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에 고립된 한 여자와 세 남자의 좌충우돌 연극 ‘무인도에서 생긴 일’
무인도에 고립된 한 여자와 세 남자의 좌충우돌 연극 ‘무인도에서 생긴 일’
  • 최종일 기자
  • 승인 2019.09.0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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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을 설득하는 수잔과 앙리
필립을 설득하는 수잔과 앙리

[뉴스페이퍼 = 최종일 기자] 연극 ‘무인도에서 생긴 일’ (8월 29일~9월 29일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이 29일 개막했다. 프랑스 극작가 앙드레루생(Andre Roussin, 1911-1987)의 ‘라 쁘띠뜨 위뜨’ 가 원작이다. 극이 시작되면 무인도에 고립된 ‘필립(수잔의 남편이자 앙리의 친구)’과 ‘앙리(필립의 친구이자 수잔의 애인)’ 두 사내가 등장한다. 곧 ‘수잔(필립의 아내)’이 그들과 얘기를 나눈다. 이들은 크루즈 여행을 떠나지만 배가 난파되어 작은 무인도에 도착한다. 

무인도에 갇힌 두 남자와 한 명의 여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72년 전인 1947년에 상영되었다. 한국의 여성 캐릭터는 최근에서야 많이 변하고 있다. 그간 여성 캐릭터는 자신의 욕망을 억압해야만 했다. 자신의 감정을 덜 드러내는 인물로 그려져 왔었다. 관객은 유일한 여성인 수잔의 당당함과 솔직함에 다소 놀랄 수도 있다.

수잔은 폴리 아모리(Polyamory, 독점하지 않는 다자간의 사랑)를 외친다. 여성의 캐릭터는 더 이상 수동적이지 않고, 남성에게 필요하거나 조종되는 대상이 아니다. 수잔은 기자가 직업인 논리적 성격의 남편에게 “당신은 왜 당신 입장만 생각해?” 라고 따지기도 하고, 되려 자신과 앙리가 “우리가 너무 양심적이기 때문에” 라고 불륜 사실을 고백하는 이유도 덧붙인다. 

필립과 앙리도 극 중 ‘정숙함’ 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필립은 “일부다처제는 좀 그래”, “특히나 정숙한 여자는 더더욱 그렇지 않지“ 란 말을 내뱉는다. 반면 앙리는 “정숙히 바람난 여자도 많아” 라는 말을 건넨다. 이렇게 반대되는 남성의 성격 때문에 수잔은 그 둘 모두를 사랑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관객은 ‘하나의 대상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의문도 떠올릴 수 있다. 

관객은 작품을 보며 대리만족 혹은 통쾌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앙리가 필립에게 수잔과의 관계를 고백하자 필립은 괴로워한다. 수잔은 당신(남편)도 좋고, 또 다른 남자도 좋다는 마음을 필립에게 말한다. 심지어 필립을 설득한다. 일부 관객은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이종오(작, 연출)은 여성의 방탕함을 그려낸 건 아니라고 말했다. 오히려 가감 없이 서로를 사랑하는 진정한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셋이서 행복하게 지낼 생각만 하자” 앙리의 대사가 연극의 주제를 보여준다. 관객은 다소 이해되지 않을 법한 행동도 이들이 개인의 행복을 찾고, 모두가 행복해하는 풍경을 보며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극 중 행복과 가까운 인물은 수잔이다. 그녀는 망설임이 없고 당당하다.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땐 논리적 성격의 남편보다 더 논리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필립도 여전히 좋고, 앙리도 좋다는 걸 표현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오히려 “변하는 건 없다”라며 두 남성을 이끈다.

필립과 앙리의 대화
필립과 앙리의 대화

중반부에는 또 다른 남자인 ‘원주민왕자’ 가 등장한다. 새로운 인물의 등장으로 이들의 관계는 변한다. 수잔과 원주민왕자는 서로를 욕망하게 된다. 원주민왕자에게 육체적 힘에 밀려 밧줄에 꽁꽁 묶인 필립과 앙리의 모습은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수잔은 사랑에도 충실하고, 욕망에도 충실한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고 극의 전개가 마냥 웃기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극 중 내내 행복을 고민하고 행복을 찾아 나선다. 관객은 웃고, 생각하고, 고민하며 극을 관람하게 될지 모른다.

구옥분(수잔역)은 “순수하게 그대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애썼다. 관객이 대리만족을 느끼고, 그대로 사랑하는 마음을 느낀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 라고 전했다.

무대에 올리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제작사와 소통의 어려움으로 갈등이 커지자 배우와 관계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올렸다. 이종오(작, 연출)은 “대학로에 코미디가 너무 희화화되어 표현되는 것에 아쉬움이 있었다. 대학로에도 이번 연극처럼 민망한 문제로 대두될 수도 있으나 리얼리즘을 살린 작품을 꼭 올리고 싶었다. 관객들이 대리만족을 느끼고 유쾌한 작품으로 알려졌으면 좋겠다” 고 덧붙였다. 

코미디 연극이라고 젊은 세대만 즐기란 법은 없다. 김민수 대표는 “진정으로 사랑해서 사는 중년 부부는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연극을 보고 중년의 부부가 아내의 심정을 느끼고, 가족에게까지 환원된다면 좋겠다. 관객들이 현대 시대에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된다면 좋겠다” 라고 말했다.

극은 서로의 행복을 논하며 끝난다. 코미디 연극이지만 진정한 사랑은 무엇일지, 행복은 무엇일지, 남성과 여성의 관계와 같은 다양한 생각거리를 안겨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