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주간 2019 첫 행사! 곽재식, 김환희가 들려주는 “옛이야기 그리고 다음 이야기”, 구비문학의 새로운 면모 살펴
문학주간 2019 첫 행사! 곽재식, 김환희가 들려주는 “옛이야기 그리고 다음 이야기”, 구비문학의 새로운 면모 살펴
  • 김보관 기자
  • 승인 2019.09.0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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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문화와 삶이 녹아든 서민들의 구전설화
김환희 작가 [사진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문학주간 2019를 맞아 첫 번째 작가스테이지가 열렸다. 사회를 맡은 전혜정 작가와 “한국 괴물 백과”를 낸 곽재식 작가, 옛이야기 평론으로 유명한 김환희 작가가 함께한 “옛이야기 그리고 다음 이야기”에서는 구비문학과 고전설화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오갔다.

김환희 작가는 문헌설화보다 구전설화가 더 끌리는 이유로 ‘탄탄한 서사’와 ‘환상성’을 꼽았다. 또한, 과거 문맹률이 높아 원문 텍스트 대부분이 귀족 등 20%의 상위계층에 의해 쓰인 데 비해 구비문학은 80%의 서민이 남긴 내용으로 더욱 현실적인 당대 사회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작가스테이지를 찾은 관객 [사진 = 김보관 가지]

김환희 작가는 “구비문학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이야기를 전한 상황이 기록되어야 한다.”며 “언제 어디서 누가 구연한 내용을 기록했다는 내용이 함께 들어가야 한다. 사투리로 전했다면 있는 그대로 받아써야 가치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옛이야기 공부법”, “옛이야기와 어린이 책”을 발간한 김환희 작가는 고전설화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화소’와 ‘모티프’, ‘각편’이라는 용어에 관해 설명해주기도 했다. 각편은 구현자가 한 번 이야기를 전할 때마다 새로 생기는 버전을 뜻한다. 똑같은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라도 매번 조금씩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으므로 구현 시기마다 새로운 각편이 생겨난다. 

화소는 서사의 최소단위로 ‘어머니’와 같은 것이 그 예다. 모티프는 ‘심술궂은 계모’와 같이 전승의 힘을 가진 화소를 말한다. 한 이야기가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여러 이야기에 등장하는 화소를 모티프라 부르는 것이다. 김환희 작가는 “그러나 다소 애매한 지점이 있다. 용어에 얽매이기보다는 이야기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했다.

“옛이야기 그리고 다음 이야기” 행사 장면 [사진 = 김보관 기자]

문학주간 2019의 첫 작가스테이지 “옛이야기 그리고 다음 이야기”는 고전설화 연구자들에게만 들을 수 있는 이색적 내용으로 구성됐다. 그중 흔히 알고 있는 콩쥐팥쥐전에 얽힌 비화는 많은 관객들의 흥미를 자아냈다. 1918년 일제강점기에 채록된 콩쥐팥쥐전은 1987년 이후 책으로 출간돼 고전소설본과 구비설화본의 차이가 특히 두드러진다.

김환희 작가에 따르면, 구전된 이야기 속 콩쥐는 굉장히 유능한 인물로 베도 잘 짜고 호미질에도 능해 콩쥐팥쥐전이 노동 창가로 받아들여진 적도 있다. 작가는 “강인하고 지혜로운 콩쥐의 면면이 살아나지 않았다. 소위 신데렐라 콤플렉스처럼 알려진 바와는 달리 우리의 콩쥐팥쥐 설화는 결혼 후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팥쥐의 모략으로 죽은 콩쥐는 연꽃과 구슬로 환생해 남편의 어리석음 깨우쳐 주기도 한다.”며 어린이 책으로 만들어질 때 삭제된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초기 구비설화본에서 검은 황소가 갓신을 가져다주는 장면은 고전소설본에서 선녀로 변경됐다. 또한 고전소설본은 팥쥐를 젓갈로 담가 계모에게 먹이는 부분이 수록되어있는데,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1920년대 채록본에서는 팥쥐를 귀향 보내는 정도에서 마무리됐다. 김환희 작가는 “원형에 충실할수록 조력자가 동물로 등장한다. 우리의 원래 이야기에서는 잔인한 화소가 없다.”며 “구비문학이 교과서에 잘못 실리는 순간 문자의 힘에 눌려 묻히고 만다. 일제강점기 우리가 남긴 좋은 이야기가 진가를 발휘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전했다.

곽재식 작가 [사진 =김보관 기자]

옛이야기 속 여성 산신령의 등장에 관해서도 소개됐다. 독자들에게 남성 산신령의 이미지가 익숙한 데 반해, 우리의 옛이야기에는 여성 산신령이나 여성 신이 즐겨 등장했다. 18세기까지는 여성 산신 서사가 많았으나 모계 사회가 가부장제로 변동되며 남성 위주의 서사가 굳혀진 것이라고 한다.

곽재식 작가는 산신령의 종류가 다양함을 짚으며 운제산의 산신이자 구름의 신인 신라 운제 부인 설화, 망부석 설화 등을 들려줬다. 곽 작가에 따르면 18세기 뱃사람들의 표류기를 담은 ‘표해록’에서는 제주도 설문대할망이 등장한다. ‘선마선파’라는 한자어로 기록된 설문대할망은 제주도 신화에 등장하는 신적 존재로 한라산을 상징하는 여신이다. 김 작가 역시 지리산, 대모산, 모악산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여러 여성 산신을 소개했다.

전혜정 작가 [사진 = 김보관 기자]

한편, 옛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그림책 또는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서의 세심함 또한 강조됐다. 사회를 맡은 전혜정 작가는 어릴 적 못생기게 그려진 팥쥐와 예쁘게 그려진 콩쥐의 모습을 담은 동화책을 떠올렸다. 김환희 작가는 콩쥐팥쥐전 민담채록본에는 등장인물 외모에 관한 언급이 없음을 밝히며 “시각적으로 예민한 시기의 아이들에게 더욱 섬세한 그림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고증이 잘못된 옷차림, 배경, 장면 등의 묘사는 어린이에게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행사 말미엔 앞으로 옛이야기를 활용하고 구성하는 데 있어 더욱 폭넓은 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교환되기도 했다. 곽재식 작가는 “국가 간 상호 영향을 주고받은 지점을 조사하고 응용했을 때 이야기는 더욱 재밌고 풍부해진다.”며 외부의 영향을 배척할 것이 아니라, 수용하고 결합하려는 시도의 중요성을 말했다. 김환희 작가 또한 “전 세계인이 공유하는 50% 정도의 이야기와 더불어 우리만의 무궁무진한 보물창고가 있다.”며 흔히 말하는 ‘우리 민족만의 이야기냐 아니냐’의 논쟁에서 나아가 ‘더 좋은 서사’ 자체를 고민해야 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