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르 본격 비평집 ‘비주류 선언’의 저자 텍스트릿 팀, ‘주류 선언’ 준비하다
[인터뷰] 장르 본격 비평집 ‘비주류 선언’의 저자 텍스트릿 팀, ‘주류 선언’ 준비하다
  • 김지현 기자
  • 승인 2019.09.12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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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지현 기자] 지난 7월 문예커뮤니케이션 학회에서 이문영 소설는 본격문학계가 장르문학계를 차별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이날 행사의 지질의 응답시간에  한 청준이“장르 소설이 어떤 가치가 있기에 순문학 못지않게 대접받아야 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발표자들은 다소 당황했으나 곧 장르문학의 가치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러한 장르문학에 대한 몰이해는 한해 두해 된 것이 아니다. 

지난 2016년 1,2월호 악스트 듀나 사태가 있었다. 악스트 듀나 사태는 악스트 백가흠, 배수아, 정용준 편집위원이 장르계에 대한 이해 없이 듀나 작가 무례한 인터뷰를 한 사태다. 이 사태는 장강명이 변론을 해서 더욱 논란이 커져 본격문학계와 순문한계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 사태는 악스트 백다흠 편집장은 뉴스페이퍼에 사과문을 내며 일단락 됐지만 장르 문학을 살펴볼 평론에 필요성이 요구됬다.

이문영 소설가는 지난 11일 뉴스페이퍼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장르문학은 비평이 아닌 비난만이 있었다”며, 이로 인해 “장르 소설의 역사가 매몰되어 역사적 흐름과 발전의 맥락을 짚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평론을 통해 문학적 가치, 역사적 가치를 갖는 작품이 자리매김하고 남을 수 있도록 결정되어야 한다“고 말해 장르문학 가치 고취를 위한 비평의 중요성을 짚었다. 

악스트 사태 이후 3년이 지난 최근 복도훈 작가의 ‘SF는 공상하지 않는다’, 듀나 작가의 ‘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 조성면 문학 평론가의 ‘장르문학 산책’, 이유리, 정예은 작가의 ‘우리 괴물을 말해요’ 등 장르 이론서나 가이드들이 출판되고 있다. 이문영 소설가는 이들 중 ‘비주류 선언’은 특별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웹소설과 같이 국내 대중 장르 소설을 다루며 실질적인 장르 비평을 하는 비평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비주류 선언’은 장르문학 비평단 텍스트릿에서 출간한 서브컬처 본격 비평집이다. ‘비주류 선언’(요다)은 판타지, SF, 로맨스, 히어로물, 무협, 19금 로맨스, 케이팝을 매개로 4차 산업혁명, 페미니즘과 같은 사회적 이슈와 장르를 엮어 한국 사회를 이야기한다. 또한, 웹소설, 게임 판타지, 무협, SF, 로맨스판타지를 비평했다.

지난 8월 27일 이융희 텍스트릿 팀장을 만나 텍스트릿 팀의 첫 번째 결과물인 책 ‘비주류 선언’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텍스트릿 이융희 팀장은 ‘비주류 선언’이라는 제목이 팀 내에서 처음 제안되었을 때 ‘주류와 비주류를 나누는게 옳은가’라는 의견과 ‘서브컬처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 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비주류 선언’이라는 제목이 서브컬처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직관적이기 때문에 이 모든 의견을 제목에 함축하고자 했다고 한다. 그래서 장르의 목소리를 대변한 ‘B급 주류 선언’임과 동시에, 장르가 ‘未주류가 아닌, 非주류임’을 밝히며, 또한 이미 주류가 되었다는 ‘be주류’ 선언이라는 뜻을 담아 ‘비주류 선언’이라는 제목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한다.

이융희 팀장은 ‘비주류 선언’을 기획하게 된 경유를 이야기했다. ‘비주류 선언’(요다)은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의 제안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회색인간’을 쓴 김동식 작가에 대한 텍스트릿 팀의 평론을 본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이 텍스트릿 팀에 서브컬처에 대한 글을 제안한 것이다. 그에 따라 장르와 사회, 장르의 이론, 장르에 대한 컨텐츠를 출판전문지 ‘기획회의’에 싣게 됐다. 이번에 출간된 책 ‘비주류 선언’(요다)은 ‘기획회의’에 실었던 글들을 가다듬어 만든 것이다.

이융희 텍스트릿 팀장 [사진 = 이민우 편집장]

인용될 수 있는, 담론이 될 수 있는, 교재가 될 수 있는 비평집
비평은 대상에 의미를 만들어 주는 것

텍스트릿 팀이 그동안 활동했던 웹과 달리 종이 매체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워 담론을 다루기에 조심스러운 매체다. 그렇기에 이융희 텍스트릿 팀장은 담론이 될 수 있는 글, 인용될 수 있는 글, 학문적으로 조금 더 문제적으로 접근할 수 글을 쓰고자 했다고 한다. 또 비평이나 장르문학에 대해서 가이드하는 이론서, 교재로서 역할을 하는 컨텐츠를 만들고자 한 것도 책을 낸 목적 중 하나다. 지금 장르 비평이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지점을 알려주는 책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이융희 텍스트릿 팀장은 서브컬쳐계에서 비평을 기분 나빠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잘못된 관습이라고 말했다. 비평은 그 대상에 의미를 만들어 내고 가치를 붙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융희 텍스트릿 팀장은 비평이 무엇인지 보여줄 수 있는 책을 만들어, 시장에서 비평에 대한 거부감, 즉 엘리트주의적, 권위주의적 이미지를 벗겨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비주류 선언’에서 웹소설, 게임 판타지, 무협, SF, 로맨스판타지를 비평했다. 이 분야들을 비평을 한 것은 텍스트릿 팀이 작가와 연구자를 겸하는 지점에 있는 분야를 다룸으로써, 독자가느끼는 비평에 대한 괴리감을 줄이기 위함이다. 텍스트릿 팀은 작가와 연구자를 겸하고 있는 매개 단체다. 그 예로 이융희 팀장은 평론가이자 판타지 소설가이기도 하며, 이 책을 함께 국어국문학 박사 과정인 손진원 작가, 성신여대 김준현 교수는 각각 로맨스소설 작가, 웹소설 작가이기도 하다. 

