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주간 2019, 변화하는 콘텐츠 생태계 속 독립문예지와 1인구독시스템에 대해 논의해 
문학주간 2019, 변화하는 콘텐츠 생태계 속 독립문예지와 1인구독시스템에 대해 논의해 
  • 김보관 기자
  • 승인 2019.09.09 2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예지 100주년 공동 심포지엄” 이민우 뉴스페이퍼 대표와 함께
발표 중인 이민우 뉴스페이퍼 대표 [사진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 노트북 등에서 콘텐츠 소비가 편리해지며 콘텐츠 생태계 전반이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 기존 종이책에 국한된 문예지 또한 이러한 시장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뉴스페이퍼가 주관한 “문예지 100주년 공동 심포지엄”은 2019 문학주간 행사 중 하나로, 총 세 개 학회가 문예지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망했다. 그중 네 번째 발표를 맡은 이민우 뉴스페이퍼 대표는 “독립문예지 속성과 모델 그리고 변화에 대하여―2019년 독립문예지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근래의 독립문예지 및 1인구독시스템을 살펴봤다. 

발표에 사용된 화면 [사진 제공 = 문예커뮤니케이션학회]

발표에 앞서 그는 “콘텐츠 생태계의 변화란 단순히 SNS나 인터넷 매체 등에 국한된 내용이 아닌 커뮤니케이션의 방법 자체의 변화를 의미한다.”며 “문예지 역시 이 같은 콘텐츠 생태계 흐름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민우 대표에 따르면 기존 대형 출판사에서 릿터, 문학3, 악스트와 같은 리뉴얼문예지들을 발간했으나 여러 구설과 논란에 휩싸이며 제대로 된 혁신을 이뤄내지는 못했다. 그는 전과 다른 새로운 생태계의 예시로 독립문예지와 개인구독시스템을 들었다. 

독립문예지란 단행본 시장을 확장하고 마케팅 전략으로 문예지를 발간하며 스타작가 발굴, 베스트셀러 생산 등의 과정을 거치는 ‘출판자본시스템’에서 벗어난 것을 말한다. 각자의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독립된 자본을 통해 창작가, 독자 중심의 문학 커뮤니티를 만드는 문예지다.

발표에 사용된 동영상 캡쳐 [사진 제공 = 문예커뮤니케이션학회]
발표에 사용된 동영상 캡쳐 [사진 제공 = 문예커뮤니케이션학회]

이민우 대표가 작년에 조사한 독립문예지로는 “거울”, “모티프”, “베개”, “소녀문학”, “영향력”, “젤리와만년필”, “텍스트릿”이 있었다. 

개중 “모티프”는 패션문예지의 성격을 띠고 화보는 물론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기도 한다. 그들은 매호 영상매체를 만들고 시나 소설을 이용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생산해 자신의 정체성을 강화한다. 이민우 대표의 피피티에서 재생된 뮤직비디오는 황정은의 ‘양의 미래’를 기반으로 장면 하나하나를 원작에 있는 요소를 재해석해 구성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외에도 디자이너, 편집인, 영상기술자 등 많은 이들이 함께 융복합콘텐츠를 만들어 동영상, 유튜브, 페이스북에서 종착지인 문예지로 독자의 발길을 이끈다.

스스로 문예공동체라고 부르는 “베개”는 문예지를 만들 때마다 공동체를 꾸려 과거의 동인 체재에 가까운 형식을 취한다. 베개를 포함한 앞선 대부분 독립문예지는 후원 시스템인 텀블벅을 통해 인쇄비, 원고료, 인건비 등을 해결하고자 했다.

텀블벅은 후원·모금 시스템으로 책이 나오기 전 그 내용과 구조를 소개하면 개별 후원자가 구매 예약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많은 문예지가 텀블벅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인쇄비만을 겨우 충당할 뿐 인건비를 포함한 기타 비용은 확보하지 못해 폐간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텍스트릿”은 장르문학 비평을 원하는 사람이 모여 웹진을 발간한다. 웹진 시스템의 특성상 텀블벅과 달리 원고료 해결이 어려워 자체 프로젝트나 강의를 통해 비용을 충당한다. 

발표에 사용된 화면 [사진 제공 = 문예커뮤니케이션학회]

이어 올해 추가로 조사한 “오즈”, “언유주얼”, “노이지”, “공통점”, “노-북”, “비릿”, “토이박스”가 소개 및 분석됐다. 

문예지 “오즈”는 주문형 인쇄 방식(POD)을 채택해 소량 주문 소량 인쇄를 가능케 했다. 이는 초기 비용의 부담을 다소 해결해 줄 수 있다. 문예매거진을 지향하는 ‘언유주얼’은 SNS를 통해 참여 아티스트의 이미지나 음원을 소개하며 인터넷 매체를 이용해 장르 복합적인 방식으로 독자와 만나고 있다.

