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광 칼럼]국회도서정가제 토론회 유감⑵
[배재광 칼럼]국회도서정가제 토론회 유감⑵
  • 배재광 벤처법률지원센터 대표
  • 승인 2019.09.3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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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평가기준과 평가지표를 명료하게 해야” 
[배재광 칼럼] 국회도서정가제 토론회 유감 (2)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번 국회에서 개최된 ‘도서정가제 개선방안 토론회’에 대한 생태계 종사자들의 무관심(?)과 불만은 어디로부터 시작된 것인지를 살펴야 한다. 먼저 2014년도 도서정가제 개정 당시 내세웠던 목적에 대한 평가가 없었다는 점과 그 평가를 위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으며, 평가를 위한 지표의 선정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토대를 갖고 있지 않다는데 있다. 정책의 미래예측 모델에 따르면 과거에 일어 났던 일은 현재적 시점에서 평가한다면, 도서정가제에 의하여 과거에 일어 났어야 할 규범적 과거는 사실상 일어 나지 않았다. 

[정책의 미래예측 모델]

개정 도서정가제 등 법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토론회는 단순히 일부 진영의 주장을 관철하는 수단으로서 개최되는 것이 아니라, 도서생태계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과학적 모델에 의한 평가자료를 놓고 자신들의 주장을 객관적 근거와 논리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자리이며 상호 소통하는 자리다. 그런점에서 이번 도서정가제 토론회는 도서생태계 차원에서는 결코 성공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특히 2014년 도서정가제 개정 당시 예측했던 효과를 위 정책의 미래예측 모델에 적용하여 평가하고 이를 근거로 향후 제도 개선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어야 한다. 개정 도서 정가제에 의한 효과와 그 효과를 담보하는 지표를 정확하게 추출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부 완전 도서정가제를 주장하는 대형 출판사 진영 등을 제외하고는. 향후 개최되는 토론회는 주제발표자 선정, 토론자 선정 등에서 생태계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생태계를 분석하고 통찰할 수 있는 전문가들로 구성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기존 이해관계자들 외에도 도서 소비자와 e북생태계, 4차 산업에 기반한 혁신가, 공정거래 정책 전문가 등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글은 2014년도도서정가제 개정당시 예상했던 정책목표에 부합한 평가지표 선정과 이에 근거한 결과로서 지난 5년간 도서정가제로 인한 생태계 영향에 대하여 각 지표에 나타난 결과들을 가지고 판단 한다. 기존 주제발표와 다소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측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내가 지난번 글에 제시했었던 평가 기준과 개정 도서정가제 취지를 고려했다.

나는 도서정가제를 평가할 기준으로 세가지를 제시했다. 저작권자들에 의한 ‘도서창작 내용의 다양성’이 진척되었는지 여부, ‘도서소비시장의 확장성’, 도서생태계 참여자들 사이의 ‘이해관계의 공정성’이 균형을 이루었는지를 판단기준으로 삼았다. 개정 도서정가제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도 ‘(신인)작가의 창작의욕 및 활동 활성화로 다양한 출판 활성화, 특히 학술, 인문서 등 양서 출판의 활성화’, ‘소비자의 양서 접근권 강화와 시장확대’, ‘지역서점 경쟁력 제고 및 활성화’를 도서정가제 개정으로 기대되는 효과라고 발표하였다.

작가의 창작의욕 및 활동 활성화로 도서 창작 내용이 다양화되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표는 개정 도서정가제 영향평가(주제발표)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저자들의 대다수는 영향이 없거나 보통이라고(73.8%) 응답하여 도서정가제가 창작내용의 다양성과 특별한 상관관계가 없다고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토론회에 나온 정우영 시인도 도서정가제로 인한 판매량 저하로 인하여 저작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일단 현행 도서 정가제는 당초 취지와 달리 도서 생태계의 다양화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과 달리 도서정가제는 저작자의 창작의욕이나 생태계 다양성과는 상관관계가 없는 제도이므로 더이상 완전 도서정가제를 주장하는 근거로 삼아서는 안된다. 저작권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도서 판매량의 증가와 중고책 판매와 저작권료 문제이지 도서정가제가 아니라는 것이 명백해졌다. 

