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아침” 신인 시인과의 만남! 김연덕, 류휘석, 성다영, 조시현 시인 함께해
“시인들의 아침” 신인 시인과의 만남! 김연덕, 류휘석, 성다영, 조시현 시인 함께해
  • 김보관 기자
  • 승인 2019.09.03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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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전과 데뷔 후, 기대와 현실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
김연덕 시인 [사진 = 김보관 기자]

“그간의 3, 4년보다 데뷔 이후의 3, 4주가 더 길게 느껴졌어요.”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작가지망생들은 흔히 신춘문예, 문예지, 기타 ‘등단’ 제도를 거쳐 정식 ‘작가’가 되기를 꿈꾸곤 한다. 구태여 제도나 정식이라는 단어를 끌어오지 않더라도 작가 등용문으로서 ‘등단’을 염두에 둔 이들은 적지 않다. 

최근 신경숙 표절, 문단 내 성폭력, 김경주 대필 사건 등 일련의 사태를 거쳐 문학계 권력 구조와 위계에 의한 폐단이 속속 밝혀져 왔다. 같은 맥락에서 비등단자에게 가해지는 위계 권력이 지적되며 ‘등단’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이 연이어 대두됐다.

그렇다면 막 데뷔한 신인 작가들에게 제도 안과 밖의 위계 차이는 과연 얼마나 크게 느껴질까? 보다 현장감 있는 이야기와 함께 신인 작가들의 삶과 문학에 관해 들어보기 위해 뉴스페이퍼가 지난 7월 26일 “시인들의 아침”을 통해 신인 시인들과의 대담을 진행했다. 

대담은 김연덕(2018년 대산대학문학상), 류휘석(201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성다영(201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조시현 시인(2019년 현대시)이 함께했으며 행사장에는 뉴스페이퍼 서포터즈와 시민기자단이 참석했다. 객석에 자리한 대부분의 인원은 문학전공자, 작가지망생, 콘텐츠제작자지망생 등으로 신인 시인들의 이야기를 주의깊게 들었다.

류휘석 시인 [사진 = 김보관 기자]

사회를 맡은 뉴스페이퍼 이민우 대표는 데뷔 전과 데뷔 후 작가들의 삶에 대해 질문했다. 대개 데뷔 전후의 삶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류휘석 시인은 “작품 발표 기회가 생긴 것과 졸업 후 상경한 것을 제외하고는 큰 변화가 없었다. 막연하게 앞으로 많은 시인을 만나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그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웃어 보였다. 조시현 시인 역시 많은 문인을 만나 대화를 나눌 거라는 기대와 달리 혼자 지내는 생활이 더욱 많아졌다.

김연덕 시인은 “감정적 변화 외에 생활적인 변화는 많지 않았다.”며 “마음먹고 글을 써온 3, 4년의 시간보다 수상 소식을 들은 후의 3, 4주가 더욱 길게 느껴졌다. 한 가지 신기한 부분은 예상과 달리 데뷔 이후 글 쓸 때 마음이 더 편안해졌다. 압박감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반면 조시현 시인의 경우 데뷔 후 표현이나 단어를 고르는 데 있어 더욱 신중해졌다고 한다. 

신인 시인들이 꼽은 데뷔 후 가장 큰 변화는 ‘독자’와의 접근성이었다. 습작생 시절 지인 또는 동료에 국한됐던 독자 폭이 모르는 이들로까지 확장됐다. 더 많은 독자가 자신의 글을 읽어준다는 사실이 데뷔와 함께 찾아온 긍정적 변화였다.

성다영 시인 [사진 = 김보관 기자]
성다영 시인 [사진 = 김보관 기자]

