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75) / 사투리의 재미 - 박승우의 ‘안동 고구마’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75) / 사투리의 재미 - 박승우의 ‘안동 고구마’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10.06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75) / 사투리의 재미 - 박승우의 ‘안동 고구마’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75) / 사투리의 재미 - 박승우의 ‘안동 고구마’

  안동 고구마

  박승우


  밭매니껴?
  밭매니더

  고구마 잘됐니껴?
  잘됐니더

  점심은 잡샀니껴?
  국시 먹었니더

  안동 말만 듣다가 
  땅속에서 나온 고구마가
  한마디 했답니다

  할매,
  내 어떠니껴?

  —『생각하는 감자』(창비, 2014)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75) / 사투리의 재미 - 박승우의 ‘안동 고구마’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경북 안동의 사투리가 너무나 재미있게 전개되고 있다. 국수도 국시라고 한다. 안동국수는 서울에서도 파는 집이 제법 있다. 이 지방에서는 특이하게 ‘〜하니껴?’라고 묻는다. 같은 경북이지만 내 고향 김천에서는 ‘여’를 붙여 쓴다. “안 그래여” “마자여” “그캐여” “니 자꾸 그캐싸만 디지여” “왜 케여” 등등. 사투리를 안 쓰다가 기차를 타고 대전쯤 지날 때부터는 누가 무엇을 묻거나 하면 이런 고향 말이 입에서 나오기 시작한다. 

  이 동시를 쓴 박승우는 경북 군위 출생이다. 동시집 『생각하는 감자』를 지탱하는 것은 해학과 골계미다. 재미있는 동시가 많지만 애잔한 것들도 있다. 동물이건 식물이건 벌레건 야채건 다 생명체인데 낱낱의 생명을 우리 인간은 너무나 소홀히 다룬다. 조류독감이다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번졌을 때 우리는 땅을 크게 파고는 산 짐승을 그냥 던져넣고는 흙으로 덮는다. 생매장을 하는 것이다. 국가가 예산을 들여서라도 안락사를 시켰으면 좋겠다. 제발 좀 세금 엉뚱한 곳에 쓰지 말고.

  이 작품의 특징은 문답법이다. 행인이 고구마 밭을 매고 있는 할머니에게 묻는다. 대화 내용이 겉으로는 무뚝뚝한데 속으로는 정답다. 경상도 말이 대체로 무뚝뚝하다. “니 내 좋나?” “우리 고마 결혼하까?” 사랑 고백을 이렇게 무뚝뚝하게 한다. 

미끈하게 잘생긴 고구마가 의인화 되어 말을 한다. “내 어떠니껴?”라고. 안동 아이들이 무척 좋아할 동시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