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74) / 신성일을 추모함 - 박수근의 ‘레드카펫’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74) / 신성일을 추모함 - 박수근의 ‘레드카펫’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10.05 09:00
  • 댓글 0
  • 조회수 140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74) / 신성일을 추모함 - 박수근의 ‘레드카펫’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74) / 신성일을 추모함 - 박수근의 ‘레드카펫’

  레드카펫
  ―국민배우 고 신성일 님 영전에 올립니다

  박수근


  숨결조차 멎을 듯한
  단막극은 끝이 나고

  커튼콜 환호 소리 지나가는 바람인 양

  주연도
  조연도 아닌
  야인 되어 떠나는 길

  무색 무음 정적만
  감아 도는 빈 무대에
  
  오늘은 그 누구와 단 가슴을 나누는가

  배우도
  관객도 없이
  으악새는 울어대고

  —『한국동서문학』(2019년 가을호)'

 

  <해설>

  배우 신성일이 작년 11월 4일에 작고하였다. 90년대 전반기에 나는 샐러리맨이었는데 같은 건물에 영화사 성일씨네마트 사무실과 내 근무처가 있어서 엘리베이터에서 1주일에 한 번은 뵈었다. 인사를 드리면 온화한 미소로 응대해 주었다. 그때 나는 회사 점퍼를 입고 있어서 나를 그 회사 직원으로만 생각했을 것이다. 

  이 시조는 어쩐지 쓸쓸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미남배우의 부음을 접한 시인은 한때의 인기가 아무리 하늘을 찔렀을지라도 사후에도 계속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보다. 오히려 미남이나 미녀의 대명사였던 배우일수록 그의 말년이 비참해지는 경우가 많다. 신성일의 경우, 가정생활이 그다지 행복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중년 이후에도 중후한 캐릭터를 잘 소화했지만 영화사 사업도 잘된다는 말을 못 들었다. 즉, 사업도 사랑도 정치도 성공적이지 못했다. “커튼콜 환호 소리 지나가는 바람인 양” 한마디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시조의 후반부에도 영광이 다 사라지고 난 이후의 페이소스가 짙게 감돌고 있을 뿐이다. <맨발의 청춘>이 1964년 작이었으니 스물여덟 살 때였다. 젊은 시절의 신성일은 너무 잘생겨 표현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사랑이 그의 운명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무색 무음 정적만/ 감아 도는 빈 무대에// 오늘도 그 누구와 단 가슴을 나누는가”가 의미심장하다. 신성일은 건국대 국문학과를 나온 문학도였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