개정 도서정가제로 인하여 도서소비시장이 확장되었고 소비자의 양서 접근권이 강화되었다는 지표도 없다. 오히려 도서정가제로 인하여 구매가 저하되었다. 당연히 출판시장 규모도 정체되거나 위축되었다. 교과서∙학습서 시장은 성장하였으나 단행본∙실용서 시장은 큰폭으로 감소하였다. 2010년부터 2017년 사이에는 그나마 교과서∙학습서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전체출판시장이 성장하였으나, 2014년 이후 2018년사이에는 전체 출판시장은 정체되거나 소폭 감소하였다.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장규모에 미치는 영향이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보여진다. 그외 시장규모에 대한 지표로는 일인당 도서소비량, 가계별 도서구입비가 감소하였다. 물론 도서소비의 감소는 동영상,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 소비 행태에 영향을 크게 받았지만 개정 도서정가제가 감소추세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모바일 등 콘텐츠 소비형태에 익숙하고 가격에 대한 민감성이 큰 10대와 20대의 도서구입 비중이 큰 폭으로 감소하였다는 점은 향후 도서생태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작권자와 출판인, 서점 등 도서 공급자 측에서 미래 세대인 10대와 20대의 도서구입 경험을 늘리지 않고는 시장의 위축을 막을 길이 없을 것이다.

[연령대별 도서구입 비중]

성인 독서율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2013년 71.4%→2017년 59.9%까지 감소). 개정 도서정가제가 그 감소세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명약관화하다. 

마지막으로 중소규모 출판사의 경영이 개선되고 지역서점의 경쟁력이 제고되었는지를 살펴보자. 개정 도서정가제로 인하여 중소규모 출판사의 경영이 개선되었다는 지표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중소형 출판사들이 개정 도서정가제의 할인폭 축소로 인하여 인터넷 서점에 적정한 가격으로 도서공급이 가능하므로 경영이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하였으나, 대형출판사들의 광고에 의한 베스트셀러 점유율 증가로 인하여 중소규모 출판사들의 경영상황은 오히려 악화되어 도서정가제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높다(50퍼센트 이상). 개정 도서정가제로 인하여 직원수가 적은 중소규모 출판사, 영업기간 10년 미만 출판사, 문학 및 실용서 출판사들의 매출액이 위축되어 시장의 다양성이 감소되고 독과점이 심화되었다고 평가된다. 

주제발표에서는 출판사 수 증가를 도서정가제의 성과로 평가하고 있으나 이는 2000년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도서정가제와 상관관계가 적다. 

주제발표에서는 지역서점의 감소세가 주춤해 진 것이 개정 도서정가제의 영향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나 이는 적합한 해석이 아니다. 카페와 책의 결합 등 사업모델을 달리 하는 독립서점의 증가에 따른 착시효과에 불과하고 개정 도서정가제의 영향으로 볼 수 없다. 유통시장에 대해 한마디로 축약하면 인터넷 서점 매출의 증가, 대형서점의 유지, 소형서점의 감소로 평가할 수 있다. 당연히 지역서점의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일부 지역서점의 경쟁력 제고는 도서정가제의 영향이라기 보다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서점 우선구매제도 등 조례를 제정하여 시행한데 따른 영향이다.

2014년 도서정가제 개정 당시에 상정했던 기대효과, 2018년까지 일어 났어야 할 규범적 효과(미래)는 일어 나지 않았다. 실제 개정 도서정가제에 의해 2018년까지 나타난 개연적 효과(미래)는 살펴 본 바와 같이, 당초 예상했던 도서창작의 다양성과 출판의 다양성은 물론이고 소비자의 양서 접근권 강화와 시장 확대, 중소규모 출판사의 경영개선과 지역서점 경쟁력 제고 효과는 발생하지 않았다. 개정 도서정가제의 가장 중요한 취지가 사실상 나타나지 않았다.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는 개정 도서정가제의 당초 취지와 기대효과(규범적 효과)를 평가기준은 물론이고 평가지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고려하지 않았다. 개정 도서정가제로 인한 생태계 내에서 누가 이익을 보았는지를 보면 개정 도서정가제가 이해관계의 공정성에 기여하지 않았다는 것은 어떤 지표를 보아도 명명백백하다. 주제발표자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2020년 ‘완전 도서정가제’로의 개정을 제안했다. ‘완전 도서정가제’는 도서생태계의 다양성을 대표하는 저작권자, 시장의 확장성을 담보하는 도서 소비자, 중소규모 출판사와 중소규모 지역서점 생태계를 책으로부터 소외시키고 결국에는 대형 출판사 조차도 책으로부터 소외될 것이다. 개정 도서정가제 개선과정에 생태계 이해관계자들, 출판 다양성을 가져 올 저작권자들과 시장확장성을 담보하는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배재광 벤처법률지원센터 대표, law@cyb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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