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주간 배명훈, 정소연, 김초엽 SF작가들이 말하는 SF소설 속의 존재들과 매력에 관한 이야기 나눠..
문학주간 배명훈, 정소연, 김초엽 SF작가들이 말하는 SF소설 속의 존재들과 매력에 관한 이야기 나눠..
  • 최종일 기자
  • 승인 2019.10.03 11:34
  • 댓글 0
  • 조회수 213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페이퍼 = 최종일 기자] 지난 1일 문학주간 기간에 ‘미래의 예술을 상상하다’라는 주제로 작가스테이지가 열렸다. SF작가 배명훈, 정소연, 김초엽 작가가 독자들과 만났다. 최근 들어 공상과학소설(SF) 등 장르 소설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서점 예스24가 2015년부터 최근 5년간 소설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에서 올해 장르 소설 판매량은 25만 7천 권을 기록했다. 이는 집계 사상 역대 최대 판매량이다. SF소설의 인기를 보여주듯 행사장에는 많은 인원이 몰려 자리에 서서 듣는 관객도 있었다. 

사진 왼쪽부터 배명훈, 정소연, 김초엽 작가의 모습 [사진 최종일 기자]

세 명의 SF작가는 작품의 소재, SF소설만의 특징, 영상매체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배명훈 작가가 사회를 맡아 정소연, 김초엽 작가에게 질문을 건네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배명훈 작가는 SF소설이란 인공지능, 외계인 같은 다른 존재가 만드는 예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파고를 언급했다. 알파고는 2015년 이세돌과의 대전에서 4대 1로 이기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인공지능이다. 배명훈 작가는 “알파고가 대단한 건 알겠으나 바둑을 두는 법을 모르기에 선뜻 이해가 되질 않는다”라며 궁금증을 나타냈다. “미래는 AI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다른 작가분들은 이런 말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듣고 싶다”라며 다른 작가들에게 질문을 건넸다.

정소연 작가는 바둑에서는 AI가 4~5년 사이 많은 것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AI가 자꾸 못생긴 모양의 바둑을 두는 게 특이하다”라고 말을 이어나갔다. 못생긴 모양은 사람이 보기엔 아름답지 않은 바둑의 수를 둔다는 의미다. 그간 사람이 바둑을 둘 때는 미감을 중요시 여겨왔다. 바둑에서는 모양새가 좋지 않은 모양을 ‘우형’이라 부르며 어리석은 모양이라고도 부른다. 

반면 AI는 새로운 바둑의 모양의 수를 만들었다. 사람이 보기에는 못생긴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정소연 작가는 “AI가 인간이 발견하지 못한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배명훈 작가는 “사람은 아름답다는 기준을 가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사람과 다르게 다른 모습을 보며 아름답다고 하는 것 같다. 인공지능 관점에서는 더 좋은 수를 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바둑에서의 미적 기준이 바뀌어 간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SF소설 작가들이 생각하는 SF소설만이 가지는 특징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정소연 작가는 SF소설은 굉장히 현대적인 예술로 보인다며 말을 꺼냈다. 작품을 쓰는 입장에서는 본인은 지금까지 얘기되지 않았던 이야기를 써도 독자들이 수용할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작품을 쓴다고 말했다. “SF소설은 일상생활에서 느끼지 못하더라도 어딘가에는 분명히 있을 것만 같은 자리를 만드는 데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김초엽 작가도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개인적으로 제 소설은 다른 존재를 이해하는 과정을 많이 다룬다. 인식의 확장을 많이 써왔다. 다른 존재를 이해하려면 피상적 접근이 아닌, 맥락적으로 존재를 깊게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타자를 총체적으로 표현하고자 할 때 SF는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배명훈 작가는 앞선 오간 주제들과는 배치되는 점을 언급하며 영상매체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 현대는 영상매체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지난달 와이즈앱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 앱 이용시간 중 유튜브가 전 연령층에서 1위를 기록했다. 유튜브는 카카오톡이나 네이버의 이용시간에 비해 2, 3배 높았다. SF작가는 시각 매체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얘기했다. 

배명훈 작가는 ”신경을 안 쓰려 노력해도 작품을 쓰다 보면 영상매체를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단계가 온다“라고 밝혔다. 작가는 자신의 경력이 어느 지점에 도달하면 영상매체를 신경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자신의 작품을 두고는 영화관계자들은 너무 스펙터클 하다고 말한 일화를 소개했다. 그렇기에 SF작가가 느끼는 지점과 영화관계자들이 원하는 지점이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다른 작가들의 생각을 물었다. 

김초엽 작가는 게임을 할 때 시각화를 많이 느낀다고 대답했다. SF는 게임에 많이 쓰인다. “게임 속 SF스토리는 올드하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시각적으로 표현이 잘 되었을 땐 다른 느낌을 받는다”라며 시각화의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설만이 가진 범위가 훨씬 넓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른 매체는 시각적 특징 외에는 또 다른 감각을 표현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라는 생각을 피력했다.

정소연 작가도 김초엽 작가와 비슷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얼마 전 ‘인셉션’이라는 영화를 보고 너무 큰 충격을 받았음을 언급했다. 스토리는 오래된 작품처럼 느껴졌다며 말을 꺼냈다. “그런데 이러한 스토리라도 시각화로 표현하니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작가 입장에서 시각화의 강력함을 경험하니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영상매체는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신경 쓰게 된다고 표현했다. 정소연 작가는 작품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없을지 고민을 하게 된 계기였다고 언급했다. 

행사에 참석한 청중의 모습 [사진 최종일 기자]

이날 행사의 마지막 대화 주제로는 SF작가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SF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다. 김초엽 작가는 “SF는 인식의 확장을 목표로 한다. 좌절이 아닌 좋은 방향으로 만들고 싶다.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아름다운 순간이 있는데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통해서만 구현되는 아름다움이 있는데 SF는 이러한 빛나는 순간을 포착하는 게 좋은 방향이라며 제 생각을 밝혔다.

정소연 작가는 김초엽 작가의 ‘스펙트럼’을 언급하며 허공에 쌓이는 그림이라고 표현했다. “저는 아름다운 SF라는 건 어떤 종류의 허공에 무언가를 채워 넣는 거라고 생각을 한다. 예를 들자면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지만 아무리 봐도 없는 점을 소설을 통해서 채우거나, 비어있는 자리에 무언가를 채우는 게 아름다운 SF”라고 밝혔다.

배명훈 작가는 SF에 담긴 인간의 정신과 의지가 느껴지는 순간을 말했다. “SF의 인물은 일반소설과는 다르게 더 큰 규모의 고난을 겪기도 한다. 고난과 대면하는 태도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라며 태도의 아름다움을 언급했다. 

이외에도 이날 행사에는 관객의 질문에 작가가 답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작품의 영감을 얻는 법이나 SF소설과 다른 장르의 차이점 등 다양한 얘기가 오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