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심훈문학대상! 폐쇄적 심의 방식이 아닌 독자들이 직접 수상자 뽑는 방식 채택해
제6회 심훈문학대상! 폐쇄적 심의 방식이 아닌 독자들이 직접 수상자 뽑는 방식 채택해
  • 김보관 기자
  • 승인 2019.09.05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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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작가, 평론가, 언론인, 문학연구자, 문학교육자, 문학청년이 한자리에 모여
심훈문학대상 개표 및 집계 모습 [사진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국내에는 수많은 문학상이 있다. 근 1년간 새로 등장한 문학상만 헤아려도 양손이 가득 채워진다. 이 중 대부분 문학상 심사는 소수 심사위원의 논의를 통해 결정된다. 독자들은 수상 확정 이후 지면이나 언론을 통해서만 그 결과를 접할 수 있다. 이처럼 폐쇄적인 심의 방식은 문학과 독자들의 거리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심사를 맡은 특정 문인의 권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 또한 꾸준히 이어져 왔다.

지난 8월 30일, 문학상 심사제도의 틀을 깨는 신선한 시도가 등장했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심훈문학대상”은 독자 100여 명을 초대하고 이른바 ‘경연’ 방식을 선택해 당일 현장 투표로 최종 수상자를 결정했다. 사단법인 심훈선생기념사업회가 주최, 주관한 심훈문학제 참여를 위해 기념관에 모인 현역작가, 평론가, 언론인, 문학연구자, 문학교육자, 문학청년들은 사전에 후보작을 읽고 함께 고민했다.

제6회 심훈문학대상 챌린지 행사장 내부 [사진 = 김보관 기자]
제6회 심훈문학대상 챌린지 행사장 내부 [사진 = 김보관 기자]
최지애 작가 [사진 = 김보관 기자]
최지애 작가 [사진 = 김보관 기자]

이번 “심훈문학대상”은 기존에 원로 문인에게 수여하던 공로상 형식의 문학상에서 벗어나 동시대에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들로 범위를 넓혔다. 지난 1년간 계간지에 발표된 단편소설 중 작품성이 뛰어난 후보작을 계간 아시아 자문위원단 4인(전성태 작가, 정은경 평론가, 이경재 평론가, 강영숙 소설가 4인)이 총 2차에 걸친 예심 추천을 거쳐 선정했다. 이후 작가와 평론가의 지지발언 및 토론을 통해 독자들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이후 최종 투표로 이어졌다. 이에 해당 행사를 ‘비평 경연’ 또는 ‘챌린지’라는 단어로 행사를 설명하기도 했다.

사회를 맡은 최지애 작가는 “문학계 유례없는 독특한 수상 방식이다.”라며 “현재 치열하게 발표하는 젊은 작가들을 폭넓은 관점에서 바라보고 동시대 대중에게 우리 문학이 더 다가가 진정한 의미의 소통을 이룰 수 있는 시도가 될 것”이라는 감회를 밝혔다.

이날 함께 만들어가는 문학 페스티벌로서 “심훈 문학제”는 현장을 찾은 고등학생부터 중장년의 문학전문가까지, 모두 귀를 기울이고 참여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경재 평론가 [사진 = 김보관 기자]

후보작으로 선정된 첫 번째 소설은 김중혁의 ‘휴가 중인 시체’다. 해당 작품의 경연은 이경재 평론가가 맡아주었다. 이 평론가는 “상실과 애도라는 문제를 김중혁 특유의 발랄한 문체로 다룬 작품”이라는 평과 함께 소설을 소개했다. ‘휴가 중인 시체’에는 ‘나는 곧 죽는다’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버스에서 생활하는 한 남자가 등장한다. 그는 과거 음주운전으로 인한 죄책감에 휩싸여 밤마다 자신의 뺨을 내리치는 인물이다. 이경재 평론가는 “소설은 대상을 읽어버리거나 이별했을 때 갖는 각기 다른 삶의 태도와 방식을 그려낸.”며 “인간의 책임 있는 자세에 관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중혁은 어딘가 세상에 있을 법한 이야기보다는 특이한 소재와 이야기를 들려준다. 단순히 관심 끌기를 넘어서 규격화된 현대사회에 고유한 개성을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죽기만을 바라며 버스에서 생활하는 특이한 인물을 통해 다양한 삶의 가능성 제시하는 ‘휴가 중인 시체’는 연령을 불문하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전성태 작가 [사진 = 김보관 기자]

다음으로는 박형서의 ‘쓸모에 관하여’가 전성태 소설가의 입을 통해 추천됐다. ‘길을 잃었다.’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 속 주인공들은 우연히 영월과 단양 사이에 위치한 ‘전국여객자동차운송사업지원인력연수원’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1980년대 이후 사라진 버스안내양 수천 명이 연수를 받고 있다. 1959년까지 있었던 버스차장을 하던 할아버지들도 함께다. 주인공 나와 누나는 안내양과 할아버지들의 배려를 통해 안정을 찾는다.

소설과 관련해 전성태 작가는 “아픈 기억을 가진 사람들, 그러니까 달아나고 싶은 사람들이 그곳에 눌러앉아 세월을 보내고 있는 거로 생각한다.”며 “누구에게나 연수원 같은 곳이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기억과 사람의 쓸모에 관해 고민하는 박형서의 소설은 독자들을 “내가 잃어버린 것들이 모여있는, 내가 갈만한 연수원이 있다면?” 하는 질문으로 안내한다. 