같은 질문에 성다영 시인은 “이른바 ‘등단’ 전후가 변할 것이라는 환상 때문에 질문해주신 것 같다.”는 말로 운을 뗐다. 이어 “이미 데뷔한 입장에서 이런 말을 꺼내기 조심스럽지만, ‘등단’이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꼭 그것만을 목적으로 소설이나 시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며 근래에 새로이 등장한 투고 방식 등을 소개했다. 독자를 만나는 다양한 방식이 생긴 만큼 꼭 등단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문단’에 대한 시선이나 생각에 관해서는 2016년 문단 내 성폭력 사건 당시를 떠올렸다. 성다영 시인은 “개인의 태도나 제도적인 문제와 동시에 등단 시스템이 가진 위계가 함께 작용”했다는 점을 꼬집으며 “당시 ‘왜 문학을 하는지’에 대해 함께 재고하던 시점이 있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문단의 폐단을 고쳐나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등단’이 아닌 ‘비등단’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있다. 기성 체재에 들어가지 않는 작가가 늘어나고 플랫폼을 직접 창조하는 사람도 생겼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민우 대표는 “뉴스페이퍼 또한 기사 내에서 ‘등단’이라는 표현 대신 ‘데뷔’라는 단어를 쓰는 등 등단 제도가 만들어내는 권력과 위계를 경계하려 한다.”며 신인 시인들의 말에 힘을 실었다.

조시현 시인은 성다영 시인이 기획한 낭독회를 언급하기도 했다. 해당 낭독회에서는 데뷔 여부에 상관없이 언어에 대해 고민하고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익명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성다영 시인은 “기성 시인의 시보다 더 좋은 시들도 있었다. 이름을 지우고 봐도 모두 소중하고 감동적이었다. 등단 후에 갑자기 내 시를 존중해 주는 이들이 생겼는데, 낭독회에서 모든 이름을 지우니 은연중에 갖고 있던 선입견을 버리고 서로 존중하게 됐다.”는 후일담을 전했다.

조시현 시인 [사진 = 김보관 기자]

데뷔 이후 맞닥뜨린 현실적인 문제도 빼놓을 수 없었다. ‘등단 제도’의 모순을 언급하자 ‘원고료’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류휘석 시인은 시 두 편에 5만원의 고료를 받았던 일을 회상했다. 그는 “들인 노력과 시간, 마음 등을 생각하자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미등단자는 등단을 갈망하고 등단자들은 지면을 갈망하는 것이 참 이상한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시를 발표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원고료 기재 없이 청탁서를 보내면 아예 발표를 안 하겠다는 다짐도 했다.”며 원고료 책정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다른 시인이 받은 원고료 역시 천차만별이었다. 김연덕 시인은 첫 지면인 모티프에서 신작 두 편에 15만원의 고료를 받았으나 이후 3만원, 5만원, 30만원 등 제각각의 고료를 수령했다. 성다영 시인은 “메이저 출판사는 한 편당 10만원에서 15만원, 그 외는 대개 5만원 내외로 책정한다. 나만의 원칙으로 5만원 미만은 시를 주지 않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조시현 시인은 첫 청탁 전화를 받고 반가운 마음이 앞서 따로 고료를 묻지 않고 진행했는데, 원고료가 정기구독으로 대체된 불합리한 경우를 겪기도 했다. 이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지만 흔한 일이라고 한다. 실제로 한국문화예술위원에서 조사한 문예지 평균 원고료는 시 한 편에 2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발표한 ‘최저 원고료’는 시 편당 67,586원, 동시 편당 25,000원에서 30,000원, 단편소설 원고지 1매에 8,679원, 장편소설 원고지 1매에 11,800원이다, 그러나 문예지에 강제성이 없고 실제로 작가들의 글을 싣거나 청탁을 넣는 가장 큰 매체가 문예지인 만큼 최저원고료 제도 자체가 효력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해 이민우 대표는 “문학으로 돈을 벌면 안 된다는 이상한 믿음이 남아 있다. 문예지들이 원고료를 주지 못할 정도로 생태계가 악화된 경우도 많다.”며 우려를 표했다.

"시인들의 아침" 행사 장면 [사진 = 김보관 기자]

신인 시인들과의 두 시간 남짓한 대화 속에서는 느끼는 위계만큼이나 제도 안에서 마주하는 모순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인들을 문학계로 이끌고 잡아두는 힘은 ‘스스로를 견디는 일의 중요성’과 ‘글에 대한 애정’으로부터 나왔다.

행사 당일 뉴스페이퍼와 공유해준 많은 이야기 또한 ‘더 나은’ 문학계를 위한 발돋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 무궁무진한 가치가 있는 신인 시인들의 행보와 그들이 만들어갈 문학계의 새로운 모습이 주목된다.

“시인들의 아침” 포스터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시인들의 아침” 포스터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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