새로 조사된 독립문예지 인터뷰 중 인상 깊은 내용 역시 공유됐다. 독립문학잡지 ‘비릿’은 문단 내 메이저와 마이너를 가르는 다양한 잣대와 위계를 비판하며 소위 ‘b급 문학’이나 ‘문학이 아닌 것’의 가능성을 포착하고자 했다.

‘노-북’은 2016년 11월 문단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을 언급하며 문단 제도의 권력 문제와 모순을 꼬집었다. 이에 문단 밖의 새로운 흐름과 움직임을 위해 직접 시집을 엮고 유통하는 출판 방법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두 문예지 모두 기존 시스템에 대한 비판의식과 전복을 염두에 두고 기존 문단에서 볼 수 없던 자신들만의 신선한 컨셉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질의 중인 이민우 뉴스페이퍼 대표 [사진 = 김보관 기자]
질의 중인 이민우 뉴스페이퍼 대표 [사진 = 김보관 기자]

이민우 대표는 “조사된 독립문예지 대부분은 문예 커뮤니티의 특성과 저마다의 문예 정체성을 갖고 있다.”며 “그들의 커뮤니티에서는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창작가와 독자가 중심이 되어 마주한다. 기성의 출판시스템이 시도하지 못했던 개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페이스북, 텀블벅 등과 같은 기술 적응성 또한 높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기존의 문예지가 맡은 공공자산으로의 역할이나 소통의 역할은 인터넷 매체에서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므로, 독립문예지의 정체성 강화와 문학 커뮤니티 지속을 도모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매체 특성은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타 장르와의 활발한 융합을 시도하기도 한다.

웹진 ‘문화다’의 경우 기존 종이 매체보다 폭넓은 확장성 및 접근성을 위해 종이책 형식을 탈피했다. 그럼에도 원고료 지급이나 자본적 지점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인쇄비, 편집 등이 자유로운 SNS를 활용하는 등 새로운 생존법을 찾아 나서고 있다. SNS 플랫폼은 각자의 정체성 확립과 커뮤니케이션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민우 대표는 “근래 젊은 문인들이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서 새로운 문단을 형성하고 교류하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 속에서 어떤 교류가 일어나느냐에 따라 향후 문예지의 발전 방향성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자본금 문제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발표에 사용된 화면 [사진 제공 = 문예커뮤니케이션학회]

이민우 대표는 끝으로 ‘일간 이슬아’를 소개했다. ‘일간 이슬아’는 주5일 기준 한 달에 만 원을 내면 매일 한 편씩 메일로 글을 전송해주는 1인구독시스템의 대표다. 해당 시스템은 초기 자본금이 들어가지 않고, 나아가 일정 구독자가 넘었을 경우 자본의 유지가 용이하다. ‘일간 이슬아’ 이후 일간 또는 월간이 붙은 채로 개인의 글을 보내주는 구독시스템이 늘어났다. 글을 작성하고 보내주는 이들은 문인뿐 아니라 언론사, 전문인, 잡지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찰된다.

이민우 대표는 “그 이유는 간단하다. 메일링 시스템은 누군가 요청만 하면 자본금 없이 양질의 콘텐츠를 정리해 보낼 수 있다.”라며 이를 통한 구독 방식 문예지의 가능성도 제시했다.

그는 이어 “이것이 독립문예지의 새로운 방향이라고 장담하긴 어려우나, 이미 확증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고 나아가 문인과 동인 체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질의 중인 문종필 평론가 [사진 = 김보관 기자]
질의 중인 문종필 평론가 [사진 = 김보관 기자]

이어진 질의를 맡은 문종필 평론가는 ‘매체가 우리의 상황을 결정한다.’는 프리드리히 키틀러의 말을 인용하며 무의식이 의식을 조정할 만큼 변화하고 있는 시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종필 평론가는 독립문예지 간의 연대 체계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의미를 갖는지에 관해 질문했다. 이민우 대표는 “실제 조사 결과 많은 독립문예지가 작가군을 공유하거나 매체의 이름을 걸고 활동함으로써 등단 제도를 대체하고 있다.”며 활발한 상호 교류 및 연대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를 통해 소위 등단과 비등단으로 구분되는 권력 문제나 퀄리티 검증의 문제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답변과 함께 기존의 문예지가 갖던 커뮤니케이션 장으로써의 역할을 SNS가 대체하며 새로운 문단 시스템이 구성됐음을 전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문예지 100주년 공동 심포지엄” 행사 전체 모습 [사진 = 김보관 기자]
“문예지 100주년 공동 심포지엄” 행사 전체 모습 [사진 = 김보관 기자]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