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광 칼럼] 국회도서정가제 토론회 유감 (1)
[배재광 칼럼] 국회도서정가제 토론회 유감 (1)
  • 배재광 벤처법률지원센터 대표
  • 승인 2019.09.2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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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도서정가제, 책으로부터 모두를 소외시키다”

지난 9월 17일 국회에서 개최된 ‘도서정가제 개선방안 토론회’는 지난 도서정가제 16년에 대한 반성적 접근과 이해당사자들이 지식과 도서 생태계를 살릴 수 있는 지혜를 모으는 자리가 아니라 정우영 시인이 지적대로 ‘(대형)출판사의, 출판사에 의한, 출판사를 위한’ 도서정가제 토론회가 되고 말았다는 비판으로부터 전혀 자유롭지 못한 자리였다.

[배재광 칼럼] 국회도서정가제 토론회 유감 (1)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도서정가제는 지난 2000년 시장점유율 겨우 3퍼센트 미만이었던 인터넷서점 대두로 그해 10월 토론회에서 제기된 이후, 2014년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으로 몇년간 도서출판 시장의 가장 뜨거운 화두가 되었다. 

결론적으로 이번 국회에서 개최한 ‘도서정가제 개선방안 토론회’는 도서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하여 이해관계자들이 지혜를 모으는 자리로서 치열한 토론이 예상되었다. 그러나 주제발표가 토론회를 도서생태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이 아니라 완전 도서정가제를 대안으로 상정하고 사실상 이에 부합하는 근거를 마련하려는 자리로 만들었다.  2014년 강화된 도서정가제 도입 이후 5년간 야기된 결과를 놓고 새로운 모색을 위한 도서정가제 2020판을 바람직하게 형성하려는 저작자, 도서소비자 등 생태계 이해관계자들의 노력과 기대를 무산시켰다. 물론 결과적으로 토론회가 도서정가제의 민낯을 드러냈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다. 토론회에 참석한 정우영 시인이 지적한 대로 현행 도서정가제가 ‘(대형)출판사의, 출판사에 의한, 출판사를 위한’ 제도임을 가감없이 보여준 자리였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주제발표의 내용이 가져야 할 요소는 무엇인지 먼저 살펴보자.

먼저, 지난 5년 동안의 도서정가제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엄밀한 모색이 없었다. 지난 5년간의 도서정가제를 평가할 기준은 ‘도서창작 내용의 다양성’, ‘도서 소비시장의 확장성’, 도서생태계 참가주체들 사이의 ‘이해관계의 공정성’이다. 

다음으로 평가 기준을 명징하게 드러내는 지표들, 지난 5년간 도서정가제로 인하여 야기된 결과를 선정하고 도서정가제가 그 결과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인과관계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엄밀하게 추론해야 한다. 결과들에 미친 다른 요소들의 영향력도 함께 평가함으로써 도서정가제의 영향이 과도하게 평가되는 것도 방지해야 한다. 예를 들면, 주제발표에서 독립서점의 증가로 인한 지역서점의 감소세 둔화라는 결과를 마치 강화된 도서정가제의 영향으로 평가한 것 등이 주제발표의 현실 적합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모든 제도들과 같이 지난 5년간 도서정가제로 인하여 누가 이익을 보았는지를 밝혀내는 것이다. 결국 도서정가제가 어떤 결과를 야기한 것인지를 각 생태계 참여 주체별로 명확하게 평가함으로써 향후 제도개선에 참고할 만한 실질적인 기준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행 도서정가제는 저작자들이 지식 창작의 다양성을 창출하는데는 별 영향력이 없는 제도라는 것이 명백해 졌으며, 도서 소비자나 독서인구의 확대로 인한 도서시장의 확장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결론에도 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현행 도서정가제의 존재의의는 오로지 출판사, 그것도 작가 선정이나 광고를 통하여 신간 베스트셀러를 만들 수 있는 대형출판사와 가격탄력성이 낮은 교과서, 학습서적 위주의 출판사들의 이익을 확대하거나 유지하는데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실제 2014년 도서정가제 강화를 주장하였던 사람들이 내세운 명분, 지역서점 활성화나 좋은 콘텐츠를 양산할 수 있는 문화로서의 도서생태계 활성화, 이에 국민들의 도서소비 증가라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주제발표인 ‘개정 도서정가제 영향 평가 및 개선 방안’은 도서정가제 평가기준을 특별히 정립함이 없이 일반적인 도서산업 지표라는 결과를 가지고 도서정가제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평가기준이 없는 평가를 하게 되고 평가지표가 되는 산업지표들이 도서정가제라는 제도와의 연관성에 대한 분석없이 나열되는 결과를 가져 왔다. 도서정가제가 각 산업지표에 어떤 인과관계로서 중대한 영향을 미쳤는지 혹은 제한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아니면 양자간에는 인과관계 유무를 판단하는 과학적 엄밀함 자체가 없는 상식적인 글이되고 말았다. 평소 자신이 주장하는 아젠다를 뒷받침하는 결과편향적인 지표선정과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해석을 함으로써 도서생태계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토론회를 스스로 몰각시키는 자가당착의 상황을 연출하였다.

