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문예창작과의 위기, 정책과 ‘좁은 문’
[특집] 문예창작과의 위기, 정책과 ‘좁은 문’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5.11.14 18: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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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지난해 4월 서일대 문예창작과 학생들이 길거리로 나섰다. 학교 측의 일방적인 학과 통폐합 결정 때문이었다. 학생들은 피켓을 들고 수업거부와 침묵시위로 맞섰지만 결국 문예창작과는 영화방송예술과로 통합됐다. 또한 동국대학교는 12년 국어국문학과와 문예창작과를 통합했고, 동아대학교 문예창작과도 15년부터 국어국문학과와 통합되어 세부전공으로 남았다.

문예창작과는 1953년 서라벌 예술대학과 함께 설립된 학과이다. 이후 다른 대학에서도 잇따라 설립되면서 수많은 문인과 예술인을 배출했다. 그러나 이제는 대학교의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매년 통폐합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으레 문예창작과의 이름을 볼 수 있다.

“언제 없어질까 무서워요.”

문예창작과를 재학 중인 박 씨(23세)는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학에 진학했다. 취업이 힘들지도 모르지만 대학은 배우고 싶은 학문을 배우는 곳이라는 게 박 씨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학과 자체가 없어진다고는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군대를 전역하고 대학에 복학한 박 씨의 소원은 졸업하기 전까지 학과가 없어지지 않는 것이다. 문예창작과 통폐합에 대한 질문에 박 씨는 “언제 없어질까 무섭다.”, “말만 통합일 뿐 커리큘럼이 다른 두 학과를 붙여놓았다면 사실상 폐과.”라고 전해왔다.

교육부의 대학 평가를 앞두고 있을 때마다 학과 통폐합이 화두에 오른다. 학과 통폐합은 학교 측의 정원 감축 대책이다. 대학구조개혁평가가 시작된 이래 취업률이 낮은 학과들은 통폐합을 통한 정원 감축 대상이 되어 왔다. 이는 2013년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과정에서 정원 감축에 가산점을 줬고, 취업률 수치를 중요 평가요소로 반영하면서 수요 중심의 학과 재편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의 15년 국정감사 보도 자료에 따르면 12년 976개였던 인문계열 학과는 3년 사이에 55개나 줄었다. 특히 언어문학 관련 학과가 59개가 없어지고 정원도 2778명이 줄어들었다. 예체능계열의 경우 미술이나 디자인 관련 학과는 줄어들고 응용예술 분야만 크게 늘었다.

대학 관계자는 대학에서 학과를 자발적으로 통폐합하는 데는 “교육부의 방침이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은 대학은 정원 감축을 요구 받으며, 정부재정지원 사업에 참석할 수 없게 된다. 또한 국가장학금이 지급되지 않고 학자금 대출도 제한된다. 

교육부는 지난 6일 대학구조개혁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대학 규제혁신 방안’을 수립하고 발표했다. ‘선취업 후진학’을 골자로 하는 규제혁신 방안에는 하위등급을 받은 대학은 직업교육기관으로 전환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이는 사실상 ‘대학의 취업학교화’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대학교육연구소는 "교육부가 2023년까지 대학정원을 16만 명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이상 낮은 등급을 받지 않기 위한 방향으로 학과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등 기존에 중요하게 다뤄졌던 지표에서 상대적으로 저조한 예체능 및 인문계열 학과들을 최우선 구조조정 대상으로 삼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예창작과와 같이 취업률이 낮은 학과는 학교로부터 지속적인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등단만 바라보고 달리게 해, 준비 과정 없어

