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68) / 측은지심의 발로 - 이정희의 ‘쥐새끼’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68) / 측은지심의 발로 - 이정희의 ‘쥐새끼’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09.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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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68) / 측은지심의 발로 - 이정희의 ‘쥐새끼’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68) / 측은지심의 발로 - 이정희의 ‘쥐새끼’

  쥐새끼 
  
  이정희


  산에 나무하로 갈 때
  내가 작은 소나무를 보니까
  이상한 것이 있었다.
  속을 보니까 쥐새끼가 있었다.
  엄마는 죽이자 했다.
  죽이지 말고 어미한테
  보내주자고 하니까
  안 된다고 했다.
  그때 어디에서 쥐 소리가 났다.
  쥐새끼를 보내주자 하면서 
  살살 가서 나무 속에 놔뒀다.
  어미는 좋아할 것이다.
  우리 엄마와 나는 깨달았다. 

  —『비 오는 날 일하는 소』(도서출판 산하, 1991)

 

  <해설>

  쥐는 농사꾼에게는 아주 해로운 동물이다. 번식력이 강한 쥐를 방치하면 순식간에 늘어나 농작물 피해가 커진다. 농촌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정부에서는 ‘쥐 잡는 날’을 정해 전국적으로 쥐약을 나눠주고 쥐를 잡게 했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는 죽은 쥐의 꼬리를 학교에 가져가면 돈을 주었다. 
  이 동시는 경북 울진군 온정초등학교 4학년 2반 어린이 27명 모두가 쓴 시를 모은 시집에서 가져온 것이다. 엄마랑 같이 산에 나무하러 가서 발견한 쥐새끼를 보고 엄마는 죽이자고 하고 정희는 살려주자고 한다. 엄마가 잔인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멧돼지처럼 농작물을 축내는 동물이니까 농사꾼의 본능으로 쥐를 퇴치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희는 쥐새끼가 가엾고 귀여웠다. 측은지심과 자비심이 대단한 것이 아니다. 약한 것을 보고 불쌍하게 생각하고 도와주려는 마음이 일어나면 그것이 곧 부처의 마음이다. 어미 쥐가 근처에 나타나서 울고 있으니 더더욱 살려주자는 마음이 일어났다. 그날 쥐새끼는 어미 품으로 돌아갔을 것이고, 이렇게 새끼를 살려준 일이 잘한 일임을 모녀는 깨닫고 산을 내려왔을 것이다. 
  다람쥐는 귀여워서 사람들이 좋아하는데 보통 쥐는 새까매서 그런지 인간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 어두운 곳, 지저분한 곳에서 살고 곡식을 축낸다. 지금은 흑사병이 사라져 버린 질병이지만 예전에는 이 병으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하는데 쥐가 매개하는 병이란다. 그래서 더욱 미움을 받는 동물인 쥐. 집쥐도 얼굴을 보면 귀엽다. 햄스터도 쥐의 일종이다. 하지만 쥐와 인간의 대결은 계속될 것이다. 뉴욕이나 동경 같은 대도시에서는 쥐가 너무 많아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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