소영현 평론가 [사진 = 김보관 기자]

소영현 평론가는 “82년생 김지영”으로 유명한 조남주의 ‘가출’을 소개했다. 아버지의 가출과 함께 시작하는 소설은 일상적으로 우리가 겪는 일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문체로 표현해 일상 속 문제를 깨닫게 한다.

사라진 아버지를 매개로 모인 가족들은 그간 아버지가 싫어해 먹지 못했던 청국장을 먹고 서로 전보다 많은 대화를 나누는 등 뜻밖의 긍정적 변화를 맞이한다. 집을 나간 아버지는 막내딸이 준 카드를 긁으며 안부를 전한다. 이처럼 아버지가 사라진 가정의 모습을 비극이나 큰 문제로 그리는 대신 색다른 관점으로 접근해 가부장제를 재조명하는 것이다.

장은정 평론가 [사진 = 김보관 기자]

다음 순서인 최은영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는 용산에 살았던 두 여성 주인공이 등장한다. 소설은 여성연대의 관계망 속에 용산 참사라는 참사를 재배치함으로써 흔적 없이 사라져야만 했던 사람들의 자리에 여성의 자리를 조심스럽게 겹쳐놓는다.

경연을 맡은 장은정 평론가는 “용산 참사 10주기에 발생한 죽음이 떠올랐다.”며 “소설은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 속 문학이 무엇을 어떻게 읽고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고 하는지를 서슴없이 묻는다.”는 평을 남겼다. 최은영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는 한국 사회의 여성, 약자, 떠밀려 나야만 했던 사람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정은경 평론가 [사진 = 김보관 기자]

“이젠 황정은이 무섭기까지 하다.”는 말로 운을 뗀 정은경 평론가는 황정은의 ‘파묘’를 소개했다. ‘파묘’에는 이순일이라는 72세 노모와 한세진이라는 딸이 등장한다. 둘은 철원 38선 인근에 있는 외할아버지의 묘를 없애기 위한 길을 떠난다. 이순일은 6살 때 부모님과 사별하고 외할아버지의 손에 키워진다. 그녀는 매년 묘소를 찾다 인공관절 수술 이후 방문이 어려움을 느끼고 파묘와 화장의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이순일의 할아버지가 태어난 곳인 철원 38선 인근은 한국전쟁 당시 대부분 주민이 목숨을 잃은 곳으로, 소설 속 시간적 배경인 2016년 촛불집회 당시와 한국전쟁 분단사가 교묘히 이어진다. ‘파묘’는 이처럼 한국역사의 상흔과 잔재를 파헤친다는 의미를 동반한다.

소개된 다섯 작품 모두 각자의 색을 뚜렷하게 살리면서도 한국 사회의 현실을 다층적으로 묘사해냈다. 자리에 모인 독자들은 자신의 감상과 평론가, 작가의 해석을 교차해보며 의미를 되새겼다.

토론 및 질의응답 시간 [사진 = 김보관 기자]
질의 중인 교사 [사진 = 김보관 기자]
질의 중인 교사 [사진 = 김보관 기자]

이어진 토론 및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작품 소개와 비판 등이 서슴없이 교환됐다. 객석에 앉은 독자 심사위원단들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웃음을 터뜨리며 이야기를 경청했다. 이후 추가로 논의될 점이나 의문점은 객석 질의응답을 통해 자유롭게 나누어졌다.

개표 및 집계 모습 [사진 = 김보관 기자]
개표 및 집계 모습 [사진 = 김보관 기자]

질의응답이 끝난 행사장 외부는 투표 집계로 한창이었다. 투표는 총 200점 만점으로 예심 45점, 챌린지 심사위원단 투표 155점이 반영됐다. 현장에서 발표된 최종 수상자는 김중혁 작가로 오는 9월 21일 시상식이 예정되어있다.

수상자 김중혁 작가 [사진 제공= 최갑수]

작가이자 경연 참가자로서 행사에 참여한 전성태 소설가는 “이번 심훈문학상은 독자들이 직접 참여하고 수여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소수 심사위원에 의한 선정이 아닌 독자 의견이 폭넓게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것이 독자에게도 작가 자신에게도 큰 영광과 가치를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행사장을 찾은 한림예고 학생은 “큰 문학상의 심사위원으로 직접 참여할 수 있어 뜻깊었다. 작품을 읽어보고 모두 좋아서 우선순위를 가르기가 어려웠는데, 토론 이후 마음이 정해졌다.”라며 상기된 볼로 눈을 반짝였다. 뉴스페이퍼 기자 역시 “새로운 방식이라 인상 깊었다. 대상 선정에 직접 참여하며 작품을 더 면밀히 살펴보게 됐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심훈문학대상 챌린지’가 개최된 “심훈문학제”는 이외에도 제 83주기 심훈 추모제, 심훈문학학회 등의 행사를 만나볼 수 있었다. 전문가와 독자들이 함께 결정한 제6회 심훈문학대상은 그 가치가 남다를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도 이처럼 유의미한 시도들이 계속되길 기대한다.

투표를 고민하는 학생 [사진 = 김보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