“순수학문, 예술교육은 붕괴 직전.”이라는 예술가, 학자들의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정책이 바뀌지 않는다면 현실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 또한 나오고 있다. A 대학의 영문과 교수는 인문학 포럼에서 “현실적으로 어떻게든 취업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취업 연계성이 높은 전공과목을 복수전공으로 이수하도록 권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에 문예창작과 측에서 대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H 대학은 4학년 수업으로 광고카피론과 논술지도법을 개설해 카피라이터, 논술교사 등의 직종 교육을 하고 있다. C 대학은 컴퓨터 과목을 개설하여 문서 작성과 프레젠테이션 제작 방법을 교육한다. 그러나 취업 관련 수업의 대부분이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것이 졸업생의 말이다.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정 씨(26세)는 올해 초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그러나 취업의 기쁨도 잠시, 정 씨는 난생 처음 해보는 보고서와 문서 작성에 애를 먹었다. 학교에서 그것도 안 배우고 왔냐는 상사의 불호령에 정 씨는 난처할 수밖에 없었다. 취업 준비 중인 졸업생 김 씨(27세)는 “취업 관련 수업을 해도 전문 강사를 데려오는 게 아니라 학과 교수들이 수업을 한다. 교수들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니 제대로 된 수업이 될 수가 없다. 직업 면담을 하더라도 ‘등단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 끝난다.”며 문제를 지적했다. 김 씨는 이어 “다들 등단할 줄 알고 학교 다녔다. 졸업하고 나니 등단이 힘든 일이라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문예창작과의 수업 커리큘럼이 등단만을 위해 짜여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G 대학의 4학년 수업 과정은 신춘문예 소설쓰기와 신춘문예 시쓰기다. 소설가 전 씨는 “대학 문창과 교육은 등단을 목표로 하기보다 긴 호흡으로 작가 생활을 할 수 있는 소양을 기르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교육개발원 취업통계연보에 따르면 문예창작과의 취업률은 25.5%로, 대학 졸업자 평균 취업률 54.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를 보인다. 문예창작과 졸업자의 3/4이 취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술학과, 영상예술학과 등을 포함한 예체능 계열의 취업률이 평균 47.3%에 비해 문예창작과의 취업률은 20% 이상 낮은 수치였다. 또한 한국고용정보원 대졸자직업이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졸업 후 직업 분야가 전공과 상관없는 경우가 55.6%에 달해, 문화 예술 관련 분야로의 취업 또한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대학 관계자는 “문예창작과에서 등단 위주의 교육에만 몰두한 채 취업 교육은 부진했던 탓.”이라며, “한편 졸업생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작가가 될 수 있는 길도 좁기 때문.”이라 말했다.

문예지 수는 240여개... A급 문예지 말고는 꽝

동화작가 이 씨(26세)는 문예지에서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러나 이 씨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동화작가라고 소개하지 않는다. 재등단을 준비하고 있다는 그는 문예지에도 급이 있다고 말한다. “A급, B급, C급... 공공연한 비밀 같은 거죠.” 재등단이란 B, C급 문예지에서 등단한 사람이 A급 문예지에서 다시 등단하는 것을 말한다. 지방지와 중앙지 신춘문예에 연달아 당선된 한 작가는 “지방지 출신들은 중앙지로 재등단 하지 않으면 명함도 못 내미는 게 문학계 풍토.”라고 지적한다.

문예연감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 존재하는 문예지의 수는 총 244종이다. 하지만 문단에서 인정받는 A급 문예지는 5개도 채 되지 않는다. 문예지를 등급별로 나눈 문예지 등급이라는 글이 시인의 홈페이지에, 문인협회 게시판에, 대학원 게시판에 올라와 공유되고 있다.  240여 개가 넘는 문예지와 다수의 신인상, 문학상이 있지만, A급 문예지나 A급 상이 아니면 ‘감히’ 스스로를 작가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등급화는 ‘문예지와 문단 정실주의의 결과 중 하나’라는 의견이 있다. 손아람 작가는 문학동네에 실린 좌담에서 “한 생태계에 절대적 우월종(문단 영향력이 큰 계간지와 문학상들)이 존재하는 한 다른 질서를 통해 다양성을 구현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혁’을 주장했다. 손아람 작가는 이어 “출판사 공모전은 작가가 되는 길을 확장해 주기 위해 출판사가 마련한 것인데, 현실은 공모전이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해야지만 작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거꾸로 문학의 관문을 좁혀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도언 작가는 “3대 메이저 출판사에서 출간되지 않으면 작가로서 생명이 끝난 줄 아는 작가의 이런 무의식과 공포가 형성되는 데, 고의는 아니더라도 문학동네나 문지나 창비의 역할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동화작가 이 씨는 “문단의 분위기가 문예창작과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자명하다. 문예지의 등급 나누기가 좁은 문을 더 좁게 만든다.”며 “오직 A급 등단만을 등단으로 치는 문단과 이러한 분위기를 알면서도 학생들의 미래는 모르는 척 하는 문예창작과 모두 문제.”라 전했다.

문예창작과 학생 김 씨(23세)는 “수업 때 자기소개를 하는데 어떤 학생이 문예지에서 등단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딴에는 자랑하려고 말한 거겠지만 다른 학생들은 C급 문예지라고 비웃더라.”며 “취업이 어려운 줄은 알았지만 문학에도 급이 있다는 게 씁쓸하다.”고 한숨 쉬었다. 김 씨는 이어 “아무리 어려워도 문학을 계속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밝혔다. 또한 “문학도를 위해서라도 문창과의 위기에 문단이 집중해야 한다.”며 소망을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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