.”며 “이게 나라냐”고 분개했다. 무엇보다도 기초생활질서가 지켜져야 하지만 ‘대통령부터가 법이라는 기본을 지키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일본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반 주간은 “일본 같은 경우 도쿄에 쓰레기 하나 없고 거짓말하는 사기꾼도 거의 없다. 현금을 많이 써도 도둑이 거의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사기꾼이 160배가 많다.”고 주장했다. 반 주간은 “그러니 외국에서 우리를 깔보고 멸시한다.”며 “이런 것 때문에 아베 같은 사람이 우릴 깔보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반경환 주간의 명언집 표지.
반경환 주간의 명언집 표지.

반경환 주간은 이러한 것들을 메일을 통해 전달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애지는 칠십년대, 팔십년대에 정치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요즘에는 사람들이 비판을 안 하니까 그래서 더 나서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 주간은 과거 자신이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표절 문제를 제기하고, 신경숙 사건 때에도 발언한 점을 짚으며 “저에 대해 곡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자신이 메일을 보내는 것을 문인들이 불편해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며 “나도 나이가 있으니 하지 않겠다. 문제가 된다면 앞으로 보내는 것을 자중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문인들의 메일함에는 여전히 노무현 부관참시와 일본 군국주의에 대한 메일이 들어있다. 일부 문인은 이것이 불편하게 느껴짐에도 문예지 주간이라는 권력 때문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콜마의 회장, 문예지의 주간 등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그 힘의 존재를 바로 알고 더욱 조심히 행동해야 할 것이다.

 

이하는 반경환 주간이 보낸 메일 전문이다.

 

문상

박준

 

한밤

 

울면서

우사 밖으로 나온 소들은

이곳에 묻혔습니다

 

냉이는 꽃 피면 끝이라고

서둘러 캐는 이곳 사람들도

여기만큼은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냉이꽃이 소복을 입은 듯

희고

 

머지않아 자운영들이 와서

향을 피울 것입니다

--박준 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에서

 

  박준 시인은 2010년대 한국문학의 기수이며,‘사상의 꽃’을 피운 시인이라고 할 수가 있다. 생살을 후벼파는 듯한 고통은 그의 사유를 깊어지게 했고, 그 반면에, 그의 사유는 고통의 원인을 묻고 성찰하면서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삶의 지혜와 철학을 가져다가 주었다.“한밤// 울면서/ 우사 밖으로 나온 소들은/ 이곳에 묻혔습니다”라는 비극적 사실에 소복을 입은 냉이꽃을 피워주고, 하얀 소복의 냉이꽃 (상제)들의 슬픔에 동참하며, 붉디 붉은 자운영들이 향을 피운다는 [문상]은 ‘천하절경의 미학’, 즉, ‘최고급의 수사학의 극치’라고 할 수가 있다.

수사학은 언어의 철학이고, 언어의 깊이이며, 수사학은 언어의 춤이라고 할 수가 있다. 철학은 광우병에 걸린 소와 그 소와 함께 한 주인의 삶을 성찰하고, 언어의 깊이는 그 슬픔의 텃밭에다가 하얀 상제들의 냉이꽃과 함께, 그 문상객들, 즉, 자운영들이 향을 사르는 너무나도 상징적이고 함축적인 시적 기교를 낳으며, 또한 거기에다가 한 점의 티끌이나 군더더기가 없는 언어의 춤사위(진혼무)를 보여준다.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은 고통을 끌어안고 고통을 승화시키며, 아름다운 것은 모든 사람들을 경건하고 엄숙하게 만든다.

  아아, 박준 시인이 아니라면 어느 누가 광우병에 걸린 소와 그 주인의 비극적인 슬픔을 이처럼 아름답고 경건하게 승화시킬 수가 있단 말인가!

  시는 사상의 꽃이고, 사상은 시의 열매(씨앗)이다.

  사상은 슬픔을, 고통을,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피운다.

 

  소크라테스는 해외로 망명을 가거나 형사처벌을 면할 수도 있었지만, ‘악법도 법이다’라고 당당하게 사형에 임했다. 노무현 전대통령은 자기 자신과 가족의 형사처벌이 두려워 자살을 했다. 노무현 전대통령을 부관참시 하고 그의 가족의 전재산을 몰수하는 것이 전인류의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법의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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