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63) / 무서운 사람-유자효의 ‘무섭다’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63) / 무서운 사람-유자효의 ‘무섭다’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09.2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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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63) / 무서운 사람-유자효의 ‘무섭다’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63) / 무서운 사람-유자효의 ‘무섭다’

  무섭다

  유자효


  나는 고모부와 이복형을 죽인 30대 청년이 무섭다 
  사람들을 예사로 죽인다는 그가 무섭다
  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잘 만난 행운아 
  그의 할아버지와 비슷하게 분장한 청년 말에 굽실거리는 노인들이 무섭다
  일이 잘못되자 돌아가는 열차 그 청년의 문간에서 무릎 꿇고 빌었다는 노인의 석고대죄가 무섭다
  그 청년이 나타나면 땅에서건 들에서건 껑충껑충 뛰며 열광하는 군중들이 무섭다
  왕조가, 독재가, 독선이 무섭다
  먹고살기 어렵다면서 쏘아 올리는 미사일이 무섭다
  지축을 흔드는 핵무기가 무섭다
  같은 말을 쓰는 타인들
  나는 그들이 몸서리치게 무섭다
  그들을 좋다고 하는 이들도 무섭다

  —『포에트리 아바』(창간호)에서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63) / 무서운 사람-유자효의 ‘무섭다’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몇 줄 읽고 눈치를 챘겠지만 이 시는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을 풍자한 시다. 고모부는 장성택이요 이복형은 김정남이다. 1984년생이니 이제 만 35세, 2011년 11월 아버지가 죽자 27세 나이에 국가권력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어떤 정치적인 검증도 치적도 없이. 노인의 석고대죄 이야기는 언론에 보도된 대로, 미국과 북한 간의 하노이 회담 결렬에 책임을 통감한 김영철이 돌아가는 기차의 김정은 객실 앞에서 60시간 동안 식음을 전폐하며 무릎 꿇고 빌어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시인은 왜 계속해서 무섭다고 하는 것일까. 상궤에 어긋난 일이 그곳에서는 벌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외국에서 수반(首班)이 오거나 국가행사 때 조화 꽃다발을 들고 껑충껑충 뛰며 열광하는 북한 주민들을 보면 저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진심으로 저런 심정을 갖는 것인지 분간이 잘 안 간다. 북한의 핵개발은 지금 미국을 위협할 수준에 이르러 있다. 그래서 큰소리를 뻥뻥 치고 있다. 우리에게 경제지원을 해주면 갖고 있는 핵무기를 다 폐기하겠다? 지축을 흔드는 핵무기에 대한 개발도 중단하겠다? 시인은 이 말을 믿지 않는 듯하다. 시인은 그들이 몸서리쳐지게 무섭고 그들을 좋아하는 이들도 무섭다고 한다. 정갈한 서정시를 쓰던 유자효 시인이 왜 이 시를 썼는지 우리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가수 최갑석이 부른 흘러간 가요 <삼팔선의 봄>을 아시는지? 가사 제2절의  “죽음에 시달리는 북녘 내 고향 그 동포 웃는 얼굴 보고 싶구나”가 생각난다. 이 노래가 만들어진 것이 1958년이었다. 60년 세월이 흘렀지만 북한 동포들의 삶의 질은? 가슴이 아프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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