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태순 소설가 추도식, 그의 시대 정신과 문학 세계를 되돌아보며 슬픔 나눠...
故 박태순 소설가 추도식, 그의 시대 정신과 문학 세계를 되돌아보며 슬픔 나눠...
  • 김지현 기자
  • 승인 2019.09.01 22: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족문학작가회의가 이사였던 박태순 소설가가 지난 8월 30일 별세했다. 이에, 이경자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을 비롯한 한국작가회의 회원들과 유족들은 9월 1일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그의 빈소에서 추모식을 열었다.

한국작가회의의 전신인 민족문학작가협의회는 1974년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위해 결성된 자유실천문인협의회가 6.29 민주화 선언으로 정세가 변화하자 민주화와 통일에 기여하고자 확대 개편하여 1987년 만들어진 문인 단체이다. 

한국작가회의는 민족문학작가협의회 결성 20년 후인 2007년 그동안 문학적 지평이 확대되었음을 고려하여 ‘민족문학’이라는 말을 지우고 ‘한국작가회의’를 명칭을 변경한 것이다.

故 박태순 소설가 빈소
故 박태순 소설가 빈소

이날 추도식은 오창은 문학평론가의 사회하에 진행되었다. 

故 박태순 소설가는 1942년 황해도 신천군에서 태어나 서울대 문리대 영문과에 입학하였으며, 4.19 혁명에 참가하였다. 1964년 단편 ‘공알앙당’이 ‘사상계’ 신인문학상 입상하여 문단에 데뷔하였다. 중편 ‘형성’이 ‘세대’ 제1회 신인문학상에 당선되었으며,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향연’이 입선하였다. 또한 ‘약혼설’이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가작 입선하여 총 4회에 걸쳐 문학활동 입문 과정을 걸쳤다. 

작품으로는 ‘무너진 극장’(정음사), ‘낮에 나온 반달’(삼성출판사), ‘정든 땅 언덕 위’(민음사), ‘단씨의 형제들’, ‘가슴 속에 남아 있는 미처 하지 못한 말’(설화당) 등이 있다. 또한, 산문집 ‘민족의 꿈, 시인의 꿈’(한길사), ‘나의 국토 나의 산하 전 3권’(한길사)등을 썼다. 

故 박태순 소설가는 1974년에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발기에 참여하였으며, 1978년에는 인권운동협의회와 평화시장대책위원회에 참여하여 70년대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는 문인이었다. 

또한 故은 박태순 소설가는 1987년 신동엽 창작기금을 수여하였으며, 1998년 제15회 요산문학상, 2000년 21세기 문학상, 2009년 제23회 단재상을 수상하였다.

추도식에서 故 박태순 소설가의 약력을 소개한 강형철 시인은 故 박태순 소설가가 “농성장에서, 거리에서, 후배들에게 깨우쳐 준 것들은 영원하”며, 고인이 “자유실천문인협회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말해 고인의 업적은 약력의 기록으로 다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짚었다.

故강 박태순 소설가의 약력을 발표하는 강형철 시인
故강 박태순 소설가의 약력을 발표하는 강형철 시인

이어서 김창규 시인이 故 박태순 소설가를 애도하며 쓴 조시 “수안보의 봄”이 빈소에 울렸다.

“마당 한가운데 살구꽃이 피어/환하게 꽃구경을 마련한 삼월의 봄날/소설가와 시인은 마주 앉아 소주잔을 기울인다/평소 존경하였던 어른이신 소설가께서/김시인 목사이지 하지만 대하연작시를/써보시는게 어떠신가/선생은 내게 청명한 이슬을 잔에 가득 부으며/웃으며 봄날을 노래했다.//그런데 갑자기 부음이 전해졌다/가을의 바람이 선선한 새벽에 문자로/작가의 운명을 알려왔다/덕유산 연작시를 읽었다며/선생은 자신의 고향이 이북이라고 하시며/통일을 기원했다//(중략)//잘 가시라는 인사 밖에 할 말이 없고/봄날은 그렇게 가고/자유실천위원회 깃발 아래 촛불이 환한 그날/비로소 먼길의 대장정을 끝내고 간다/그리워라 봄날의 수안보/잘있거라 아름다운 나의 조국/ 또 만나자”
- ‘수안보의 봄 – 박태순 소설가 별세에 붙여’ 일부, 김창규 시인

이날 조사는 현기영 소설가와 김언호 한길사 대표가 맡았다. 현기영 소설가는 자유실천문인협회 태동의 장본인이 故 박태순 소설가라고 했다. 故 박태순 소설가는 독재와 싸우며 자유를 갈망했다며 전두환 군사정권에 맞선 6월 항쟁에서 함께 투쟁했다고 했다. 현 소설가는 고인과 나이가 같기에 故 박태순 소설가의 별세 소식이 더욱 충격이라 말했다. 현기영 소설가는 故 박태순 소설가가 “이승에서 좋은일을 했으니 저승에서 편안하길 바란다”며 조사를 마쳤다. 

조사를 남기는 김언호 한길사 대표
조사를 남기는 김언호 한길사 대표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故 박태순 소설가의 문학 정신을 역사에 남기기 위해 책 만들기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故 박태순 소설가에 대해 놀라운 엘리트였다고 말했다며, 우리 삶의 원형과 사상의 고향을 찾는 작업을 한 그의 국토답사기에 매료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故 박태순 소설가의 문학이 방대하고 깊이도 넓으나 책으로 엮지 못한 글이 많아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남겼다고 말했다. 

이날 고별사는 김정환 시인과 전태삼 故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 씨가 맡았다. 전태일 분신 직후 그의 장례식과 평화시장 등을 취재한 故 박태순 소설가는 ‘소신(燒身)의 경고’라는 르포 문학을 남기고 그 이후로도 故 이소선 어머니와 전태삼씨와 유대를 가져왔다. 전태삼 씨는 이날 고별사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는 말로 시작하며 미안함을 전하고, 노동자와 함께한 故 박태순 소설가의 생전 모습을 추억하고 고마워하는 마음을 표했다. 

고별사를 발표하는 전태삼 씨
고별사를 발표하는 전태삼 씨

또한, 이날 추도식에는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인 이경자 소설가가 추모사를 낭독했으며, 현준만 소설가가 故 박태순 소설가의 대표작 ‘정든 땅 언덕 위’ 중 일부를 낭독해 고인의 문학 세계를 짧게나마 느끼는 시간이 있었다. 

추도식은 고인의 장남 윤영씨가 부친의 별세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표하고, 추도식에 참석한 조문객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끝이 났다. 한편 故 박태순 소설가의 발인은 2일 오전 11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