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60) / 우리 동네-이광의 ‘문 닫는 거리’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60) / 우리 동네-이광의 ‘문 닫는 거리’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09.21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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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60) / 우리 동네-이광의 ‘문 닫는 거리’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60) / 우리 동네-이광의 ‘문 닫는 거리’

  문 닫는 거리

  이광


  딸아이 좋아하는 양념치킨 시키려고
  모처럼 해본 전화 그게 또 결번이네
  재개발 철거지 부근 상갓집 같은 상가

  장애 판정 받은 이후 보상금 털어 넣어
  권리금 주고 얻은 학교 앞 문방구는
  학생 수 부쩍 줄더니 내놓아도 안 나가고 

  골목길 문짝마다 바람만 삐걱댈 뿐
  막바지 세든 사람 새 쫓듯 몰아낸 집
  죗값은 달게 받겠다 벽에 새긴 주홍 글씨

  —무크지 『길 위의 서정』(부산문학인길벗모임, 2019)

 

  <해설>

이 나라 장삼이사(張三李四)의 일상이 이렇다. 나라 경제가 찬바람에 비가 흩뿌려지는 늦가을 같다. 민생을 살리겠다는 국회의원들의 멱살을 잡고 흔들고 싶은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랴. 자영업자들이 1년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한다. 이광 시조시인은 세 가지 사례를 들려준다. 문을 닫은 치킨집. “재개발 철거지 부근 상갓집 같은 상가”라니 참 절묘한 표현이다. 두 번째 사례는 교통사고로 장애자가 되었기에 나온 보상금을 갖고 문방구를 시작한 어느 이웃의 경우인데 학생들이 줄어들어 가게가 영 안 된다. 세 번째 사례는 세든 사람을 새 쫓듯 몰아낸 어느 집의 경우. 경기가 워낙 안 좋으니까 죄짓지 않고 살던 사람이 죄를 짓고, 고개 들고 다니던 사람이 고개 숙이고 다닌다. 
호돈의 소설 『주홍글씨』는 인간이 지은 ‘죄’에 대해 누가 ‘벌’을 주느냐 하는 문제를 다룬 소설이다. 인간이 지은 죄에 대해 인간이 만든 법은 벌을 주지만 신은 벌을 줄 수도 있고 안 줄 수도 있다. 윤리의 선을 넘는다는 것과 양심의 가책을 받는다는 것은 다른 차원임을 우리에게 들려준 호돈의 소설이 생각나게끔 하는 슬픈 시조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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