무엇보다 ‘도서출판문화산업진흥법’이라는 법제목으로 인하여 도서 내용생산 주체인 저작자들과 이를 소비하는 도서소비자들이 주체로서 참가하여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기존 출판인 중심의 도서정가제 논의라는 협소한 틀을 여전히 유지함으로써 널리 자기 정당성을 가지지 못하는 한계도 노정하였다. 

인터넷이 야기한 온라인 서점을 넘어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중차대한 변혁기를 맞이한 생태계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형태의 주제 선정과 협소한 논의의 틀을 가지고 어떻게 내년으로 다가온 도서정가제의 재정립을 할것인지가 불명확하였으며, 사회경제 변화에 대응해 향후 생태계를 온전히 지키고 활성화 시킬 것인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말았다. 생태계는 참가하는 이해관계자들의 이해를 공정한 잣대로 보장하고 누구를 위하여 누구를 희생하지 않아야 유지되고 발전한다. 

‘문화’라는 명목으로 생태계를 독점하려고 하거나 이제까지 산업지표가 불리하게 나타나는 것은 도서정가제의 문제로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태도를 가지기 보다는 오히려 ‘완전 도서정가제’를 주장하는 명분으로 삼으려는 태도는 지극히 근시안적이고 반지성적인 태도로서, 완전 도서정가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조차 아전인수의 전형을 보여 준다는 평가를 받게 하기에 주저함이 없게 만드는 위험한 태도다.

또한 법제도는 현실을 규제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이를 바람직한 규범적 현실을 도출하기 위하여 추상적인 논증의 과정을 거쳐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법규로서 형성된다. 이번 도서장가제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는 이러한 법제도와 정책을 위한 전문성을 담보하는데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겠다. 법제도로서의 도서정가제는 기존의 생태계에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쟁점을 명확하게 하고 기존 도서정가제에 대한 평가를 시행한 연후에 이를 개선할 방향을 확정하고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방법으로 진행해야 한다.

현재 도서생태계의 문제점은 시장에 있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도서정가제 문제 이전에 시장과 생태계의 문제도 존재한다. 중고책 판매와 저작권자들의 저작권 보호 문제, 중소지역서점들의 지속적인 감소와 온라인 서점의 성장, 새로운 독립출판사들과 독립 서점들의 대두,  e북과 구독형 시장의 성장, 도서소비 위축으로 인한 시장의 지속적인 감소, 개정도서 정가제 규정으로 인한 재정가 방법의 사실상 불능 등 산적한 문제들을 ‘완전 도서정가제’를 규정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는 용감한(?) 주장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도서정가제에 한정하더라도 도서생태계의 내적인 문제해결과 모바일 기기 등으로 인하여 동영상 등 다양한 콘테츠 소비가 도서를 대체할 수 있는 외부 환경에 대응할 방안을 모색해야 하고 이에 부응하는 도서정가제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국회 토론회는 주제발표자와 주최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생태계 이해관계자들을 만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였다고 보여진다. 차제에 이번 출판업 위주의 토론회를 벗어나 저작권자, 중소 출판사, 지역서점, 도서소비자 등 생태계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주체로서 참여해 자신들의 이해와 요구를 가감없이 주장하고 반영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완전 도서정가제’로의 제도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모든 도서생태계 이해관계자들을 책으로부터 소외시킬 위험한 발상이라는 주장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배재광 벤처법률지원센터 대표, law@cyb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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