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43) / 밴댕이 소갈딱지-임동윤의 ‘밴댕이’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43) / 밴댕이 소갈딱지-임동윤의 ‘밴댕이’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09.04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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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43) / 밴댕이 소갈딱지-임동윤의 ‘밴댕이’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43) / 밴댕이 소갈딱지-임동윤의 ‘밴댕이’

  밴댕이 

  임동윤


  썩어야 맛을 내는 작디작은 고기
  속이 작아 창자 하나 버릴 것 없는,
  통째로 삭힌 젓갈로 점심을 들다가
  나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우리 가슴은 바다만 할까, 우주만 할까?

  어쩌면 저 고기보다 
  속이 더 좁을지 몰라 
  그날 나는, 
  차마 젓갈에 손이 가지 못했다 

  ―『풀과 꽃과 나무와 그리고, 숨소리』(소금북, 2019)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43) / 밴댕이 소갈딱지-임동윤의 ‘밴댕이’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우리는 흔히 사람 속이 좁은 것을 두고 밴댕이 소갈딱지 같다고 한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과 거의 반대되는 뜻이다. 우리 마음은 바다만큼이나 아니, 우주만큼이나 넓을 수도 있지만 밴댕이 창자만큼 좁기도 하니 그 마음의 깊이는 알 수가 없다. 표리부동, 전전반측, 심모원려, 구밀복검, 면종복배, 양두구육, 권상요목 등 인간 마음의 불가사의함을 다룬 고사성어가 많다. 
  끝 행을 왜 “손이 가지 않았다”로 하지 않고 “손이 가지 못했다”고 했을까, 오래 생각하였다. ‘않았다’는 피동이고 ’못했다‘는 능동이 아닐까. 차마 젓가락 쥔 손을 내밀 수 없었다는 것을 이렇게 표현한 것일 터, 시인은 속마음을 내게 들키고 말았다. 
  밴댕이는 청어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전어와 비슷하지만 옆으로 납작하며 가늘고 길다. 몸빛은 등 쪽이 푸른 흑색이고, 배 쪽은 은백색이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후 12시간이 지나면 하얗던 살이 붉은색으로 변해 생물로는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젓갈로 담가 먹는다. 속도 좁지만 빨리 변하는 밴댕이를 본받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시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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