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49) / 불효자는 웁니다-김원식의 ‘울음 감옥’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49) / 불효자는 웁니다-김원식의 ‘울음 감옥’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09.1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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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49) / 불효자는 웁니다-김원식의 ‘울음 감옥’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49) / 불효자는 웁니다-김원식의 ‘울음 감옥’

  울음 감옥 

  김원식


  수번 1258, 죄명은 불효다  
  수원법원 가는 하늘 길에 
  낮달이 조등처럼 떠 있다 
  어머니 떠나신 지 백 일째 
  슬픔을 견뎌온 시간들이
  빨간 신호등에 걸려 있다
  고개 돌리면 배롱나무 꽃
  그리움을 꾹꾹 쟁여서 
  백 일 동안 달군 울음 덩어리를 
  벌서듯 매달고 서 있다
  상엿소리 홀로 가던 날 
  목백일홍 떨어질 때마다
  꽃상여는 자주 발길을 멈췄다고 
  그때마다 엄마는 뒤돌아보며 
  갇힌 자의 울음을 들었으리라 
  마지막 인사도 못 드린 나는, 
  엄마의 칠월을 밤이면 울었다 

  -『사각바퀴』(청어, 2019)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49) / 불효자는 웁니다-김원식의 ‘울음 감옥’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이 시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화자는 끔찍한 불효를 저지른 것이다. 수번을 가슴에 붙이고 살게 되는 바람에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다니. 어머니 별세 소식을 감방에서 듣고는 밤이면 밤마다 우는 시인은 무슨 죄를 지은 것일까. 스스로 말한다. ‘불효’라는 죄를 지은 것이라고. 이 시에서는 ‘백 일’의 의미가 중요하다. 백일홍(배롱나무)의 ‘백 일’과 일단 음이 같고, 부음 들은 지 어언 백 일이 되었다. 태어난 지 100일이 되던 날, 어머니는 백일잔치를 열었을 것이다. 동료죄수들은 시인의 울음소리에 시달리면서도 뭐라고 말도 못하며 혀를 차지 않았을까. 만약에 이 내용이 허구라면 누군가의 사연을 쓴 것일 텐데, 아닌 게 아니라 정말 이런 일이 그곳에서는 간혹 일어난다. 

  법무부에서 간행하는 수용자 종합문예지 『새길』의 심사를 한 지 8년이 되었다. 계간지라서 3개월에서 한 번씩 법무부에서 원고 뭉치를 보내주는데, 100편에 달하는 ‘테마수필’과 ‘용서의 글’을 읽고 30편 가려내 심사평을 쓴다. 게재가 되면 원고료도 지급된다고 한다. 온갖 사연이 다 있다. 장기수의 경우, 부모상을 당하면 귀휴(歸休)라고 하여 교도관과 함께 장례식장에 다녀오기도 한다. 상주 노릇을 하는 머리 깎은 죄수. ‘불효자는 웁니다’란 옛날 가요의 제목 그대로, 우느라고 손님 받기가 어렵다. 자식이 교도소에 가 있게 되면, 부모는 자식과 함께 형을 사는 것이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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