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가 되어버린 천재’ 시인 이상(李箱), 국립극단 연출의 판에서 살아나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 시인 이상(李箱), 국립극단 연출의 판에서 살아나다
  • 김보관 기자
  • 승인 2019.09.2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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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회당 단 30명의 관객과 함께

국립극단의 가장 도전적인 프로젝트 ‘연출의 판’이 연출가전 ‘까마귀의 눈’(이상, ‘오감도’ 시제 1호)을 선보인다. 부새롬, 전인철, 박지혜 등 신진 연출가의 창작 산실로 자리 잡았던 ‘젊은연출가전’이 “연출의 판-연출가전”으로 이름을 바꾸고 변화를 꾀한다. 

연극의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다양한 형식을 시도한 연출가와 함께 실험극장 ‘소극장 판’에서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2019년 10월, 그 첫 시작을 연출가 김철승과 함께한다.

‘까마귀의 눈’은 ‘13인의아해(兒孩)가도로로질주하오.’ 로 시작되는 이상의 대표작 ‘오감도’ 시제 1호에서 시작되었다. ‘오감도’는 난해한 문장과 파격적 문법구조로 1934년 발표와 동시에 거센 비난을 받은 문제작이다. 

‘까마귀의 눈’ 공연 연습 장면 [사진 제공 = 국립극단]

확고한 작품세계를 추구하는 연출가 김철승은 ‘오감도’에서 출발해 이상의 작품과 주변인물에 이르는 삶 전반에 대한 탐구를 즉흥극 형태로 풀어낸다. 공연 시작 직전 배우의 역할이 결정되고 연출이 직접 무대에 올라 순간순간 대사와 지문을 제시한다. 연출의 감각, 배우의 감정, 그리고 관객들의 반응에 따라 공연 중에 배역이 바뀌거나 결말이 달라지기도 한다. 관객들은 마치 미술관을 거닐 듯 객석과 무대가 구분되어 있지 않은 공간을 이동하며 관람한다. 관객의 동선을 포함한 극장 안 모든 요소가 작품의 변인(變因)이 되는 독특한 형식을 구현하기 위해 매 회차 단 30명의 관객에게만 입장이 허용된다. 

티켓 오픈 당일 전석이 매진되는 등 관객들 또한 이 특별한 경험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표했다. 모든 장면을 무대 위에서 ‘즉흥적으로’ 선택하는 과감한 방식으로 주제를 표현하는 연출가 김철승은 “무대 위 가장 살아있는 순간을 찾고자 한다.” 며 즉흥극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까마귀의 눈’은 ‘오감도’ 시제 1호를 중심으로 이상의 여러 작품들을 통해 드러나 있는 보편적인 인간의 고뇌와 인간 이상의 삶 속 인물들을 언어적, 신체적 표현들을 활용해 구현한다. 배우의 연기와 음향, 조명 그리고 관객까지 그 어느 것도 예측할 수 없는 공연은 이상의 문장들이 그러하듯 명확하게 해석되지 않아 더욱 감각적이고 특별한 작품이 될 것이라 기대된다. 익숙하지만 낯선 작가 이상에 대한 깊은 탐색이 담긴 이번 공연은 10월 11일부터 11월 3일까지 매주 목, 금, 토, 일 소극장 판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