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비평포럼’에서 김지윤, 김효은, 이병국, 이병철과 함께 “시인과 평론가, 두 정체성을 동시에 살아내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다! 
‘요즘비평포럼’에서 김지윤, 김효은, 이병국, 이병철과 함께 “시인과 평론가, 두 정체성을 동시에 살아내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다! 
  • 김보관 기자
  • 승인 2019.09.3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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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의 어려움과 원고청탁시스템의 문제도 빠지지 않아
사회의 이병국 시인·평론가 [사진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지난 9월 25일 제10차 요즘비평포럼 “투페이스–시 쓰는 평론가/평론 쓰는 시인”이 열렸다. 행사는 사회를 맡은 이병국 시인·평론가와 김지윤, 김효은, 이병철 시인·평론가(이하 평론가)가 패널로 자리했다. 제10차 요즘비평포럼에서는 시와 평론을 함께 쓰는 이들이 모여 두 가지를 병행하며 느낀 것들에 대한 사유와 대담을 이어갔다.

이병국 평론가는 시와 비평 모두 독자에게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는 현실을 이야기하며 소설가와 평론가의 겸업보다 시인과 평론가의 겸업이 현저히 많은 현상에 의문을 품었다. 나아가 시인과 평론가 각각의 자기 정체성을 인식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도 빼놓지 않았다.

발언 중인 김지윤 시인·평론가 [사진 = 김보관 기자]
발언 중인 김지윤 시인·평론가 [사진 = 김보관 기자]

첫 발언을 맡은 김지윤 평론가는 시적 주체와 비평 주체를 나누어 설명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두 장르의 특수성에 기반해 말을 이어갔다. 김지윤 평론가에 따르면 ‘주관적’ 발화를 하지만, 비평 주체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해석과 평가를 위해 객관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또한, 시는 흔히 기존의 규격을 벗어나고 흩뜨리지만, 평론은 하나의 규격을 만드는 일을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두 주체 간 욕망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그러므로 시와 평론을 동시에 한다는 것은 상충하는 두 욕망을 다루는 일과 같다. 시인과 평론가는 겸하는 일과 관련해 김지윤 평론가는 크게 세 가지 이유를 꼽았다. 전통적인 시적 주체의 변화로 상충하는 두 욕망의 접점이 보다 확대되었거나, 시인으로서 담론 형성의 장벽을 느꼈거나, 시만 써서 생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다.

특히 마지막 이유에서 지극히 현실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김지윤 평론가는 “우리나라 문학, 출판계의 현실 속에서 전업 시인으로 생계를 꾸려나가기란 매우 어렵다.”며 “이를 타개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평론가로 재등단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드러냈다.

김지윤 평론가는 “자아와 세계가 분열되고 ‘비규격’의 시가 등장하는 시대에서 시적 주체와 비평적 주체의 거리는 예전만큼 크지 않다.”며 둘은 창작과 해석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 무력한 도구를 들도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지점에서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때, 두 주체의 욕망을 모두 이해하고 무력감에서 나아가 새 미래를 기약하는 일을 한 인물이 해낸다면 더욱 수월할 거라는 기대도 함께였다. 그는 끝으로 시인이자 평론가인 것이 ‘예외적’이기 보다는 ‘의미 있는’ 행위가 되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발언 중인 이병철 시인·평론가 [사진 = 김보관 기자]

다음 발언을 맡은 이병철 평론가는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는 “시를 더 잘 쓰고 깊이 이해하기 위해 평론을 시작했다.”며 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이외에도 현실적인 문제, 사회적 인식, 생계와 관련한 문제들이 결코 적은 비중을 차지하진 않는다.”는 말을 덧붙였다.

주최 측이 건넨 ‘시가 담론을 생산하지 못하는 시대의 평론가로서 담론에 개입 또는 형성하고자 하는 열망이 평론가로서의 등단을 고려하게끔 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는 동의하지 않는 기색을 내비쳤다. 이병철 평론가는 현장 비평의 시스템적 지점을 이야기하며 “대개 문예지에서 요구하는 형식대로, 틀에 맞추어 평론을 써야 한다. 형식이 글을 이끌어 간다고 볼 수 있다. 100% 사전 주문 제작과 같다.”고 했다. 이처럼 자유롭지 않은 시스템은 평론가가 담론에 개입하고 형성하는 데에 적잖은 어려움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자신의 평론 활동을 ‘원활한 납품’에 빗대기도 했다.

