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태순 소설가 추도식 추모사] 이경자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추모사 남겨...
[故 박태순 소설가 추도식 추모사] 이경자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추모사 남겨...
  • 김지현 기자
  • 승인 2019.09.01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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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이경자 소설가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이경자 소설가

지난 8월 30일 별세한 故 박태준 소설가의 추도식이 9월 1일 오후 5시 신촌세브란스장례식장에 위치한 빈소에서 열렸다.

이날 이경자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한국작가회의의 전신인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였던 故 박태준 소설가의 추도식에서 아래와 같이 추모사를 남겼다. 추모사 전문은 아래와 같다.

추 모 사

이경자(소설가,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선생님, 박태순 선생님.

이제 짧고도 지루한 이승의 시간을 벗어나셨는지요.

그래도 아직은 여기 남아있을 크고 작은, 혹은 따뜻하거나 차가웠을 인연들을 다시 한번 두루 살피시느라 아주 멀리는 아니 가셨겠지요. 저희로선 도무지 모를 일이지만, 이승을 떠나는 일도 처음엔 낯설어서 발길이 더딜 것 같습니다. 이렇게밖엔 상상이 안됩니다. 그 더딘 시간의 한 틈으로, 감히 들어가, 여기에 선생님을 보내드리는 자릴 마련했습니다.

우리들의 80년대, 정확하게는 86년에서 87년 사이, 풀빛 출판사에서 만나 새로운 문학에 대해 평론가 채광석, 김명인, 발행식 나병식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선생님의 중편소설 '밤길의 사람들'을 표제로 해서 이듬해인 88년 2월에 책을 냈습니다. 당시 한겨레의 기자였던 조선희와 전남대 학생이던 정도상이 이 책에 첫 작품을 발표하며 등단했습니다.

책을 내기 전후로 우리는 풀빛 출판사에서 자주 만났고 근처의 크고 작은 술집이나 밥집에서 즐거운 환담도 나눴었지요. 연남동, 기찻길가의 선생님 집필실인가에서도 가서 영양보충을 하고 온 기억이 납니다. 선생님은 제가 강원도 양양 출신이란 걸 아시고선 지금의 조산해수욕장 바닷가 마을에 머무실 때 누군가 선생님을 간첩으로 신고 했었다고...... 그런 미개한 공포증후군에 시달리며 지낸 세월도 있었습니다.

지난 4월 하순 무렵, 방민호 평론가에게서 선생님의 근황을 전해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고독과 고독이 쌓여 그것이 어떻게 선생님을 짓눌렸는지, 어렴풋이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선생님의 현실이 후배에겐 씻기 힘든 부끄러움과 죄책감으로 남았습니다.

선생님.

그러니, 이제, 편히 가십시오. 뒤도 돌아보지 마시고 훨훨 날아서 가셔요.

결국 우리도 끝내는 모두 그곳으로 갈 테니까요......

이 경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