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76) / 또다시 이산가족은 - 고종목의 ‘생떼 부리는 어머니’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76) / 또다시 이산가족은 - 고종목의 ‘생떼 부리는 어머니’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10.0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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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76) / 또다시 이산가족은 - 고종목의 ‘생떼 부리는 어머니’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76) / 또다시 이산가족은 - 고종목의 ‘생떼 부리는 어머니’

  생떼 부리는 어머니
  —이산가족 김애란 량한상 모자 상봉

  고종목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오십 년을 그리워하던
  아들 목소리 붙잡고

  울지 마라
  울지 마라
  울지를 마라
  아가야
  어데 갔다 인제 왔어

  꺼져 가는 목소리
  가지 마라 가지 마라 가지를 마라
  나랑 살자 나랑 살자
  응— 아가야

  부서질 듯 야윈 미수(米壽)의 손
  아들의 귓불 어루만지며
  가지 마라 나랑 같이 살자
  응— 응— 응 생떼를 쓰는 어머니

  흰머리의 아들 가슴에 안겨
  아기처럼 자꾸만 보채네
  어리광 부리네
  어리광을 부리네

  —『조각보 아리랑』(글나무, 2019)

 

  <해설>

  남쪽의 어머니와 북쪽의 아들이 만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19년 전인 2000년 8월이었다. 짧은 만남 후의 긴 이별, 모자가 헤어질 때는 전화통화로 작별인사를 했다. 87세였던 어머니 김애란 씨가 거동이 불편해 워커힐호텔에 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50년 동안 애타게 그리워하던 아들을 만난다는 설렘과 아주 짧았던 만남이 큰 충격을 주어 앰뷸런스로도 이동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69세 아들은 내년 성묘 때 보자는 말을 하고 동생들을 남에 두고 북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이런 비극이 어디 있으랴. 부모형제가 헤어져 살아야 하는 아픔이야말로 단장(斷腸)의 아픔이리. 50년 만에 만난 아들한테 어머니는 가지 말라고, 나랑 같이 살자는 말만 되풀이한다. 어머니는 아들의 귓불을 어루만졌으니 소원 하나는 이루었지만 곧 숨을 거두었다. 아들은 중학교 5학년 때 헤어진 뒤 몇 분 만난 어머니를 생각하며 우는 것 외에 더 이상 할 일은 없다.
  미국과 북한과의 협상이 결렬되었다. 미국까지 보낼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과 거기에 실을 수 있는 핵무기를 갖고 있는 북한에게 미국이 그럴듯한 카드를 주리라 생각했는데 그 카드가 별로였나 보다. 북한은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할 명분이 생겼다. 아아, 이제 8순을 넘어 9순이 다 되어 가는 이산가족 어르신네들의 아픔을 누가 보듬어줄 것인가. 고종목 시인의 시집 『조각보 아리랑』에는 통일을 기원하는 시가 많다. 맥을 놓고 있을 통일부의 직원들이 꼭 읽었으면 한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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