앞서 김지윤 평론가가 짚고 넘어간 생계적 지점도 빠지지 않았다. 현장을 찾은 평론가들에 따르면, 시 한 편의 고료는 3만원, 5만원이 대다수이고 높은 경우가 10만원, 아주 후한 경우가 20만원 정도라고 한다. 시 한 편에 들어가는 사유와 노력을 생각하면 심히 안타까운 액수임은 물론 생계를 유지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작년 4월경 원고를 보낸 문예지에서 추석이 지나도록 원고료를 보내지 않는 등 원고 청탁 이후 원고료를 제때 지급하지 않는 일 또한 비일비재했다.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과 더불어 소설이라는 장르와의 차이점, 지면의 많고 적음 등이 언급됐다. 소설은 어디까지나 ‘긴 글쓰기’에 해당하고 평론 역시 그렇다. 이병철 평론가는 “내가 소설가였다면 평론은 절대 겸하지 않았을 것이며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긴 글쓰기의 양립은 시와 평론의 양립에 비해 더 큰 에너지가 들기 때문이다. 이어 시 전문지가 늘어나고 있어 단순히 소설보다 기고할 지면이 많음을 시인과 평론가가 늘어난 이유 중 하나로 이야기했다.

발언 중인 김효은 시인·평론가 [사진 = 김보관 기자]

마지막 발언을 맡은 김효은 평론가는 “시나 비평 모두 소통이 중요하다. 둘은 닮아있는 장르다.”라는 말로 운을 뗐다. 시적 사유와 비평적 사유는 인접해 있으며 시 역시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비평’이라는 지적이다.

시인이자 평론가가 많은 이유로는 이병철 평론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말을 전했다. 김효은 평론가에 따르면 시인은 대략 6만 명에서 10만 명이며 시 잡지가 소설 잡지보다 많다. 그러니 확률상으로 시인 비평가가 많다는 의견이다. 

평론가, 교수, 출판업 등 다른 직업과의 겸업이 주는 시적 가능성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다른 직업을 통해 오가는 교류와 자극이 시를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김효은 평론가는 “물론 시인이 전업이 될 수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시 한 편에 3만원의 고료로 생활을 영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는 말을 남겼다. 이는 이병철 평론가가 전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인이자 비평가로서의 정체성에는 공통점과 차이점, 장단점이 고루 존재했다. 김효은 평론가는 “시는 내 목소리에 가깝다면 평론은 비교적 제한적인 측면이 있다.”며 주제와 작가, 시집 등이 정해지는 상황을 설명했다. 

김효은 평론가는 취향이 아닌 작품을 만났을 때 곤욕스러워하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비평 또한 작품과 별개로 존재하는 자신의 목소리임을 인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시와 비평이 서로 상승효과나 기폭제의 역할을 한다.”며 “비평적 주체에서 시를 검열하고 창작하거나 시적 주체에서 더욱 섬세한 비평을 하기도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때로 이것이 창작을 부담스럽거나 힘들게 만들기는 하더라도 분명한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것이 김효은 평론가의 생각이다.

제10회 요즘비평포럼 행사 사진 [사진 = 김보관 기자]
제10회 요즘비평포럼 행사 사진 [사진 = 김보관 기자]

시인이자 평론가가 되는 이유에는 시 또는 평론 자체에 관한 사랑 못지않게 다양한 지점들이 맞물려있었다. 행사장에 모인 김지윤, 김효은, 이병국, 이병철 평론가는 모두 시인으로서의 정체성과 평론가의 정체성 사이에서 매 순간 고민하며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서로 같으면서도 다른 사유를 들으며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까지도 귀를 기울이기에 충분했다.

한편 요즘비평포럼은 김녕, 김요섭, 김지윤, 박윤영, 이병국, 이은지, 조대한 평론가가 공동으로 기획하고 진행하는 행사다. 다음 요즘비평포럼은 11월 넷째 주 목요일로 예정되어있으며 상세한 소식 및 문의는 요즘비평포럼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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