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50) / 그리운 그대-방지원의 ‘사무친다는 것은’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50) / 그리운 그대-방지원의 ‘사무친다는 것은’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09.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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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50) / 그리운 그대-방지원의 ‘사무친다는 것은’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50) / 그리운 그대-방지원의 ‘사무친다는 것은’

  사무친다는 것은 

  방지원


  맘속에 
  고개 외로 꼬인 사람 하나
  품고 사는 일이다
  뼛속 깊이
  혈관 속까지 차지하고 들앉은 
  그를 상상하는 일이다 
  온종일 
  미동도 않던 혀가 느닷없이 굴러
  미음(ㅁ)으로 멈추는 추상명사
  그리움 설움 외로움

  사무친다는 것은
  군내 나는 입 우물우물 
  온몸 뾰족이 가시 돋우어
  박하 향 피워 올리는 일이다
  덩굴장미 유난히 붉은 날
  초록이 무성한 
  굴참나무 그늘에 서는 날
  편두통 앓는 일이다.

  —『사막의 혀』(계간문예, 2019)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50) / 그리운 그대-방지원의 ‘사무친다는 것은’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50) / 그리운 그대-방지원의 ‘사무친다는 것은’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그이 앞에 서면 말이 잘 안 나온다. 말을 더듬기도 한다. 그런 경험을 해보신 적이 있는가? 
  대중가요의 절반 이상이 사랑노래다. 특히 이성 간의 사랑은 우리 삶에 있어 그만큼 중요한 요소인가 보다. 시인은 ‘외사랑’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있다. 가슴에 사무친, 가슴을 사무치게 하는 사랑이라고. “뼛속 깊이/ 혈관 속까지 차지하고 들앉은” 그를 상상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보다 더 간절한 사랑이 어디 있으랴. 애절한 사랑이 어디 있으랴. 사무친다는 것은 또한 입에서 박하 향을 피워 올리는 일이라고 했다. 사랑함으로써 사람은 스스로 아름다워지기도 하는 것이다. 말도 가려서 하고 예쁘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편두통까지 앓는다니 이 시인의 사무침의 대상이 누구인지 궁금하다. 상상 속의 그대가 아닐 것이다. 사무치게 사랑하는 사람이 정말 있다면, 부럽다, 내 이 사막의 모래 같은 가슴에 누군가 나타나 한 줄기 사랑의 소나기가 퍼부어지기를 기다려볼까. 
  요즈음 언론보도는 너무너무 끔찍하다. 마음이 변했다고 애인을 죽이지를 않나 그녀의 가족한테 해코지하질 않나. 데이트폭력이란 말까지 들려오니 사랑이 죄이고 사랑이 원수다. 이루어지지 않으면 또 어떤가. 먼발치에서 쳐다보면서 홀로 그리워하고 서러워하고 외로워해도 좋지 않은가.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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