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70) / 국군의 날에 묵념을 - 김순기의 ‘전선의 호흡’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70) / 국군의 날에 묵념을 - 김순기의 ‘전선의 호흡’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10.0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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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70) / 국군의 날에 묵념을 - 김순기의 ‘전선의 호흡’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70) / 국군의 날에 묵념을 - 김순기의 ‘전선의 호흡’

  전선의 호흡 

  김순기

  
  포열이 녹아내리는 밤이다
  푸른 CP 천막 너머 피어나는
  불꽃들이
  피와 땀이 얼룩진 지도 위에
  또 하나의 굴곡을 조각하고 

  뛰는 내 심장
  노한 탄환 함께 달린다
  붉은 장막을 뚫고
  온몸이 위축되고
  M1 휘어드는 격전에도
  끝끝내 굴함 없이 
  불보다 뜨거운 육탄이 되어
  서슴없이 막았다
  발악하는 인해전의 포구(砲口)를

  우리 이제
  비바람 눈보라가 아우성치는 
  산골짝 들판을 뛰어넘고
  들려오는 승리의 장엄한 포성 앞에
  광풍의 대열을 지어

  —『용사의 무덤』(동서문화사, 1953)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70) / 국군의 날에 묵념을 - 김순기의 ‘전선의 호흡’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김순기 시인의 이 시는 육군종군작가단에서 1953년 6월에 발행한 『전선문학』 제5집에도 실려 있다. 시집 한 권을 내고 시단에서는 사라졌지만 한국전쟁을 다룬 여러 편의 시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이 시를 국군의 날 아침에 꺼내 읽는다. 격렬한 전투 신이 시에 펼쳐진다. 특히 시인은 중공군 26만 명이 한꺼번에 내려온 1950년 11월 이후의 전투 장면을 대단히 사실적으로 그렸다. 중공군이 인해전술을 썼었다는 것에 대한 반론이 요즈음 제기되고 있는데 시인은 일단 26만 명이 내려와 장진호 전투를 치렀고 흥남철수까지 이어진 그 당시에 종군작가단 소속이었으므로 근거가 있어서 ‘인해전’이라는 용어를 썼을 것이다.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를 봐도 그렇지만 전쟁은 결코 낭만이 아니다. 휴머니즘도 껴들 여지가 없다. 적이 죽지 않으면 내가 죽기 때문에 줄을 동 살 동 방아쇠를 당겨야 한다. 
  베트남전 참전병사한테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전투에 처음 투입되면 다들 겁을 먹고서 몸까지 굳어 있는데 총성과 포성 속에서 전우들이 죽는 것을 보면 용감한 군인으로 돌변해 훈장도 타고…….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광기라고 그는 말했다. 전투를 치르다 보면 군인은 눈빛이 달라진다고 했다. 살기로 번득이는 눈빛이 된다고. 전쟁 자체가 광기이기 때문에 우리는 국력을 튼튼히 해 전쟁을 방지해야 한다. 국군의 날을 기념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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