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가는 먼 집' 고(故) 허수경 시인 1주기, 고향 진주에서 추모 모임 열려
'혼자 가는 먼 집' 고(故) 허수경 시인 1주기, 고향 진주에서 추모 모임 열려
  • 조은별 기자
  • 승인 2019.10.0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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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문고 문화관 여서재,
"밟힌 풀의 흙으로..." 낭독회와 전시로 시인을 추억하다
고(故) 허수경 시인 추모 전시 [사진 제공 = 진주문고]

지난 10월 3일, 고(故) 허수경(1964~2018) 시인 사망 1주기를 맞아 그의 고향 진주에서 추모 모임이 열렸다.

생전 독일에서 근동고고학을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고 고고학 연구와 글쓰기를 병행했던 시인은, 위암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시작한 끝에 지난해 10월 3일, 독일에서 눈을 감았다. 장례는 현지 뮌스터 외곽에서 수목장으로 치러졌다. 지난해 11월에도 진주문고에서 한 차례 추모 모임이 진행된 바 있다. 현장에 모인 고인의 지인과 독자들은 함께 모여 추억을 나누고, 낭독과 전시를 통해 고인의 시를 가슴 깊이 새겼다.

허수경 시인을 기리고자 하는 이들은 시인의 고향인 진주에 모여 전작 읽기 모임과 작품 필사 모임을 결성해 꾸준한 활동을 이어 왔다. 이번 추모 모임 역시 진주허수경전작읽기모임과 허수경작품필사모임이 주관했다. 허수경 시인 추모 모임은 10월 3일 평거동 진주문고 문화관 여서재에서 열렸다.

고(故) 허수경 시인 추모 전시. 시인의 자필이 적힌 엽서와 수첩 등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 제공 = 진주문고]

현장에는 각자의 마음 속에 고 허수경 시인을 간직한 추모객 약 일흔 명 이상이 방문해 준비한 자리를 가득 채웠다. 추모객들은 시인을 깊이 기리고 그의 작품을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조구호 문학평론가와 경상대 재학생은 허수경 시인의 작품 속을 들여다보는 '허수경 시 평론'을 발표했고, 독자들이 허수경 시인의 작품을 낭독했다. 가수 이마주 씨는 시 노래 공연을 통해 시인의 작품을 새롭게 풀어내기도 했다.

또한 10월 한 달 동안 허수경 시인이 생전 작성했던 엽서와 편지 등 유품 일부와 육필 원고를 전시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독자들이 마련한 허수경 시 캘리그라피 등의 테마 작품들이 함께 전시를 꾸려나간다. 생전 허수경 시인은 다양한 작품들 속에서 진주 사투리와 풍경, 정서를 묘사하며 고향의 향취를 담아내곤 했다. 이를 기억하는 진주 시민들은 여전히 고인을 추모하고 그의 시 정신을 기리며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나가는 중이다. 시인은 영면에 들었지만, 독자들의 마음 속에 새겨진 그의 시가 언제까지나 아름답게 살아남아 그의 자취를 빛내길 바란다.

 

허수경 시인은 1964년 진주에서 태어나 경상대 국어국문과를 졸업하고 1987년 '실천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데뷔했다. 등단 이듬해 첫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를 출간, 이어 1992년에 두 번째 시집인 '혼자 가는 먼 집'을 펴낸 후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독일에서 고대동방고고학을 전공해 학위를 받았고, 그곳에서 결혼해 줄곧 독일에서 생활하며 2001년 세 번째 시집인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2005년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2011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2016년 '누구도 기억하제 않는 역에서'를 차례로 출간하는 등 활발한 창작 활동을 펼쳤다.

이외에도 산문집 '모래도시를 찾아서', '너 없이 걸었다'와 장편소설 '박하', '아틀란티스야, 잘 가', '모래도시', 동화 '가로미와 늘메 이야기', '마루호리의 비밀', 번역서 '슬픈 란돌린', '끝없는 이야기', '사랑하기 위한 일곱 번의 시도', '그림형제 동화집' 등을 펴냈다. 동서문학상, 전숙희문학상, 이육사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