‘비주류 선언’에서는 그동안 장르물로 인식된 컨텐츠, 이를테면 판타지, SF 외에 케이팝에 대해서도 다뤘다. 요즘 케이팝이라는 장에서는 ‘가상의 세계에 대한 설정’으로서 세계관이란 말을 많이 쓰인다. EXO가 대표적이다. EXO 멤버들은 각각 초능력을 가졌다. 세계관은 장르의 언어다. ‘비주류 선언’에서는 케이팝이 장르적인 서사와 세계관을 만들어 청년세대들과 공유하고 생산해내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융희 팀장은 텍스트릿 팀이 하는 일은 문화지형도를 엮는 일이라고 밝혔다. 80년대 순정만화라는 매체에서 SF, 판타지, 영어덜트 소설에 대한 시도, 실험들을 했는데 이는 한국의 문학이 하지 못한 대중문화의 지형도들을 연결하는 것이었다. 이융희 팀장은 게임, 아이돌, 만화, 장르 소설 등 여러 가지 장르들을 함께 조망해야 한다며, 이번 책에서 영화, 드라마, 아이돌들의 케이팝 문화들이 조금씩이나마 교차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융희 팀장은 텍스트릿 팀의 역할이 아카이빙이 아니라 큐레이션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장르에 대한 계보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정리가 안되고 있는데 이것들을 연결하고 접붙이는 작업이 텍스트릿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오래전 납량특집 드라마 ‘전설의 고향’에서 환상성에 대한 판타지 이야기를 했고, ‘리니지’, ‘바람의 나라’도 순정만화 원작이 있었다. 이러한 계보들을 연결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 ‘용의 아이들’을 쓴 아동문학가 마리아 니꼴라예바도 판타지와 관련된 이론을 냈지만, 우리나라 아동 문학계에서만 그 이론을 다뤘고, 장르문학계에는 이융희 팀장이 논문을 통해 소개했다. 또한, 이융희 팀장은 텍스트릿 팀은 로즈메리 잭슨, 에릭 라브킨 국내에 잘 소개되지 않은 학자와 이론을 연결시키는 것도 번역하고 매개시키는 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텍스트릿 팀은 미디어 이론, 사회학, 미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끊임없이 스터디 하고 있다. 간학문적인 연계와 통합적 거시 담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웹소설을 문학에서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웹소설이 스마트폰의 개발, 유통물류와 경제, 사회학과 연결된 지점이 있기 때문에 문학에서는 국지적이고 미시적인 이야기밖에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융희 팀장은 텍스트릿 팀은 거시 담론적으로 장르에 대해 정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융희 텍스트릿 팀장 [사진 = 이민우 편집장]
이융희 텍스트릿 팀장 [사진 = 이민우 편집장]

장르 비평은 주류 선언의 준비 단계
정답에 대해서 같이 고민하는 텍스트릿

이 팀장은 지금까지 장르에 대해서 담론을 만들 수 있는 장도 없었을뿐더러 개인 연구에 그쳐있었다며, 텍스트릿 팀은 차분하게 비평부터 이야기하되 주류가 될 수 있는 선언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텍스트릿 팀은 그 작업을 위해서 2018년부터 학술대회가 아닌 의견을 수집하는 집담회를 하고 있다. 이융희 팀장은 지금으로써는 장르계 학술대회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학술대회는 연구자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학회지만 남을뿐더러 학회에서 나온 이야기의 맞고 틀림이 검증이 안된 상태에서 틀린 논문이 인용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집담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텍스트릿 팀에서 여는 집담회는 일반인 참여도가 높으며, 현업 작가와 출판사 사람들의 참여도 많다고 한다. 또한, 학술대회처럼 토론자를 따로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참여자들이 기탄없이 의견을 나눈다. 그렇지만 집담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집담회에서 나온 문제의식과 정보들을 인문학협동조합에서 주관하는 ‘뉴미디어 비평 스쿨’에서 학문의 언어로 첨예하게 다루며 공론장으로써의 역할을 하고 있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장르의 주류 선언을 준비하는 텍스트릿은 스스로 정답을 말하는 팀이 아니라고 말한다. 정답에 대해서 같이 고민하고자 하는 팀이라는 것이다. 텍스트릿 팀의 글에 비판할 지점과 잘못된 지점에 대해서 겸허히 수집하고 있으며, 동시대성이라는 문학의 가장 큰 핵심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서 현재 텍스트릿 팀이 하는 이야기들을 자가비판 할 수 있다고 이융희 팀장은 말했다. 

이융희 팀장은 텍스트릿 활동 1년 반동안 강연과 저서 활동 등 많은 것을 이뤘지만 텍스트릿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장르에 대해 비평할 다른 팀이 없어서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런 의미에서 텍스트릿 팀 외에도 앞으로 장르에 대해 학술적으로 연구하는 다른 팀이 나오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